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변화가 필요하다

팀장_part 3. 닿지 않는 신호

by 직장인C

나는 ‘확인’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확인은, 자료나 숫자로 되는 게 아니었다.

사람의 얼굴과 표정, 눈빛, 말끝의 떨림 같은 것에서만 잡히는 종류였다.

그래서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점심 무렵, 팀원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누군가는 도시락 가방을 챙겼고, 누군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농담을 던졌다.

예전 같으면 L도 그 흐름에 섞여 어깨를 부딪치며 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L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우스를 몇 번 움직였고, 그 뒤에야 조용히 가방을 들었다.

나는 일부러 같은 타이밍에 걸음을 맞췄다.


“L님, 점심 같이 가실래요?”

L은 순간 멈칫했다. 정말 짧게.
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 팀장님... 저는... J님 쪽이랑 같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멀리서 J가 손을 들었다.

마치 ‘여기야’라고 신호를 보내듯.


“L님, 여기예요.”

목소리는 밝았다. 지나치게 밝았다.
그 밝음이 오히려 ‘선’을 긋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쪽”이라는 선.


L은 내 얼굴을 보며 한 번 웃었고, 그 웃음은 사과 같았다.
그리고 조용히 J 쪽으로 갔다.

나는 그 뒤를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팀 내 결속이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같이 밥 먹는 건 흔한 일이잖아.

하지만 그 장면에서 이상했던 건 ‘같이 먹는다’가 아니었다.
같이 먹는 흐름이 하나로 굳어지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다는 점이었다.

그 후로도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됐다.


- 회의가 끝나면 L은 늘 J를 먼저 본다.

- 메신저로 내가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보내도, 답장은 J를 거친 뒤 늦게 온다.- L은 누군가와 웃고 있다가도 J가 다가오면 웃음이 갑자기 작아진다.- 반대로 J가 웃으면, 옆에 있는 JD와 H도 같이 웃는다. 타이밍이 너무 비슷해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였다.
그리고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건 팀워크가 아니라 ‘규칙’일지도 모른다.

나는 메시지를 보냈다.


“L님, 요즘 표정이 좀 어두워 보여서요. 괜찮으시면 잠깐 이야기할까요?”

답장은 즉시 왔다.


“괜찮습니다, 팀장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즉시였다. 고민의 흔적도, 감정의 구김도 없는 문장.


그 즉시성은 오히려 ‘누가 옆에 있다’는 느낌을 줬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그 문장을 떠올렸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은 사람은 보통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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