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 물이 흘러내린 집

[불난 집 아랫집의 간접피해 보상기] 9화

by 조서경

[본 글은 개인 경험 기록이며, 개인적 판단을 포함합니다. 상세 고지는 글 하단을 참고하세요.]



2024년 11월 어느 날 아침,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저희 게시판에 문의 남기셨지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였다. 새벽에 몇 개의 쇼핑몰 게시판에 문의를 남겼기 때문에 어딘지 알 수는 없었다.


”네 게시판에 문의를 남기기는 했어요 “


”저는 문의 남겨주신 OOO편백수 담당자인데요, 글로 답변드리는 것보다 전화가 나을 것 같아서 전화드렸습니다. 화재 피해를 봐서 벽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셨던데, 어려운 상황 같은데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실래요? “


그 전화가 일단 반갑고 고마웠다. 솔직히 내가 경험한 화재 피해는 어디 터놓고 말할 데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말해야 전달이 될까 싶었고, 직접 피해가 아니고 간접 피해라는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일정 확인하느라 2024년 11월 다이어리를 보니 어떻게 살았나 싶다. 한 달 내내 호흡기 내과, 피부과, 탈모 병원, 정형외과,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었고, 7일에는 피해 물품을 싸들고 분석기관을 방문했고, 화재 세탁을 마친 옷이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나서 직접 차에 싣고 가 AS를 맡겼다. 8일부터 가구를 새로 들였고, 초순에 소방서에 문의한 뒤 11일 방문하여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20일에 받은 세탁물이 여전히 냄새가 나 23일 내 돈으로 세탁을 한 번 더 맡겼다. 정형외과 의사의 조언으로 19일 신경정신과를 처음 방문할 때 울면서 들어섰던 기억이 난다.


쇼핑몰 게시판에 글을 올린 날은 그 11월 중 14일이었다.


<윗집에서 불이 났는데, 아랫집인 우리 집에 소방수가 내려와 천장과 벽이 젖었었다. 화재 청소도 했는데 현재 벽에서 연탄 냄새가 난다. 편백수를 뿌리고 싶은데 어떤 제품이 좋을지 모르겠고, 오일을 섞어 사용하려면 어찌하는지 알려달라>라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벽이었다. 매캐한 냄새가 나던 가구를 버렸고, 옷도 세탁소에 맡기고 없는 날, 아마도 명상 행사가 있어서 하루 종일 집을 비웠던 9일이 아닌가 싶다. 날이 추워지니 창문을 닫고 다녀왔는데,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 때 또 냄새가 났다. 꼭대기까지 바위를 밀어 올리고 나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져 버리는, 그 바위를 보는 시지프스 심정이 이러했을까. 암담하고 참담했다.


그런데 이전의 매캐한 냄새와는 좀 달랐다. 매캐함이 코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움이라면 이번 건 좀 묵직하고 탁했다. 어딘가 익숙한 냄새기도 했다. 지금은 난방 연료로 연탄을 쓰는 집이 많지 않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대부분 연탄을 썼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 골목길을 걸어 대문을 열면 묵직한 탄 냄새가 날 때가 있었다. 그러면 오늘 우리 집 연탄 들였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성인이 돼서도 이 탄 냄새에 대한 기억이 있다. 태백 등 탄광도시로 취재 갈 때, 아직 그 도시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석탄 냄새가 맡아졌다. 그럼 이제 다 왔구나 싶어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면 운전하던 피디가 하던 말.


“아직 멀었어요.”


내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추억이 화재 피해라는 가혹한 상황에서 떠오르다니, 감정상으로 별 연관성이 없는데도 냄새는 강하게 기억을 소환한다. 그와 유사한 냄새가 집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우선 소방서에 전화를 했다. 화재 초기에 환풍기를 통해 노란 냄새나는 물이 흘러내렸고, 천장과 벽이 젖었으며, 추석 연휴를 전후하여 집이 동굴처럼 축축해졌던 때가 있었고, 발화세대의 공사는 내가 입주한 후에 이뤄졌다. 거의 두 달 정도 화재 진압에 쓰인 소방수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 소방수에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요?"


전화를 받은 소방관은 소방수는 깨끗한 수돗물이며, '화재 관련 물질이 섞여 유입된 경우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요지의 설명을 주었다.


손해사정사에게 말했을 때 '그 말대로라면 불난 집은 다 부숴야 하냐'는 다소 날 선 반응을 보였고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원활치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화재 피해를 입은 집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화재 유해 물질이 완전히 다 빠질 때까지 비워둘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으니 화재 청소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마련하는 게 아닌가.


"시멘트 벽으로 어떻게 화재 물질이 내려와 냄새가 날까요?"


또 다른 손해사정사가 나에게 오히려 물었다. 나는 당시 이 설명을 할 수 없었고, 처음 이 글을 올릴 때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수정 글을 쓰면서 편백오일에 대한 자료를 AI에게 요청했더니 이 내용이 딸려 나왔다.


<화재 유해물질은 복합적이고 다공성 표면에 흡착되므로...>


또 다른 AI가 답했다. 화재 오염물질은 다공성 건축자재에 잘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화재 오염물질은 다공성 표면에 흡착될 수 있습니다. 다공성 물질은 넓은 비표면적과 기공 구조를 가지고 있어 오염물질을 표면 달라붙게 하는 흡착 현상이 잘 일어납니다. 건축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석고보드, 목재, 단열재 등의 다공성 자재는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 입자, 유해 가스, 그을음 등의 오염물질을 흡착하여 장기간 잔류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화재 후 다공성 건축 자재는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특별한 청소 및 복원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11월 당시에는 이 내용을 몰랐다. 그때는 화재청소 전문가가 쓴 자료를 봤는데 화재 청소를 해도 70% 정도 복구되며 나머지는 환기, 청소를 하며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청소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우선 새집증후군에 효과적인 베이크아웃을 했다. 긴 시간 외출하는 날에 보일러를 35도로 가동하고 창문을 닫고 나갔고 돌아와서 3시간 이상 환기를 시켰다. 청소업체 관계자는 그렇게 하면 불이 날 수도 있으니 보일러를 가동하면서도 창문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도 해보았다. 베이크아웃은 효과가 있어서 한 이틀 정도는 괜찮았다. 청소업체에서는 도배지를 다 뜯고 다시 청소할 게 아니라면 환기하면서 가끔 들러서 피톤치드를 분무해 주겠다고 했다.


