팀장_Part 1. 이유 없는 감각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직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사람이 늘고, 역할이 나뉘고, 말이 한 사람을 거치면서 조금씩 모양이 달라진다. 나는 그걸 수없이 겪어왔고, 그래서 웬만한 변화에는 쉽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었다.
J가 중간 매니저 역할을 맡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업무가 조금 더 정리되는 것 같았고, 보고 라인이 명확해진 느낌도 있었다.
팀원들이 나에게 직접 오지 않고 J를 먼저 찾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였다.
오히려 내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 들기 시작했다.
회의실에서였다.
J가 안건을 설명하고,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날카로운 질문도 없었고, 반박도 없었다.
문제없이 흘러가는 회의였다. 그런데 내 시선이 자꾸 한 사람에게 갔다.
L이었다.
L은 회의 내내 노트북 화면만 보고 있었다.
메모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멍하니 있는 것도 아닌, 어딘가 애매한 상태였다.
내가 질문을 던지면 고개를 들고 대답은 했다. 정확했고,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목소리에 이전의 리듬이 없었다.
예전의 L은 질문을 받으면 한 박자 빨랐다.
정답을 맞히려는 조급함이 아니라, 참여하고 싶어 하는 속도였다.
그런데 요즘의 L은 늘 한 템포 늦었다. 마치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람처럼.
회의가 끝난 뒤, 팀원들이 흩어졌다.
나는 자리를 정리하며 L에게 가볍게 물었다.
“L님, 아까 이야기한 일정 조정 건은 괜찮으세요?”
L은 잠깐 멈췄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 멈춤을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온 말도.
“네, 팀장님. J님이랑 이미 이야기했어요.”
말투는 공손했고, 표정도 차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대답은 질문에 대한 답처럼 들리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보다 ‘더 묻지 말아 달라’는 신호에 가까웠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괜히 사소한 일로 중간 매니저의 권한을 흔드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날 점심시간, 식당에서 L을 보았다.
J와 같은 팀원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예전처럼 다른 팀 사람들과 섞여 앉아 웃고 떠드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편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얌전해 보였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보지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 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았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는데, 마음 한쪽이 묘하게 걸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꾸 L의 표정을 보게 되었다.
회의 중에, 복도에서, 메신저로 짧은 대화를 나눌 때.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아주 미세하게, 사람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었다.
말수가 줄어들고, 질문이 줄어들고, 눈빛이 조심스러워졌다.
반대로 J는 점점 안정되어 보였다.
보고는 정리되어 있었고, 팀 상황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설명했다.
내가 묻기도 전에 답이 나왔고, 팀원들의 상태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에는 늘 배려와 조율이라는 단어가 함께 붙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모든 게 괜찮다면,
왜 나는 자꾸 불편해지는 걸까.
나는 그 감각을 억지로 정리하려 하지 않았다.
아직은 판단할 단계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팀장으로서, 근거 없는 의심으로 조직을 흔들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날 잠들기전 이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누군가는 점점 조용해지고 있다.”
그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이 감각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