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2. 균열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균열은 대개 소리를 내지 않는다.
소리가 나는 건, 이미 부서진 뒤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회의실 문을 열며 별생각이 없었다.
오전 브리핑이 끝났고, 사람들은 각자 자리로 흩어지는 중이었다.
복도에서 누군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했고, 나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 시야 끝에 L이 걸렸다.
L은 원래 눈이 먼저 웃는 사람이었다.
말을 걸면 얼굴이 먼저 반응하는, 그러고 나서 말이 따라오는 사람.
그래서 신입 특유의 어색함이 있어도 금방 주변이 풀렸다.
내가 처음 L을 봤을 때 ‘이 친구는 사람들과 섞이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그거였다.
그런데 그날의 L은, 몸이 먼저 움츠러들어 있었다.
회의실 문 옆. 누군가와 부딪히지 않으려고 벽에 바짝 붙어 걸었고,
손에 들고 있던 노트는 꼭 쥔 채로 가슴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가 조금 내려가 있었다.
나는 L을 불렀다.
“L님, 잠깐만요.”
L은 멈췄다. 정확히는 멈추려다, 먼저 옆을 봤다.
누굴 봤는지 나는 안다. J였다.
J는 몇 걸음 앞에서 팀원들과 짧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눈은 빠르게 사람들을 훑고 있었다.
그 시선이 L을 스치자, L은 마치 “괜찮아도 되나요?”라고 묻는 것처럼 아주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나를 아프게 했다.
‘미소’라는 건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매끄럽게 해주는 것이지만,
그때의 미소는 허락을 구하는 표정처럼 보였다.
“네, 팀장님.”
“요즘 괜찮으세요? 업무는 적응할 만하고요?”
L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J님이 많이 도와주셔서요.”
그 대답은 너무 교과서 같아서 오히려 허전했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따뜻한 말인데, L의 목소리는 따뜻하지 않았다.
그냥 ‘정답’을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L님, 다음부터는 제가 봐야 하는 건 바로 주셔도 돼요. 굳이 중간에 한 번 더 거칠 필요는 없고요.”
L은 다시 한 번 옆을 봤다. 이번엔 더 짧게, 더 빠르게.
“아... 네. 그런데 J님이 ‘팀장님께 올리기 전에 정리해두는 게 맞다’고 하셔서....”
그 말 끝에 공기가 살짝 꺾였다.
“맞다”라는 단어가, L의 의견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준처럼 들렸다.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통제’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아직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서늘해졌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