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마 Sep 22. 2024

엄마는 이렇게 위험한 게 재미있어?

배부장의 육아일기

"엄마! 엄마는 이렇게 위험한 게 재미있어?"


순간 머리를 퉁 하고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라는 생각에 영화 선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금요일 저녁을 무비데이로 정해서 온 가족이 저녁을 먹은 후에 영화를 보는 루틴을 정했다.

지금은 아직 아이들이라 나의 결정에 따라주지만, 나중에 사춘기를 지나고 친구밖에 모르는 나이가 되더라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리부터 루틴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물론 때로는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면 패스할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짧게라도 영화를 보는 날로 정했다.


처음에는 극장에 가보기로 했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극장에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나는 집에서 OTT에서 적당한 영화를 고르고 함께 보기로 결정했다.


맨 첫 영화는 아마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험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OTT에서는 재미있는 영화가 많이 있었지만, 7살 초콩이는 이제 한글을 읽기는 하지만, 그 당시에는 6살이었기에 자막으로 나오는 영화는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렇게 영화의 선택은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는 모험영화에 더빙 영화에서 골라야 했고,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를 싫어하는 초롱이의 취향도 존중하여야 했기에 영화 선택이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매번 재미있는 영화선택을 했기에 아이들 뿐 아니라 온 가족 모두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골랐다. 초파는 영화에 빠질 수 없는 팝콘을 다양한 맛으로 골라서 정말 영화관에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곤 했다.


매번 모험 영화만 고를 수는 없기에 점차 감동이 있는 실화 영화로도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약간 긴 영화의 경우는 두 번으로 나누어 영화를 보니 아이들은 빨리 다음 주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해리포터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물론 초콩이를 배려해서 더빙판이었지만, 무작정 무서울 것 같다고 해리포터를 싫어하는 초롱이도 어느새 빠져들어 버린 해리포터는 무려 7편의 영화였기에 몇 개월 동안 금요일 저녁 혹은 주말에도 초롱하우스 극장은 문을 열곤 했다.


아이들은 나도 모르는 주인공의 실제 배우 이름을 모두 외우면서 서로 퀴즈를 내며 즐거워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이어가는 동안, 영화를 고를 필요가 없기에 너무나 편한 시간을 보낸 나는, 해리포터 7편의 마지막 편이 되자 슬슬 시리즈물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매주 영화를 고를 필요가 없었기에 재미도 있으면서 어러 편이 나온 영화만 고르는 나름의 편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마땅한 영화는 찾기가 어려웠기에 중간중간 영화를 찾아보면서 미리 내용도 살펴보면서 인터넷에서 영화평도 미리 찾아보기도 하는 시간이 또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나는 또 하나의 해리포터 시리즈와 비슷한 영화를 발견하는 기쁨으 시간을 맞이했다. 그 영화는 바로 쿵푸팬더였다. 아직 극장에서 하고 있기에 기존 영화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보다 보니 대략 7,8주는 영화 고르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내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새 쿵푸팬더도 마지막 편인 4편까지 극장에서 보고 나니, 또 어떤 영화를 고르면 아이들도 좋아할까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이 찾아왔다.



'일단 초롱이가 11세이니까 12세인 한국영화에서 골라도 되지 않을까?'


요즘 한국영화도 재미있는 영화가 많이 나왔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도 꽤 나왔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내 눈앞에 어떤 영화의 소개 영상이 펼쳐졌다.

사실 나와 초파는 재난 영화를 좋아한다. 재난 속에서 희망을 찾고 또 헤처 나오는 영화가 재난영화도 좋고, 사고였지만 또 그 사고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구조되는 영화이기에  초파와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이번에는 한국 영화였지만, 비행기가 납치되며 버러지는 영화의 홍보, 예고편이 TV에서 보여지고 있었고, 12세인 것을 감안하면 이것을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거 재미있겠다! 이번 영화는 이걸로 할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초콩이가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한다.


"엄마! 엄마는 이렇게 무서운 영화가 재미있다는 거야?

비행기가 무서운 사람들에게 납치되는 건데 그게 뭐가 재미있다는 거야?


엄마는 우리에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 벌어지면 좋겠어???"

엄마는 이렇게 위험하고 무서운 게 재미있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 다른 영화를 골라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