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J_Part 2. 빈자리를 확인하는 방법

by 직장인C

권한은 줄어들었지만 관계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사람은 공식 구조보다 비공식 연결에 더 많이 흔들린다.

나는 그걸 안다.


3월 첫 주.

근무 시간은 줄었지만 출근하는 날은 정해져 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공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조용했다.

정리된 분위기.

그게 묘하게 거슬렸다.

나는 먼저 JD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바쁘죠?”

JD는 잠시 머뭇거리다 웃었다.


“네, 조금요.”

그 웃음은 예전보다 짧았다.

나는 부드럽게 물었다.


“팀장님이 직접 보시니까 편해요?”

질문은 가벼웠다.

하지만 대답은 절대 가볍지 않다.

JD는 애매하게 웃었다.


“아... 네... 뭐...”

그 말의 결을 나는 읽는다.

확신 없는 긍정은 늘 틈을 남긴다.


“그래도 중간에서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힘들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말을 끊었다.

JD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상대가 대신 생각하게 만든다.


다음은 H였다.

H는 원래 눈치를 많이 보는 타입이다.


“요즘 분위기 괜찮죠?”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말이 반복될수록 사람은 불안해진다.

나는 살짝 웃었다.


“팀장님 스타일이 조금 빠르긴 하죠.”

H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나는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는다.

나는 누구도 직접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질문을 남긴다.


“예전 방식이 더 낫지 않았나요?”

그 질문은 비교를 만든다.

비교는 균열을 만든다.


R은 조금 달랐다.

그는 나를 피했다.

출근 시간이 달라졌고 회의가 끝나면 바로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일부러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피하는 사람은 스스로 죄책감을 키운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팀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게 그를 안심시키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나는 조용히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의 결과물에 대해 직접적인 피드백은 하지 않는다.

대신 팀원들에게 묻는다.


“R님 요즘 괜찮아요?”

“조금 조급해 보이지 않나요?”

“책임이 커졌으니까 부담되겠죠.”

그 말들은 걱정처럼 들린다.

하지만 반복되면 프레임이 된다.

사람은 남의 평가를 들으면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 타이밍을 기다린다.


팀장은 지금 안정됐다고 믿고 있다.

구조가 바뀌었고 보고 체계가 단순해졌고 나는 영향력이 줄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공식 구조는 눈에 보이는 것뿐이다.

관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나는 급하지 않다.

급한 건 밀려난 사람처럼 보이는 쪽이다.


나는 밀려난 게 아니다.

잠시 뒤로 물러난 것뿐이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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