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자, 우리 이제 여기에 2025년의 목표를 적는 거야!"
"엄마 나는 하늘색!"
"엄마, 나도 나도!!"
"그럼 엄마는 핑크색으로 해야지!!"
사실 2025년도의 목표를 정하는 것은 내가 목표한 것을 꼭 이루자고 다짐을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매년 마지막 날 저녁, 올 한 해의 나의 고쳐야 할 부분과 내년의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초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젤리를 사러 아트박스에 갔을 때, 각자 목표하는 것들을 적을 예쁜 종이를 사고 싶었는데, 마침 색색이 있는 편지지가 눈에 띄었다.
아이들의 젤리와 함께 슬쩍 나의 편지지도 계산대에 밀어 넣었다.
물론 눈에 확 들어온 스티커도 함께, 초파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결제가 되었다고, 또 몰래 팬시류를 산 것이냐며 한소리를 했지만 나는 슬쩍 팔짱을 끼며, 특별한 날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저녁을 먹고 속초중앙시장에서 군것질거리를 한가득 손에 들고 숙소로 돌아온 다음, 내일 해돋이를 보고 오면 바로 퇴실을 해야 하기에 미리 퇴실 준비를 해 두었다.
초콩이는 바로 할머니집으로 가야 하기에 가지고 온 가방에 초콩이 실내복과 이틀 동안 공부할 책과 패드를 챙기고, 미리 숙소에 있는 코인세탁실에서 빨래까지 다 돌리고 온 다음, 우리 가족의 첫 새해 목표 발표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초파는 뭘 적느냐고,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이런 걸 왜 하냐며 시큰둥했다.
하지만, 초롱이와 초콩이가 너무나 열심히 적는 모습을 보더니 슬그머니 테이블에 내려와서 함께 앉아서 2025년의 목표를 적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초파도 우리의 계획에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안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계획에 함께 적극 동참해 주는 모습에서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나도 이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우리 가족은 숙소의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않아서 각자 2025년의 목표를 적기 시작했다.
사실, 예비초등인 8살이 된 초콩이는 시늉만 낼 거라고 생각했었고, 올해 5학년이 될 초롱이는 자기가 해야 할 것들이 아닌 하고 싶은 것들만 적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의 생각과 목표에 너무 깜짝 놀랐고, 무엇보다도 초파의 목표에 너무나 감동했다.
초파의 2025년 목표는 오로지 감사와 사랑이었다.
이제까지 표현에 인색했던 초파가 조금씩 달라지려고 하는 것 같아서 사실 내가 제일 감사했던 것 같다.
나의 2025년 목표 역시,
아이들에게 소리만 지르고 화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웃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기,
가장 중요한 건강을 위한 운동 꾸준히 하기
그리고 내가 목표한 읽고 쓰는 것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항상 감사한 마음 갖기였다.
초롱이의 2025년 목표는
이제 12살이 되는 초롱이는 마음의 변화와 공부 등할 일에 대한 목표를 적었고,
평소에 나의 잔소리와 계획표쓰기 연습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목표 설정을 멋지게 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한참을 나와 초파가 적었던 것을 보더니
엄마와 아빠가 쓴 것을 따라 적었다.
마지막 초콩이의 계획표를 보면서
너무나 사랑스러움에 웃음이 저절로 났다.
제일 처음은 엄마 생일축하하기,
누나 공부할 때 옆에서 하나씩 덧셈을 연습하더니
공부 매일 10장씩한다고 하는 다부진 목표!
그리고 지난 가을 설악산 울산바위를 코앞에서
못 올라가서 아쉬웠던 것으로 계속 다시 가야 한다고 놀렸더니, 계획표에 적은 것이 귀여웠다.
나머지 초콩이의 목표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멋진말 해주기, 뽀뽀해주기, 엄마에게 소리지르지 않기, 엄마 안아주기 등은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났다.
아이들이 나와 초파의 계획표를 보고 따라쓰는 것을 보고서, 얼마 전 읽었던 데일리데드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는가?
- 데일리데드 중 -
우리 가족은 속초의 숙소에서 각자 2025년의 발표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올 한 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마음에 담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초파 역시 초파가 마음먹고 목표한 것들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한 해를 보낼 것이라 믿는다.
물론, 이 목표들이 100% 다 지켜질 수도 있고,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정한 목표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아이들에서 항상 웃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고, 화가 나겠지만 참아볼 것이고,
모든 평안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내가 되어보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