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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마 Jan 09. 2024

아빠와 엄마의 온도차이, 보이지 않는 냉탕과 온탕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나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이 든다.


첫째 딸아이가 처음으로 한 말은 엄마가 아니고 아빠였다. 그 말에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아직 아기였던 첫째 딸아이가 울면 아빠를 부르니까 아빠가 가는 게 맞아 라며 남편을 떠밀곤 했다. 

남편은 화가 나면 무서운 성격이라 첫째 딸아이는 아빠가 화낼 때를 제일 무서워하곤 했다. 하지만 함께 놀 때는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온몸으로 놀아주기에 아이들은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첫째 딸보다 넉살 좋은 성격에 웃음과 애교가 많은 둘째 아들 역시 아빠를 무서워하고는 했지만, 늘 금세 아빠를 웃게 만들었고 그래서 아빠가 피식 웃으면 그 순간의 무서움도 풀린다는 것을 터득해 나갔다.


외출할 때는 늘 아빠 손은 서로 잡아야 하는 전쟁이었다. 남편이 짐이라도 들고 있어서 한 손 밖에 없다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무조건 잡아야 하고, 나의 손은 진사람이 잡아야 하는 약간의 벌칙 같은 느낌에 서운할 때가 많았다. 혹여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나 차도를 걸을 때, 도로 폭이 좁아서 한 명은 엄마의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제일 난감하다. 


처음엔 내 손을 잡고 가긴 하지만, 어느새 아빠 손을 잡고 싶은 마음에 아빠뒤를 알짱거리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도 하면서 내 마음이 또 한 번 서운해진다.

아이들에게 늘 후하고 사달라는 것을 사주려고 노력하는 다이소 플렉스를 해 주는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남편에게 밀리는 엄마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두 번째가 아니라 처음으로 나만을 찾을 때가 있다. 

바로 잠잘 때 그리고 아플 때이다. 잠잘 때는 아무리 아빠가 좋아도 엄마와 함께 누워서 잠들 때까지 이야기하고 오디오북을 듣고 명상을 듣기를 좋아한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기 전에 누워서 발차기 올림픽도 하고, 이야기 이어가기 게임, 잠자리 이야기 등을 지어서 해 주기도 하고, 함께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잠을 들기도 한다. 늘 자기 전까진 손을 만지작해주고, 등을 쓰다듬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한다. 

아직 어린것 같기만 한 아이들이 어느새 이렇게 컸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 시간이 나는 참 좋다. 그래서 아이들도 나의 포근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어서 늘 자기 전에 행복열차에서 기다린다고 말하고 잠들곤 한다.


어제 갑자기 목이 아프다고 하면서 우리 집 대표 수다쟁이에 장난꾸러기인 둘째 아들이 말도 안 하고 그 좋아하는 귤도 목이 아프다며 안 먹고 있기에 퇴근 후에 함께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는 길에도 엄마 보다 아빠 손을 잡고 간다고 하더니, 기운 빠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또다시 짠해졌다.


남편은 아픈 아이의 손을 잡고 먹고 싶다고 하던 아이스크림을 사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것을 사주었다. 사실 나는 여기저기 다니기 귀찮기도 했기에 내가 알게 모르게 의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고 가자고 하는 편인데, 남편은 아이들의 눈으로 아이들이 지금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서 손에 쥐어주려고 했다.


그 순간, 나도 아이들이 잘 때 말고 놀때는 늘 아빠를 찾는 이유를 느끼게 되었다. 남편은 늘 아이들이 느끼지 않는 모습에서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원하는 것을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기에 나와는 온도차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따뜻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원할 때는 차가울 수 있었고, 남편은 차가워 보이지만, 아이들이 원할 때는 무조건 따뜻한 아빠이기에 아이들의 손은 늘 아빠를 향해 있다고 이제야 생각이 든다.

알고 보면 사실은 내가 냉탕이었고, 남편은 아이들에겐 늘 온탕이었다.


엄마도 이제 정말 따뜻해질게! 이젠 엄마 손도 잡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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