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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마 Dec 26. 2023

그때부터 난, 벌써 맛집 찾는 먹요정

나는 원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 하루 만에 경상도를, 전라도 지역을 다녀오는 출장 아닌 외근이 많아지면서 나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무실을 나와서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느껴지는 바람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대략 1여 년 정도가 걸렸다. 사수인 대리님 과도 1여 년을 함께 다니기 시작하다 보니 이제는 서로 편해진 사이가 되어서 이런저런 개인사를 얘기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장거리 운전이 지루하지 않았고 잠도 자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서 다음번 출장 때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출장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출장지의 맛집 탐방이었다. 2000년경만 해도 맛집이라는 단어도 없었을 때였다. 나에게는 여전히 숙박출장은 허가되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저녁을 먹고 돌아올 수 있는 법인카드는 있었다. 어느덧, 나의 사수도 나와 출장 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는 정말 하나의 팀처럼 출장을 다녀오기를 즐겼다.


“대리님, 전주는 정말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어요???/”


전주에 있는 대형 병원으로 정기점검 차 출장을 다녀오려는 일정을 잡았는데, 대리님께서 전주에서 튀김을 먹고 오자고 하셨다. 튀김은 그냥 근처에서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전주에 가면 전주비빔밥을 먹어야지, 갑자기 튀김이라니? 나는 조금 당황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대리님은 전주에서는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데 정말 맛있다고 하면서, 이번에 출장 가서는 점심시간에 맞춰 가서 먹고 오자고 하셨다.

이것이 나의 출장을 빙자하며 즐기기 시작한 맛집 여행의 시작이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나의 맛집들은 전부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전주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서 먹은 상추쌈 튀김은 내 평생 처음 튀김을 상추쌈에 싸서 먹은 첫 경험이었다. 의외로 신박함은 있었지만, 나는 그것에 그렇게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상추쌈 튀김을 먹기 위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서 1시간경을 기다려서 먹는 것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구의 대형병원에 출장하면 원무과장님은 대구에서는 무조건 돼지국밥을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돼지국밥이라고 하면, 나는 그 당시에는 시장골목에서 파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어떻게 해서든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자고 대리님을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을 피해보려는 우리의 노력은 늘 허사로 돌아갔다. 원무과장님은 멀리서 고생하면서 왔다고 시간에 상관없이 꼭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결국 돼지국밥을 처음으로 맛보게 된 나는 나의 선입견이 벗겨지는 순간과 새로운 맛집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게 되었다. 돼지국밥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국밥이 전혀 아니었다. 나는 돼지국밥이 순댓국과 비슷하면서 더 부속물이 많은 시장통에서 파는 국밥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너무나 깔끔하고 맑은 국물과 고기에 한 그릇을 뚝딱!


예상외로 부산은 복병이었다. 나의 고향도 부산이긴 하지만 부산 병원에서는 갈 때마다 너무나 고급스러운 한정식집으로 데리고 가 주셨는데, 매번 죄송하게도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은 세미나 후 의사 선생님들과 방문해서 다른 맛집들은 방문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부산에도 맛있는 맛집들이 많은데 매번 한정식이라 고맙지만 내키지 않는 저녁 자리였다.


그 외에도 진주, 광주, 춘천 등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나의 맛집지도 작성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춘천의 병원을 방문하고 오는 길이 불현듯 기억 속에 떠오른다. 맛있는 닭갈비를 이른 저녁으로 먹은 후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춘천국도에서 강 옆으로 비치는 반짝이는 노을을 보며 대리님과 나는 이렇게 좋은 데이트 코스를 늘 직장 선후배인 둘이서 다니는 것에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이렇게 멋진 풍경을 항상 나랑 보네!! 나는 와이프랑 언제 다시 또 와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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