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_Part 3. 조용한 규정
사람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을 설명하는 말을 바꾸는 것이다.
나는 R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그를 묘사한다.
“요즘 R님 조금 예민해 보이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묻는다.
질문은 판단이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면 판단이 된다.
JD는 처음에는 부정했다.
“아닙니다. 그냥 바쁜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수도 있죠. 책임이 갑자기 커졌으니까.”
책임.
그 단어는 은근히 무겁다.
며칠 뒤 보고서 하나가 다시 수정됐다.
팀장이 직접 피드백을 주었고 R은 밤늦게까지 고쳐냈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말했다.
“R님 요즘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걱정하는 말투로.
H가 덧붙였다.
“조금 지쳐 보이긴 합니다.”
그 말은 내가 한 말보다 더 효과적이다.
타인의 확인은 사실이 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 문장은 공기 속에 남는다.
무너진다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오래 맴돈다.
R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점점 말을 줄이고 있다고 들었다.
보고는 팀장에게 직접 하고, 회의에서는 최소한의 발언만 한다.
나는 그게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위축의 신호라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일부러 그를 바라본다.
아무 말 없이.
그는 시선을 피한다.
그 피하는 순간이 내게는 확신이 된다.
사람은 자기 확신이 약해질수록 주변의 표정을 읽는다.
나는 그 표정을 계속해서 일정하게 유지한다.
차분하고,
걱정스럽고,
약간의 거리.
어느 날 회의가 끝난 뒤 JD가 조용히 말했다.
“R님이 요즘... 조금 예민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웃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죠.”
이제 나는 직접 말하지 않아도 된다.
말은 스스로 증식한다.
팀장은 아직 이 분위기를 모른다.
그는 결과물만 본다.
숫자,
기한,
보고 체계.
나는 사람을 본다.
사람이 흔들리면 결과는 따라온다.
나는 아직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누구를 몰아붙이지도 않았고 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그저 단어를 바꿨다.
그리고 시선을 바꿨다.
R은 아직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를 둘러싼 공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그리고 사람은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무너지는 소리는 항상 나중에 들린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