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우리 회사도 곧 피바람이 불 것 같아요. 본사 회장단에서 6명을 줄이라고 했데. 그래서 각 팀에게 할당이 내려왔어."
"정말? 그게 정말 사실이야? 아니 지금 우리 회사 세일즈랑 PM은 나갈 사람이 어디 있어,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팀에서 4명이나 내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나고! 그럼 일은 누가 해!"
사실이다. 우리 회사는 마케팅업무의 PM과 세일즈가 함께 섞여 있는 조직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생각하기에 지금 우리 회사에서 업무에서 여유가 있는 세일즈는 아마도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인데 팀에서 감원이라니, 순간 혹시 나도 대상에 올라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면서도, 누군가의 일을 나누어야 할 텐데 누구의 일을 나누게 될지도 걱정이 되었다.
FAE의 명단이 나오고 이제 세일즈팀에서의 명단이 구체화되고 있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내심 걱정이 되었기에 나도 소문에 빠른 몇 명의 동료에게 혹시 추가로 들은 이야기가 없는지 물어보던 중이었다.
”부장님은 걱정 안 해도 돼! “
하지만, 사실 나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고객사의 미수금이 있고, 악성재고가 있는 고객사도 있으니, 아무리 우리 회사에서 큰 포션의 Vendor PM을 담당하고 있고, 제법 큰 고객사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팀장에게 이야기 좀 하자는 연락을 받았고, 서로 외근 중이라 전화로 이야기를 하던 중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부장님이 A Vendor의 PM을 추가로 맡아주셔야겠어요. 그래서 지금 업무에서 작은 고객사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시죠. 일정이 좀 빠르게 돌아갈 것 같으니 오늘 중에 넘길 고객사 LIst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주세요.”
그중에는 내가 계속 담당하고 싶었던 고객사도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더 이상 내가 하겠다고 우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부장님이 B 회사를 계속하고 싶으신 것은 알지만, 새로 담당하게 될 A Vendor는 지금은 매출이 없지만 2025년 말 2026년에는 우리 회사 큰 매출을 담당하게 될 Vendor 에요. 그래서 일도 많을 거고 고객사에도 직접 방문하고 해야 하니 작은 업체는 미련 가지지 마시고 넘기시죠.”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이 팀장은 나에게 말했다.
나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온 것에 항상 후회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A Vendor를 담당하게 된다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이 이제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과연 영어도 능통하지 않은 내가 그 Vendor PM을 잘할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회사에 소문이 알게 모르게 돌자, 관련된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부장님, 그 Vendor 못한다고 해요. 거기 담당이 정말 너무 힘들고 사람을 힘들게 해. 메일이나 메신저로 바로 답을 보내지 않으면 사람들 들들 볶아. 안 그래도 지금 일도 많은데 그 업무까지 맡으면 어떻게 하려고 해요. 그냥 못한다고 해요!”
하지만 나에게 온 선택지는 하나였다.
A Vender PM을 하라는 것이다.
일주일 내내 하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웠던 시간이 지나고 어쨌거나 나는 처음의 결정과 변함이 없이 확정이 되었다.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지금 업무에서 더 많은 업무를 맡게 될 것이다.
이 와중에 너무 많은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누군가는 또다시 회사를 떠나게 되는 사람도 분명히 생길 것이다.
사실 이 상황에서 급여가 오르거나 보너스가 생기는 것 없이 업무량만 늘어나는 것이니, 분명히 또 누군가는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나는.. 물론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니 당분간은 더욱 정신없고 힘든 상황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2025년에는 이런 나의 상황을 한 번 즐겨보려고 마음을 먹는다.
이제까지 해 보지 않았던 Business의 PM 이기에 어려움도 많을 것이고 쉽지 않은 길이 눈앞에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까지의 나의 능력을 믿어준 회사에 또 한 번 나의 도약을 보여주고 싶다.
일단 영어공부부터 시작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