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 엄마에게 전화 좀 해주세요!'
'퇴실'이라는 알람이 휴대폰에 떴다.
'어? 지금 퇴실할 사람이 없는데??'
순간 불안한 마음으로 현관 보안캠을 살펴보았더니, 갑자기 아파트 비상계단문으로 향하는 작은 몸이 보였다.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지만 이미 들리지 않는 메아리처럼 내 목소리만 복도에 울렸다.
내 머릿속이 불안해지면서 어떻게 해야 하지?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지? 하는 마음에 다급해졌다.
'관리실에 전화해야 하나? 관리실에 전화해서 뭐라고 해야 하지?
우리 집 아이가 집을 나갔으니 찾아봐달라고 해야 하나? 옷은 무엇을 입었더라?'
하며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휴대폰으로 모르는 번호가 떴고, 이 전화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웅~~~ 웅성웅성~~~ 엄마에게 얘기해(작은 목소리)"
"여보세요!! 초콩이야? 여보세요!!"
한참 만에야 전화 속에서는 초콩이의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언제 와?"
"초콩아, 이 전화 누구 거야? 바꿔줘!!"
"아기 엄마예요? 아이가 엄마에게 전화를 해 달라고 해서 전화를 걸었어요!
저는 아파트 청소를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순간 내 마음에 약간의 안도감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청소 여사님께 나는 초면에 죄송하지만, 초콩이 집에 들어가라고 얘기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렇게 초콩이의 퇴실 사건은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았다.
일단 내 목소리를 듣고 엄마가 금방 올 테니 조금만 TV 보고 있으라고 했지만, 초콩이는 갑자기 또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지 TV를 보다가 CCTV로 엄마를 불렀고, 내가 잠시 거래처 미팅을 하느라 전화통화를 못하는 사이에 집을 또 나갔다.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또 한 번 청소여사님께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여사님, 죄소하지만, 아이가 또 집을 나갔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한 번만 더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통화를 끝내고 5분 여가 지나도 다시 기다리던 '입실' 알람이 오지 않았다.
거래처와 미팅을 하면서 내내 불안했고, 다시 나는 미팅 중에 다시 나와서 여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기가 엄마 올 때까지 슈퍼 앞에 앉아 있는다고 하는데요?'
"여사님, 제가 가고 있으니 일단 집으로 가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함께 미팅을 간 동료와 거래처에게 양애를 구하고 집으로 급하게 돌아왔다.
가산동에서 수지로 오는 길은 너무나 막혔고, 이 날 따라 고속도로에 사고와 공사가 많아서 평소의 1.5배 이상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오는 내낸 홈캠의 앱을 켜 놓고 계속 '엄마야! 엄마 여깄어!' 를 얘기하면서 1시간 이상을 운전하면서 온 나는 에어컨을 틀고 왔음에도 목 뒤가 흥건히 땀으로 젖어 있었다.
계속 이야기하면서 초콩이가 아는 동네가 나오니 이제 안심을 하고 TV에 집중 하긴 했지만 나는 초콩이를 만난 후, 오후 반차의 시간 동안 너무나 기진맥진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7살 초콩이는 내가 보기에는 똘똘하게 말도 잘하는 편이라 생각했고, 잠시 내가 저녁 시간에 외출했을 때 30여분은 혼자 집에 있으면서 닌텐도 오락기를 하기도 해서 충분히 3시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이 초콩이의 마음에 불안함과 무서움을 생각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어린 초콩이를 내가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연습시킨다는 마음으로 너무 무섭게 한 것은 아닌지 마음 한편에서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회사에 다니는 엄마 덕분에 맨발로 집 밖을 탈출하는 초콩이의 퇴실사건은 초콩이의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도 놀라움과 걱정 후에, 그래도 천만다행이라는 위안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아프다.
"엄마, 나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을 내가 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평소에 나는 초콩이와 외출할 때 사람 많은 곳을 지날 때면 항상 이야기하곤 했다.
'초콩아,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엄마손을 놓거나 해서 잠시 잊어버리면, 그냥 울거나 아무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저기 보이는 가게 있지? 그런 가게들 들어가서 사장님한테 말해.
"우리 엄마에게 전화 좀 해주세요!!"라고 말이야. 그럼 사장님이 엄마에게 전화해 줄 거고 엄마가 바로 올 수 있어! 알았지?'
이렇게 자꾸 말한 것이 기억 나서였을까, 그 와중에 CCTV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다고 나가서 처음 본 할머니에게 용기 내서 말한 초콩이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첫 경험은 조금 놀랄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음 도전을 또 해보고 싶다.
초콩이도 한 번의 경험으로 무작정 집 밖을 나가선 안된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초콩이의 두 번째 혼자 있어보기를 기대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