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_Part 4. 실수의 방향
작은 실수는 누구나 한다.
문제는 그 실수가 어디로 향하느냐다.
R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숫자 하나가 틀렸다.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재검토 과정에서 발견됐고 외부로 나가기 전 수정됐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바로 지적하지 않았다.
회의실에서 팀장이 말했다.
“이 부분은 수정해 주세요.”
R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팀장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메모를 하는 척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침묵은 상대가 스스로를 평가하게 만든다.
회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H가 나에게 말했다.
“R님이 요즘 조금... 부담이 커 보입니다.”
나는 조용히 답했다.
“그럴 수 있죠.”
그리고 덧붙였다.
“그래도 책임을 맡았으면 흔들리면 안 되죠.”
그 말은 공기 중에 오래 남는다.
그날 저녁 R은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나는 이미 퇴근한 척 사무실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다.
그의 반응이 궁금했다.
밤 10시가 넘어서 사무실 불이 하나 꺼졌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지금 그는 실수 하나를 머릿속에서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왜 내가 그걸 못 봤을까.”
“팀장님은 실망하지 않았을까.”
“J님은 뭐라고 생각했을까.”
사람은 실수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두려워한다.
다음 날 아침, R은 나를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오래 마주치지도 않았다.
그 애매한 태도가 나에게는 충분했다.
나는 일부러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
“어제 고생했어요.”
그는 잠시 멈칫했다.
“...아닙니다.”
짧은 대답.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격려는 때로는 더 큰 압박이 된다.
며칠 뒤 R은 회의에서 의견을 내지 않았다.
팀장이 물었다.
“R님 생각은요?”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다들 말씀하신 방향으로 가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의견을 잃은 사람은 결국 자리도 잃는다.
나는 아직 직접적으로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사람이 무너질 때 가장 편한 설명은 이것이다.
“원래 약한 사람이었어.”
나는 그 설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천천히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완벽한 방어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