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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새해 첫날 해돋이루틴

by 초마


"지금 새벽 5시인데 지금 나가는 건 너무 오버야!!"


"해수욕장 주차장에 주차하려면, 지금은 나가야 해!!"


이렇게 새벽에 초파와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초파는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6시 직전에서야 숙소에서 옷만 입고 이미 정해놓은 해돋이를 볼 장소로 출발했다.


휴대폰 앱에서 확인되는 내비게이션으로는 오늘 해돋이 장소로 정한 속초외옹치항 도착지에서도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역시 5시에 나가는 것은 혼자만의 오버였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속초해수욕장을 지나가는 길은 한산해 보이기까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차를 속초해수욕장으로 돌릴까 하다가, 괜히 시간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원래 정했던 속초 외옹치항 해수욕장 주차장으로 향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주차장 입구에서 그냥 지나가라는 수신호를 보내는 주차관리분들이 보였다.


"지금 여기 주차가 안 되는 거예요??????"


"네, 만차니까 지나가세요!!"






"내가......... 분명히......... 5시에 나와야 한다고 했지!!!"


우리는 어젯밤 숙소에서 온 가족 모두 2025년 계획에 대해서 각자 쓰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초파도 나도 버럭 하지 않기로 했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버럭 할 뻔 한 상황이었다.


속초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전체가 차로 뒤덮여 있었고, 마땅히 주차할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무작정 앞으로 가기엔 이미 만차인 주차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은 뻔하기에, 근처에 주차를 할 만한 공간이 있는지 매의 눈으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왼편으로 보이는 언덕 쪽으로 일단 차의 방향을 돌리고 올라가는데, 코너 부분에 우리 차 한 대를 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보였다.


'그래, 여기에 주차하면 되겠다!'


그래도 쉽게 주차할만한 곳을 찾았기에 나의 마음은 금세 누그러졌고, 초파는 피곤하니 조금이라도 잠을 청하라고 했지만, 내 눈앞에는 속초아이가 반쯤 보이고 있고, 이미 내 마음은 들떠서 잠이 오지 않았다.



7시가 됐을 때, 우리는 해변으로 출발했다.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지만, 집에서부터 챙겨 온 담요와 핫팩, 넥워머와 모자 장갑등으로 일단 아이들을 중무장시켰다. 새벽이기도 했고, 혹여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주말까지 할머니집에 있어야 하는 둘째가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아빠의 손을 잡고 신나게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늘 해돋이는 어떨까 기대가 되었다.


길을 건너, 누군가가 길을 만들어 둔 것 같은 수풀을 헤치고 지나가니 바로 해변이 나왔다.




해변에는 아직 해가 뜨기 30분 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꽉 차 있지는 않았다. 몇몇은 커플이, 몇몇은 친구들끼리 함께 온 듯했지만, 대부분은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옆에는 이제 서너 살쯤 된 아이가 있는 대가족이었는데, 그 가족들은 옆에서 계속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실, 불편할 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그 가족은 해뜨기 전 바다와 롯데리조트의 풍경을 찍고 있는 내 옆에서 갑자기 사진 찍고 있는 내 프레임 안으로 훅 훅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었고, 바다로 무작정 뛰어드는 아이들 잡는다고 할아버지며 아빠며 내 카메라 안 영상의 원치 않는 모델이 되었다.


결국, 나는 몇 번의 영상을 지우고 지운 끝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지만, 그 가족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마음도 잠시, 누군가가 소리친 한 마디에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사라지고 순간 조용해짐을 느꼈다.

"아, 정말 너무 예쁘다!"라는 말과 함께,





"올 한 해 행복하자!!"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속초 해변을 바람처럼 번져 나갔다.



나도 그 바람을 함께 타면서 우리 가족 올 한 해 행복하자! 를 외치며 영상을 찍었다.



구름사이에서 올라오는 2025년 1월 1일의 첫 해는 내 마음을 다시 쿵쿵 뛰게 만들었다.



아이들과 하나씩 하나씩 우리 가족의 루틴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시작한 새해 첫 해돋이 루틴은 비록 몸은 너무 피곤하고 힘들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각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새벽에 일어나서 힘들고 졸리지만, 해가 뜨는 것을 보면서 또 즐겁게 사진을 찍어줘서 고맙고, 오늘의 해는 2025년의 첫 해라고 이야기해 주니 더 멋지다고 말해주는 초롱이가 고마웠다.


나는 올 한 해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한 번에 다 할 수 없음을 알기에,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보려고 한다.



미소가 닮은 우리 가족의 2025년 첫 여행, 속초에서의 사진으로 올 한 해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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