청소업체에서 사용하는 탄내제거제를 사용해 본 적이 있어서 그래볼까 싶었지만 이내 포기했다. 업체에서 사용하는 약품은 농도가 짙어 희석 비율을 잘 맞춰야 하고, 약품으로 닦고 나서 일정한 시간 안에 젖은 물수건으로 다시 닦아내야 한다. 내가 청소 전문가도 아니고 그 시간을 맞출 수는 없었다.


그러다 편백수가 떠올랐다. 편백수가 새집증후군을 완화하고, 공기정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화재 사고를 겪으면서 모든 청소업체에서 마지막에 피톤치드를 분무해 주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보니 차량 스팀 청소를 해도 마지막에 편백수를 뿌렸고, 에어컨 분해 청소 후에도 편백수로 마무리했다.


내 얘기를 들은 OOO, **편백수 사람은 '편백수로는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편백수는 정제수에 편백오일을 섞은 것인데, 편백오일을 몇% 섞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판매되는 제품 중에서 가장 높은 함량이 편백오일 3% 제품인데, 이것으로는 탄내 제거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임시대책으로 편백오일을 헝겊에 묻혀서 냄새가 나는 곳을 닦아보면 어떨까 했다. 마스크를 쓰는 등 안전한 상태에서 시도하고 여러 가지 주의점을 알려주었다.


"오일이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하고, 벽을 닦은 헝겊의 냄새를 맡지 마십시오"


여기저기서 들은 설명을 종합해 보면, '자연물질인 피톤치드는 오염물질을 중화하는 성질이 있다. 피톤치드가 오염물질을 감싸서 사람이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고 환기할 때 같이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벽을 닦은 후에는 피톤치드가 일을 하도록 한두 시간 문을 닫아놨다가 온 창문을 다 열어 한 시간 정도 환기를 시킨다. 그리고 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어보면 실내 공기가 깨끗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기청정기 얘기도 좀 해야겠다. 입주하고 나서 걱정이 돼서 좀 비싸고 성능이 좋은 공기청정기를 구입했다. 안심이 됐었는데, 사용 8일째, 공기청정기에서 매캐한 바람이 나왔다. 당시는 아직 냄새나는 가구며, 옷이 집에 있었기 때문에 더 심했을 것이다. 다행히 세척 가능한 필터여서 자주 세척을 했다. 때문에 공기청정기 필터의 상태로도 실내 공기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편백오일로 벽을 닦은 뒤 냄새가 완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초기에는 연탄 내가 나서 닦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보다는 가슴이 좀 답답해질 때 오일로 벽을 닦았다. 그 증상이 점차 완화되어 나중에는 일주일째 청소를 안 하네, 몇 주가 지났네... 그렇게 됐다. 너무 비싼 방법이라 어느 정도 수습된 뒤에는 오일 청소를 그만뒀다. 물론 나는 그 유해함이 다 사라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목은 여전히 칼칼했었는데 이사하고 나서 보다 나아진 걸 보면 100% 복구된 것은 아니었다보다 생각한다.


나는 편백오일이 탄내를 제거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 항산화성분 등이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자다가 겨드랑이가 찢어지듯이 아파서 잠이 깼고, 한밤중 별 방법이 없어서 편백오일을 처덕처덕 발랐던 적이 있다. 아침에 통증이 좀 가셨길래 업체에 문의했더니 몸에 바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100% 에센셜 오일이 부작용을 발휘하지 못할 만큼의 급박한 상황이라 그랬을까, 나는 편백오일을 사용하면서 별 부작용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편백오일을 사용할 때는 주의가 요구된다. 자료를 찾아서 몇 가지 적지만 이것은 참고용일 뿐 전문가의 자문을 대체하지 않는다.


<100% 편백오일은 농도가 높아 피부 접촉만으로도 발진,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농도 휘산 상태는 기침, 호흡 곤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벽지, 페인트, 목재 등에 오일 성분이 스며들면 얼룩, 변색, 도막 손상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사용 시 장갑, 마스크 사용이 권장되며, 사용 후에는 반드시 환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임시방편이었다 할지라도 나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줘서 감사하며 그 집을 떠난 지금도 편백오일 한두 병이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된다.


10월 25일 추가

화재 피해를 입거나 담배 냄새가 찌는 집의 벽면 청소는 전문적인 화재 청소-스팀청소, 오존 청소 등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해야 한다는 자료를 보았다. 대체로 한 번만 하고 입주하는데 입주를 미루더라도 분진이 안 나올 때까지 청소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이번 글이 독자의 판단을 방해할까 봐 일단 내용을 추가하고, 이후 더 자료 조사를 하여 뒤 편에 쓸 예정이다.


본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관련 서류와 자료(증빙)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빠르게 대응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적, 과학적 내용은 개인의 경험과 참고 자료 및 제삼자의 의견을 종합한 개인적 판단이며, 전문적 검증이나 수치화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본 게시물은 고의적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실 관계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에 정식 접수되어 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접수번호: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