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4. 묻지 않은 질문
R에게서 메시지가 온 건 퇴근 직전이었다.
“팀장님,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짧은 문장이었다.
평소 같으면 아무 의미 없는 요청이었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가슴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R은 이미 와 있었다.
문을 닫는 소리가 괜히 크게 울렸다.
“무슨 일인가요?”
나는 일부러 평소와 같은 톤으로 물었다.
R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손가락으로 노트북 가장자리를 긁고 있었다.
“그...팀장님.”
그는 한 번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사내 전배 공고가 나왔던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봤어요.”
잠시 정적. 그리고 이어진 말.
“지원해보고 싶습니다.”
그 말은 충동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준비된 말처럼 들렸다.
나는 곧바로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유는 대부분 말하지 않는 곳에 있다.
“왜요?”라는 질문은 상대를 더 닫게 만든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R은 그렇게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논리적인 이유였다.
“새로운 업무 경험도 필요하고, 제 역량을 조금 더 넓혀보고 싶어서요.”
나는 그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도망’이 있었다.
L이 떠나기 전에도 비슷한 눈을 봤었다.
그때 나는 조금 늦게 알아챘다.
이번에도 늦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확신은 없었다.
“지원하세요.”
나는 짧게 말했다.
R은 놀란 표정이었다.
“네?”
“정말 원하시면 도전해보세요.”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도 만류를 예상했을 것이다.
나는 덧붙였다.
“혹시 안 되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 말은 위로이자 약속이었다.
R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가 회의실을 나가고 나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왜 묻지 않았을까.
‘혹시 힘든 건 아니죠?’
그 한 문장을 나는 끝내 꺼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도 알고 있었다.
묻는 순간 문제가 현실이 된다.
그리고 현실이 되면 나는 개입해야 한다.
나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변명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며칠 뒤 전배 지원 결과가 나왔다.
탈락.
R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회의실 문을 닫자마자 바로 말했다.
“팀장님, 사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며칠 전보다 더 창백했다.
“사실 그만둔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정말 그만두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옮기고 싶었습니다.”
그 문장은 돌려 말한 고백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래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R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씩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계속... 회사 그만둘 거라고 말씀하시고…”
나는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팀 매니저는 왜 자기보다 위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시고... 우리 팀 사람들은 아직 멀었다고 하시고...”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보고를 J님 거치지 않고 팀장님께 드리면 굉장히 싫어하시고요.”
나는 눈을 감았다.
“다른 팀 분들이랑... 말 섞지 말라고 하신 적도 있습니다.”
그 문장은 조용했지만 명확했다.
나는 더 이상 이게 단순한 오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R님.”
나는 천천히 말했다.
“3월부터 J님은 중간 매니저 역할에서 제외될 겁니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육아 배려로 최소한의 업무만 하게 될 거예요.”
나는 계속 말했다.
“그때부터는 직접 저에게 보고하세요.”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풀렸다.
“정말입니까?”
“네.”
그 순간 나는 안심했다.
이 정도면 정리될 거라고.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고 구조만 바꾸면 자연히 정리될 거라고.
나는 또 한 번 근본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큰 대가로 돌아올지 그때는 몰랐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