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엄마, 나 엄마에게 할 말이 또 생각났어!"
초롱이의 지난 고백이 시작된 것은 어느 날 집에 돌아오던 길에 들었던 오디오복을 듣고 난 후다.
멀리 이동할 대면 항상 아이들은 윌라의 오디오북을 틀어달라고 했고, 이 즈음 우리가 함께 듣고 있던 책은
'엄마는 미어캣'이라는 동화책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느 날 갑자기 가족들이 동물로 보이는 주인공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로 책 속에서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와 주인공 남동생이 나온다. 주 내용은 가족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해 가는 이야기였다. 내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엄마 아빠, 아이들 모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각각의 사건을 통해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다 들을 때쯤 초롱이가 갑자기 고백을 시작했다.
"엄마, 사실, 언니와 동생들이랑 초콩이 손과 발을 하나씩 잡고 돌리면서 바닥으로 던졌어. 그런데 나는 처음에는 장난 같아서 재미있는 줄 알았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하고 싶지가 않았어."
처음엔 장난으로 동생인 초콩이를 재미있게 해 준다고 시작했지만, 점차 장난은 강도가 심해졌고, 나중에는 초롱이조차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더 이상 언니와 동생들이 초콩이와 장난을 칠 때 함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다음말은 나에게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매사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극 T라고 생각했던 초롱이가 이런 생각과 고민이 있는지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엄마, 나도 처음에 초콩이를 괴롭힌 것 같아서 엄마에게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 이제까지 말 못 했어. 그리고, 언니와 동생들에게도 하지 말라고 하면 나도 처음에 초콩이 괴롭힌 거 맞는데 왜 그러냐고 따질 것 같아서 무서웠어.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옆에서 보기만 했나 봐, 미안해 엄마. 이제는 절말 안 그럴 거야!"
"초롱아, 동생은 누구보다 소중한 우리 가족이잖아! 엄마는 미어캣에서도 누나를 동생이 지켜준 것 들었지? 그렇게 누구라도 가족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용기 내서 하지 말라고 해야 해! 알았지?"
한참을 초롱이는 대답을 하고 말이 없었다.
"엄마, 나는 무서워, 내가 또 그런 상황을 보았는데 내가 무서운 마음이 들어서 언니와 동생들에게 말 못 하면 어떻게 하지?"
그 순간, 초롱이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아직 어린 마음에 동생도 걱정이 되지만, 그 순간 또 자기가 용기를 내지 못할까 봐 무섭다는 초롱이이게 단단한 용기를 보내고 싶었다.
"초롱아, 그런 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초롱이가 그전에 그런 말들을 엄마에게 용기 있게 해 준 것만으로 얼마나 큰 용기가 있었는지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엄마에게 혼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용기 있게 고백해 준 것 정말 고맙고 너무너무 칭찬해, 우리 딸!!
만약에 또 그런 일이 생기게 된다면 아마 초롱이는 초롱이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될걸!
'우리 동생 괴롭히지 마!!!'라고 말이야."
"엄마, 그럼 내일 우리 한번 연습해 보자!"
"그럴까? 그럼 내일 성당 가는 차 안에서 우리 한 번 연습해 보자!!"
초롱이의 고백을 들으면서 나와 남편은 그동안의 초롱이에게 너무나 억압적인 행동으로 '하지 마!'라고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초롱이에게 다정하면서도 때로는 무섭지만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초롱이의 첫 고백을 들으면서 남편과 내가 초롱이에게 너무 혼내기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초롱아, 엄마랑 아빠는 초롱이가 너무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보석같이 빛나는 우리 딸,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원숭이 엄마가'
덧, 사실 우리 집도 이미 아이들이 붙여준 동물들이 있다.
초롱이는 이몽키, 초콩이는 이원숭이다. 남편은 사자이다. 그리고 충격적이지만 나는 배원숭이다.
왜 내가 원숭이냐고 나도 귀엽고 예쁜 동물 하겠다고 했지만, 아이들이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는 웃기니까 원숭이야!!"
"그러면 너네들도 모두 원숭이 해!! 이몽키와 이원숭 누가 뭐 할 거야?"
사실 그 당시에 우리는 속초여행 중에 숙소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나름 엄마니까 예쁜 동물을 기대했지만, 배원숭이라니...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그때는 화가 났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을 웃기고 재미있게 해 주는 사람은 항상 나였기에 아이들의 눈에서 나는 늘 재미있는 배원숭이었던 것이다. 아빠에게 혼나거나 분위기가 다운되었을 때 재미있는 이야기와 아이들이 어릴 적 이야기를 리얼하게 재현해 내는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웃음을 준다.
"엄마, 방금 한 얘기 또 해줘!! 나 또 듣고 싶어!!"
나는 동화책 미어캣 엄마처럼 가족들을 다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재미있게 웃기거나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잘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혼나거나 할 때, 잔소리를 하다가도 너무 분위기를 바꾸어 웃기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곤 한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장난과 훈육이 섞이면 안 된다고 늘 잔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나는 갑자기 빵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좋다.
그런 나를 아이들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엄마를 웃기다고 원숭이라고 해서 화를 냈지만, 이제부터 나는 아이들이 지어준 내 별명 배원숭을 좋아하기로 했다.
아주 조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