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초콩아 우리, 다이소에 갈까?"
그렇게 약간은 찜찜한 마음으로 우리는 다이소로 향했다.
장난감이건 먹을 과자이건 물건 고르는 눈썰미가 좋은 초콩이는 오늘은 어떤 장난감이 좋을지 다이소 매장을 쓱 훑어보는 중이었다.
초콩이 뒤에서 따라가던 내 눈에도 특별하게 눈에 띄는 장난감이 없어서, 초콩이가 어떤 말을 할지 짐작이 되었다.
"엄마, 오늘 나 젤리 사면 안 돼"
"젤리가 먹고 싶어?"
평소 같아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집에 사다 놓은 젤리도 다 먹지 않은 상태에서 다이소나 편의점에 갈 때마다 젤리를 한두 개씩 사 주었더니 집에 있는 젤리는 결국 안 먹고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동안의 열 때문에 힘들었을 초콩이를 생각하며, 한 번은 봐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럼 우리 젤리 고르러 가볼까?"
"앗싸! 신난다!!"
그러게 난 아무 생각 없이 뒤에서 초콩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목까지 내려왔다.
그 순간이었다.
"어? 이게 뭐지????"
초콩이의 오른쪽 목에 자잘 자잘한 알갱이 같은 것이 잡혔다.
지금 막 소아과를 나온 터였다.
'어라? 이게 뭐지? 소아과에서 진료할 때, 분명히 선생님도 귀 뒤쪽에 문제가 있나 만져 본 것 같았는데??'
"초콩아 얼굴을 좀 이렇게 옆으로 해봐!!"
얼굴을 왼쪽으로 더 꺾으니 오른쪽 목에 있는 도돌도돌한 것은 더 확실하게 두드러졌다.
이건 바로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시간은 6시 3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더 기다릴 시간이 없었기에, 초콩이가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방문했던 이비인후과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저 초콩이 엄마인데요.. 지금 바로 근처에 있는데 오늘 진료를 볼 수 있을까요? 목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잡혀서 오늘 꼭 진료 보고 싶어요!"
감기 독감 코로나 등으로 몇 년 동안 우리 가족의 단골 아닌 단골 이비인후과였을 뿐 아니라 이번주 내내 병원에 왔던 것을 알고 계셨던 터라, 접수 마감이 지났지만 얼른 오라고 다행히 말씀해 주셨다. 당장 그다음 날부터는 추석 연휴 주말이 시작되기에 진료를 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었는데, 나도 모르게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별일 아니기를 바라면서 주차를 어떻게 하고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초콩이는 임파선염이었네요!"
그렇게 초콩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았던 진단이 내려졌다.
"어른도 임파선염이면 열이 많이 나는데, 초콩이가 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네요."
한편으로는 얼마나 마음을 쓸어내렸는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에.
이렇게 임파선염이라고 진단이 내려졌으니 얼른 약을 먹고 빨리 낫기만을 바래본다.
그리고 우리의 추석 연휴와 길고 긴 여행이 시작되었다.
"초콩아, 추석에는 열이 나면 안 돼!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으니 얼른 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