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5. 가장 조용한 구조
L을 불렀다.
회의실이 아니라, 작은 상담실이었다.
유리문이 있는 조용한 공간. 외부에서 보면 ‘업무 미팅’처럼 보이는 곳.
누군가 지나가며 봐도 이상하지 않게.
L은 문을 열고 들어와 앉았다.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렸고, 다리를 꼬지 않았다.
마치 면접이라도 보는 사람처럼 정자세였다.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L님, 다른 팀에서 L님을 꼭 필요로 한다는 요청이 왔어요.”
L의 눈이 커졌다.
“...제가요?”
“네. 그 팀에서 하는 업무에 L님이 적합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 팀에서 일해보면 어떨까요?”
L은 몇 초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너무 길어서, 나는 ‘싫은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L이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제가... 가도 되는 건가요?”
그 말은 ‘가고 싶다’보다 먼저 나온 말이었다.
허락을 구하는 말이었다.
나는 그 순간 확신했다.
L은 지금 이곳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물론이죠. 필요해서 요청이 온 거예요. 그리고 L님은 잘하고 있어요.
이건 벌도 아니고, 밀어내는 것도 아니에요.”
L의 눈이 아주 조금 젖었다.
하지만 눈물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L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 웃음도 사과 같았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그 뒤, 나는 J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중요한 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명분’이었다.
“J님, L님은 다른 팀에서 요청이 와서요. 그쪽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보내려고 합니다.”
J는 잠깐 멈췄다.
표정은 미소였는데,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계산’이 끝날 때까지 화면이 멈춘 사람처럼.
“아... 그렇군요.”
“네. 그 팀에서 L님을 꼭 원하더라고요.”
J의 미소가 아주 살짝 깊어졌다.
“팀장님께서 그렇게 판단하셨으면, 저희는 따라야죠.”
말투는 존댓말인데, 문장 속에는 거리가 있었다.
‘따라야죠’라는 단어가 ‘동의합니다’가 아니라 ‘기록해두겠습니다’처럼 들렸다.
그날 이후 J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회의에서 말을 줄였고, 피드백도 짧아졌다.
그 대신 팀원들끼리만 주고받는 메시지가 늘었다.
웃음소리가 나는 타이밍도 바뀌었다.
내가 가까이 있으면 웃음이 줄고, 내가 멀어지면 웃음이 커졌다.
나는 알았다.
L을 빼낸 건 ‘끝’이 아니었다.
L은 구조되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구조를 박탈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보통, 다음 단계를 조용히 준비한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