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역사부터 촛불 혁명까지 흐른다 9

청동기시대와 문자 탄생, 한국사로 들어가는 문턱에서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박철홍의

<우주 역사부터 촛불 혁명까지 흐른다> 9


(지구역사, 인류탄생8- 청동기시대와 문자 탄생, 한국사로 들어가는 문턱에서)


우리 역사를 흔히 ‘반만년’, 오천 년이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이미 한반도에는 사람이 살았다.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살아낸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역사를 오천 년으로 한정한다.


그 까닭은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를 구분하기 위해서다.


이 경계선을 긋게 만든 것이 바로 <문자탄생>이었다.


문자를 본격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우리는 잠시 '청동기시대'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학문적으로 구석기·신석기·청동기로 시대를 나누지만, 실제로는 이 시기들이 상당 기간 중첩되어 있다.


청동기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신석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청동은 농기구로 일부 쓰이기도 했지만, 대다수 농민은 여전히 돌도구를 사용했다. 청동은 주로 지배층의 장신구나 무기 제작에 쓰였다. 다시 말해, 청동은 당시의 ‘첨단기술’이자 ‘선진문물’이었다.


이런 첨단선진무기를 가진 집단은 정복전쟁을 통해 주변부족을 흡수 하며 '부족국가'를 형성하기 시작 했다.


'청동기시대'는 '권력자시대' 였다.


권력자들은 평범한 사람과 달라야 했고, 신격화되기 시작한다. 원시종교가 태동하고,사후에는 거대한 무덤을 남겼다.


우리가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고인돌’은 바로 청동기시대 산물 이다. 구석기나 신석기 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청동기시대에 정복과 지배가 시작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등장했다. 세금을 걷고 국가 재정을 관리하려면 ‘기록’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인류는 불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구석기시대부터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말은 바람처럼 흩어졌다. 순간의 감동과 지혜를 간직하기 위해 인류는 그림과 기호를 남긴다. 동굴벽화가 그 흔적이다.


그러나 부족국가처럼 큰 규모의 집단을 다스리기에는 그림과 기호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문자가 등장하게 된다.


가장 오래된 문자로 알려진 것은 약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다. 남은 곡식의 양, 납부된 세금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자 출발은 시나 철학이 아니라, 빚과 세금이었다.


같은 시기, 이집트 파라오는 신과 왕권을 새기듯 '상형문자'를 남겼다. 권력과 영원의 갈망, 이것이 문자의 두 번째 얼굴이다.


문자의 시작은 그림이었다.


태양은 해를, 물결은 강을 뜻했다. 하지만 그림만으로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점차 기호를 소리와 결합시켰고, 그 끝에 페니키아인들이 '알파벳' 을 창안했다.


단순한 기호가 소리를 대리하게 되자 문자는 폭발적 확산된다.


그리스인들은 모음을 보태어 완전한 알파벳을 만들었고, 이는 '라틴문자'로 이어져 오늘날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길은 달랐다.


중국한자는 여전히 그림 흔적을 간직한 채, 뜻과 소리를 함께 담았다. 수천 년이 지나도 복잡한 획이 살아남은 것은 단순한 실용 넘어 문화와 철학, 민족 정체성이 그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문자여정은 곧 권력역사 이기도 했다.


글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차이는 곧 힘의 차이였다.


법과 기록, 종교와 지식은 문자 위 에서 세워졌다.


인쇄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문자는 권력자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인쇄술 발달로 책이 대량 생산되면서 비로소 문자가 대중의 손에 들어왔고, 근대 민주주의와 과학혁명이 그 위에서 꽃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류역사는 곧 문자역사다. 바람에 흩어지는 말을 붙잡고자 했던 갈망은 오늘 날 스마트폰 화면 속 문자까지 이어져 있다.


문자가 어떻게 변하든 본질은 같다. “흔적을 남기고 싶다.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다.”


그 욕망이 인류를 '문자의 길'로 이끈 힘이었다. 그리고 그 염원이 곧 '역사의 길'이 되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 역시, 선조들이 남겨놓은 문자 덕분에 가능하다. 문자의 기록 역사는 길게 잡아야 5천 년이다.


오늘로 내가 지금까지 써온 <우주역사와 인류역사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제부터는 '한국사'로 들어간다. <선사시대에서 단군조선, 삼국과 고려·조선을 지나 6·25 전쟁>에 이르기까지. 내가 십여 년 동안 집필해온, 5권이상, 권당 500쪽 넘는 긴 여정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오늘까지가 ‘프롤로그’였다면, 다음부터는 한국사 편의 서막 이다.


길고 긴 연재 본무대, 우리 민족의 이야기가 이제 펼쳐진다.


다음 편은 ‘우리나라 선사시대 개관’이 계속됩니다.


― 燭籠(초롱)박철홍 ―


사진 두 번째 길가메시 쇄기문자

사진 세 번째 이집트 상형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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