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인연

가족의 인연

by 최정환

가족의 인연은 로또와 같다. 토요일 저녁이면 삼삼오오 어김없이 TV 앞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잠시 뒤 아나운서의 안내가 시작되자 기도하듯 고개를 숙여가며, 연거푸 마른침을 삼키는 사람들. 인생이라도 걸린 걸까. 그들이 바라본 건 다름 아닌 로또 생방송이다.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방송이 시작됐다. 지난주 1등 당첨금은 218억 원으로 7분이 당첨되어 1인당 31억 2천만 원씩 받으셨습니다. 공이 나오는 순서와 관계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입니다. 추첨 시작합니다. 이윽고 동그란 로또기 안에서 이리저리 사방으로 튕겨지던 공들이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41,5,22,7,28,12 공 하나하나가 구를 때마다 금세라도 터질 듯 쿵쾅거리는 심장을 움켜쥐며 기도하듯 바라봤을 사람들.

한 주간 판매된 900억 원을 5,000원으로 나누어보니 1,800만 장이 팔린 샘이다. 우리나라 인구 5,170만 명 중 34.7%의 사람들이 오천 원짜리 로또 복권을 구입한 샘이라니 그 인기가 얼마만 한 지 알만 하겠다.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분의 1. 80kg 쌀 한 가마니를 쏟아붓고는 그 속에 숨겨진 여섯 알의 검은 쌀을 연속하여 집을 확률이라 하니. 혹여나 집안에 쌀을 쏟아붓고는 연습 삼아 흑미 여섯 알을 골라내는 마법의 행운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도 기약 없는 꿈과 같은 모험이 아닐는지.

1등에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까. 종이 한 장에 새겨진 여섯 자리 숫자에 따라 인생이 바뀌고 운명이 바뀌니 말이다. 우리가 모르는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 삶 속에는 814만 분의 1의 당첨 확률보다 27배나 더 어려운 확률이 숨어있단다. 자그마치 3억 분의 1의 가혹한 생존 레이스. 접착제처럼 끈적끈적한 그곳은 1분에 3mm의 느린 걸음으로 8cm를 움직여야 하는 가시밭길이다. 힘겹게 그곳을 지나는 사이 90%는 죽음에 이르고, 이어지는 10cm의 또 다른 길을 지나 살아남는 건 고작 200마리. 비로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녀석은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니. 인간이 가진 가장 작은 세포인 정자와 가장 큰 세포 난자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험난한 경쟁을 이겨낸 우리 모두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우성인자를 갖춘 샘이다. 어떤 통계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 중 AB형 혈액형은 10%, 같은 혈액형 부부가 만나 결혼할 확률은 1%라 한다. 아내와 나는 각자 3억 분의 1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부부의 연을 맺고, 또다시 3억 분의 1의 생존경쟁을 뚫고 세상에 빛을 본 아이들과 가족의 인연을 맺은 것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기이한 행동으로 열을 올리는 아이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도대체 누굴 닮은 건가 싶던 아이들이 오늘따라 더 대견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기적 같은 삶의 레이스를 견디고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인생 로또의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겠다.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했던가. 무심코 지나치기엔 너무도 깊은 가족의 인연.

길지 않은 인생사.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난 가족은 그렇게 고귀한 인연이 되어 오늘을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우연히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 주인공일지도 모를 일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최고의 선물이 되어준 가족을 위해 모처럼 작은 꽃 한 송이를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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