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비유하는 표현과 물체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내가 굳게 믿는 나만의 비유는
각 개인의 전체 인생은 팔레트이고, 그 팔레트를 통해 평생동안 완성되는 작품이 '나'라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빈 팔레트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팔레트 속에 다양한 색깔의 물감을 채워나가며 성장한다.
그 물감은 가족과 친구를 포함한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배움과 경험, 혹은 감정일 수도 있고
새로운 장소에 가보면서 채워지는 물감일 수도 있다.
그리고 대게는 하나 하나의 개별적인 경험으로 채워진다.
내가 인생이 팔레트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각 물감 색들이 개별적으로, 독립된 채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영어영문학을 공부하면서 노란색 물감을 내 팔레트 속에 채워넣었다.
그리고,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파란색 물감을 채워넣었다.
영어영문학과 정치외교학과라니, 쉽게 어우러지는 조합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영문학 작품 "The Brave New World(멋진 신세계)" 라는 작품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고,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간의 경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려진
중앙의 통제를 정치외교학의 관점에서 풀어내본 적이 있다.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어, 초록색을 창조해내었다.
또 다른 예를 한 번 들어보자면,
나는 어렸을 때 부터 패션을 정말로 좋아했다.
항상 장래희망과 하고 싶은 것은 바뀌면서도 그 속에서 패션은 늘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나는 빨간색 물감을 팔레트에 간직해왔다.
어느 순간부터 환경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연두색의 물감을 채웠다.
사실 이 두가지는 수채화와 유화를 섞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세상은 변하고, 패션에서 지속가능성은 이제 뗄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그렇게, 빨간색 물감과 연두색이 섞여 갈색을 만들어냈다.
내가 정말 우연하게 경험하게 되었거나, 전혀 다시 사용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물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들 그런 경험 한번 씩은 있을 것이다.
정말 우연히, 혹은 정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들었던 오래전 필수 혹은 일반 교양 수업에서 배웠던 무언가를
일상 생활 속에서 혹은 일을 하면서 써먹을 일이 있었던 경험 말이다.
정말 다 말라 비틀어져가는 물감에 물을 한방울 떨어 트려 우리는 몇년이 지나고서라도
그 물감을 쓸 일이 생길 지 모른다.
여기, 나의 브런치 공간도 그렇게 차곡차곡 물감을 쌓아나갈 예정이다.
이 공간 또한 하나의 작은 팔레트로, 서로 다른 다양한 색깔을 남겨두면
언젠가는 그 각각의 색깔이 합쳐져 또 새로운 창조를 이루어 낼 수도 있고
또 각 색깔을 보고 방문해준 사람들이 또 다른 색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 팔레트 속 각각의 색깔들을 씻어내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할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그 모든 사람이 자신의 팔레트 속에서 무궁한 가능성을 찾고 자신이라는 명화를 완성할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