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J_Part 1. 내려온 사람이 아니라, 밀려난 사람

by 직장인C

자리는 바뀌어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그 문장을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 올리며 잠시 망설였다.

너무 노골적일까.

아니, 아무도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만 남겨두는 게 좋다.

애매한 문장이 가장 오래 남는다.


팀장은 모든 게 정리되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L은 옮겼고, R은 직접 보고 체계로 바뀌었고, 나는 육아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정리.

그 단어가 이상하게도 비웃음처럼 들린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내려온 건가.

아니면 밀려난 건가.


육아 배려.

그 말은 겉으로는 따뜻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권한의 축소다.


중간 매니저 역할 제외.
보고 체계 분리.
하루 3~4시간 근무.


내가 팀의 중심에서 조금씩 분리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팀장은 배려라고 말했다.

임원은 인재를 지킨 거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에서는 다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붙잡힌 사람.

그게 내가 된 건 아닐까.


두 번이나 퇴사를 말했고
두 번이나 붙잡혔다.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전해질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회사가 필요로 해서 잡았다.”

“놓치기 아까운 인재라서 붙잡았다.”


사람들은 결과만 본다.

과정은 모른다.

나는 회의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지쳐 보였다.

하지만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문제는 R이었다.

그의 보고 체계가 바뀐 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팀장이 직접 보겠다고 했다.

그 말은 명확했다.


“너를 거치지 않겠다.”


나는 이해하려고 했다.

육아 배려 때문에 역할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R까지.

그건 구조 조정이 아니라 영향력의 차단이었다.


나는 그날 R의 메일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팀장 참조.

내 이름은 없었다.

이전에는 모든 메일이 나를 거쳐 갔다.

지금은 아니다.

그 메일을 보며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이게 정리인가.

아니면 분리인가.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내가 없으면 이 팀이 얼마나 오래 갈까.

R은 아직 불안정하다.

JD는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한다.

H는 늘 누군가에게 기대어 움직인다.


팀장은 사람을 믿는 편이다.

믿음은 때로는 약점이다.

나는 아직 직접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문제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물러난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하지만 물러난 사람은 판을 읽을 시간이 생긴다.

나는 이제 그 시간을 갖게 되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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