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J_Part 4. 실수의 방향

by 직장인C

작은 실수는 누구나 한다.

문제는 그 실수가 어디로 향하느냐다.


R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숫자 하나가 틀렸다.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재검토 과정에서 발견됐고 외부로 나가기 전 수정됐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바로 지적하지 않았다.

회의실에서 팀장이 말했다.


“이 부분은 수정해 주세요.”

R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팀장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메모를 하는 척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침묵은 상대가 스스로를 평가하게 만든다.

회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H가 나에게 말했다.


“R님이 요즘 조금... 부담이 커 보입니다.”

나는 조용히 답했다.


“그럴 수 있죠.”

그리고 덧붙였다.


“그래도 책임을 맡았으면 흔들리면 안 되죠.”

그 말은 공기 중에 오래 남는다.


그날 저녁 R은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나는 이미 퇴근한 척 사무실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다.

그의 반응이 궁금했다.


밤 10시가 넘어서 사무실 불이 하나 꺼졌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지금 그는 실수 하나를 머릿속에서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왜 내가 그걸 못 봤을까.”

“팀장님은 실망하지 않았을까.”

“J님은 뭐라고 생각했을까.”


사람은 실수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두려워한다.

다음 날 아침, R은 나를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오래 마주치지도 않았다.

그 애매한 태도가 나에게는 충분했다.

나는 일부러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


“어제 고생했어요.”

그는 잠시 멈칫했다.


“...아닙니다.”

짧은 대답.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격려는 때로는 더 큰 압박이 된다.


며칠 뒤 R은 회의에서 의견을 내지 않았다.

팀장이 물었다.


“R님 생각은요?”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다들 말씀하신 방향으로 가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의견을 잃은 사람은 결국 자리도 잃는다.

나는 아직 직접적으로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사람이 무너질 때 가장 편한 설명은 이것이다.

“원래 약한 사람이었어.”


나는 그 설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천천히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완벽한 방어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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