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초마, 너무 일찍 가는 거 아니오? 10시 공연이라며! 지금 8시도 안됐어!!"
7살 초콩이의 마지막 유치원 행사인 크리스마스콘서트가 토요일 아침 첫 타임으로 잡혔다.
크리스마스음악회 1열 자리 사수를 위해 입장 줄을 서려고 눈 뜨자마자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서는 나를 보고 하는 말이다. 초파는 나를 대신해서 줄을 서려고 했지만, 갑자기 감기 몸살이 심해져서 조금 상태가 나은 내가 줄을 서기로 했다.
"어제 공연에서 엄마들이 대부분 3시간은 기다려야 1열에 앉을 수 있데, 그리고 어제 우리 초콩이 등원할 때 8시 30분인데도 벌써 10명 정도 서 있는 거 못 봤어? 더 빨리 가야 해!"
다행히 유치원은 집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라서 나는 큼지막한 핫팩과 텀블러에 따뜻한 물 그리고 보조배터리와 에어팟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인근 학교 앞을 지나는데, 어느 분이 학교 교문 앞에 주차를 하고 유치원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선, 갑자기 경쟁심리가 발동되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원래 발걸음이 빠른 것처럼 종종거리며 앞서가던 분을 제치고 나서 눈으로 유치원 정문 아래 계단을 주시했다.
아직 계단까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성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맨 처음이면 어떻게 하지? 이 새벽 같은 시간에 왔다고 선생님들이 놀랄 텐데'
이런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는데 이미 나보다 먼저 온 분들이 계셨다. 나도 모르게 가방의 개수를 세었고, 하나, 둘, 셋, 그럼 내가 네 번째인가?
머릿속으로는 그 가방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에 더 이상 넘어가면 1열은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는 후회가 잠시 스쳐 지나갔다.
두 명의 엄마와 한 명의 아빠가 내 앞에 계신 분들이었고, 나는 슬쩍 아이들의 위치를 물었다.
다행히 초콩이는 무대에서 오른쪽이라 선생님께 들었는데, 제일 첫 번째 엄마가 오른쪽, 두 번째 엄마는 왼쪽, 세 번째 아빠는 가운데, 그리고 나니까 나는 오른쪽!
'그래, 잘하면 1열에 앉을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이 들자 그다음부터는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음악회가 시작될 때까지 시간은 적어도 1시간 30분은 더 기다려야 했지만 나에게 추위는 없었다.
어느덧 8년 전인 초콩이의 누나 초롱이의 유치원 크리스마스음악회로 나의 추억필름이 되돌아갔다.
그 당시만 해도 아무것도 크리스마스음악회의 정보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에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된다 생각했고, 유치원에서 보내 준 문자대로 우리는 시간 맞추어 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아이돌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인파와 줄에 나는 미처 앞자리는 물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때 통로줄 쪽에 앉아서 초롱이의 사진을 겨우 찍을 수 있었었다.
그다음 해부터 나는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고 해서 서둘렀고, 그나마 3.4번째 줄에 앉을 수 있었다.
그때에는 이태원참사가 일어나기 전이라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모두 오셔서 기본 한 아이의 가족이 최소 2명에서 5명까지 혹은 그 이상이니 자리가 너무나 부족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초콩이의 7살 유치원의 크리스마스음악회는 코로나가 절정인 상태라서 모두 취소되었던 것이다. 사실 유치원에서의 공연을 보면, 5살 때는 우리 아이가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다고? 에서부터 6살은 너무 귀엽다. 7살은 유치원 아이들이 맞는지 우리 아이들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엄마들의 눈물폭탄은 무조건 예약이라는 것이었는데, 초롱이는 그 7살 공연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으니 나는 초콩이의 7살 공연이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초콩이가 입학한 후 매년 크리스마스콘서트를 했을 때 7살 형님들의 공연을 보면서도 너무 멋지다 생각을 했는데, 막상 우리 아이가 그 공연을 한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음악회 프로젝트를 두 달여 하면서, 아이들을 집중시키고, 노래와 율동, 합주를 연습하게 도와주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추위쯤은 견디고 1열을 직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엄마가 아빠가 그리고 선배인 누나가 초콩이를 너무너무 응원하고 멋지다고 환호하는 모습을 제일 앞줄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출근하자마자 줄을 선 우리들을 본 선생님의 깜짝 놀란 모습에 조금 쑥스럽기도 했다.
"어머니들! 아니 저보다 일찍 오신 거예요????
형평성상 들어오라고 하실 순 없고, 제가 드릴 건 이 차 좀 드세요..."
초롱이가 5살 때부터 예뻐해 주셨던 선생님께서 너무나 고맙게도 따뜻한 녹차를 내어주셨다.
다른 팀들에게도 그렇게 주셨을지는 몰겠지만, 아마도 토요일 아침 첫 타임의 공연이라 이런 특혜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오디오북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생각했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엄마 두 분이 초콩이 친구들이라 함께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스르륵스르륵 지나가고 있었다.
9시 정도 되니 원장님이 둘러보시면서, 혹시 아이들이 왔는지 확인을 하고, 아이들이 왔으면 들어 보내달라고 말씀을 하시고, 유치원 창 안쪽으로 선생님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이제 9시 20분에 들어가겠습니다."
초파에게 9시에는 집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아직도 오지 않으니 나는 또 마음이 분주해졌다.
"초롱아! 빨리 와야 해! 이제 들어간단 말이야!!"
나의 다급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초파와 아이들은 20분 전 입장 전에 슬라이딩도어즈처럼 도착했다.
초콩이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선생님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고, 초파는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아니 그 시간에 나갔는데 첫 번째가 아니라고????"
"응, 앞선 어머니들은 훨씬 빨리 오셨데!!!"
드디어 입장을 시작하고 뒷사람이 먼저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유치원에서는 한 명씩 신발을 들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서면 다음팀을 입장시켜 주셨다.
사실 나는 내 뒤에 선 분들이 나보다 먼저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한 내가 조금 웃겼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1열을 사수했다.
기다리면서 정한 대로 첫 번째 엄마와 나는 오른쪽 편에 사이좋게 않았는데, 오른편 좌석이 5개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그분이 2 좌석, 내가 3 좌석이라 맞춘 듯이 딱 맞았다.
"초콩아, 엄마가 엄청 크게 응원할게!! 오늘 우리 초콩이게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