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간접피해-보장 확대 필요성에 대한 개인적 제언

[불난 집 아랫집의 간접피해 보상기] 15화

by 조서경

[본 글은 개인 경험 기록이며, 개인적 판단을 포함합니다. 상세 고지는 글 하단을 참고하세요.]


최근에 자주 듣고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거의 1년 만에 글을 쓰면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데, 알고리즘이 그의 영상을 끌어왔다. 언제 트로트계에 데뷔했지? 영상이 뜨는 대로 이것저것 듣는데, 한 노래가, 정확하게는 한 구절이 귀에 쏙 들어오더니 마침내는 흥얼거리게 했다.


“다시 가라 하면 나는 못 가네. 마디마디가 서러워서 나는 못 가네 ♬”


최근에 내가 하는 생각과 똑같았다. 다시 하라 하면 나는 못한다. 마디마디가 서러워서 나는 진짜 못한다. 지난번에 올린 14화 <피해는 복구하지 말고, 일단 보존하라 1>을 보고 동생이 톡을 보냈다.


“속상하네 정말”


보는데 눈물이 났다. 얼마나 속이 상할까. 어디선가 두들겨 맞고 와서 말도 못 하고 있던 가족의 몸에서 상처를 발견한 순간, 그 시간을 견뎠을 패인 가슴을 지켜보는 고통이 다시 내게 전해졌다. 미안하다.


이 시리즈를 쓰면서 초반에는 힘들었던 것 같다. 고스란히 재현되는 당시의 상황, 감정, 고통. 그 장면을 대체 몇 번을 쓰는 것이냐. 개인보험에 보낼 1차 피해 보상 청구서, 그 청구서가 씨알머리도 안 먹혀서 다시 쓴 2차 피해 보상 청구서. 발화세대 보험사에 수정본을 보내고, 무시당한 끝에 금융감독원에 조정 신청을 내기 위해 다시 수정했다. 쓸 때마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힘들었다. 그 감정이 이 시리즈를 쓰는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글이 계속되면서, 뭘 써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이런 피해에 대해 바뀌어야 할 큰 전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피해자의 글쓰기’에서 ‘작가의 글쓰기’로 옮겨가는 것을 느낀다. 작년 화재 사고 피해를 보면서 중단된 나의 글쓰기, 잊고 있던 작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의 정체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여러 편에 나눠서 피해 내용과 대처 방법을 쓰고 있는데, 왜 이런 복잡한 상황이 생긴 것인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리하려고 한다. 중간 점검이다. 전회에 이른 <피해는 복원하지 말고, 일단 보존할 것2>은 다음 화에 이어가겠다.


제목에 있다시피 내가 입은 피해는 화재 ‘간접피해’이다.

화재 피해는 크게 직접 피해와 간접피해로 나뉜다. 직접 피해는 화재 그 자체로 인한 것, 불에 타는 것, 진압 과정에서 파손, 화상 질식과 같은 직접적인 사상 등을 말한다. 간접피해는 화재 발생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부수적, 파생적으로 발생하는 손해, 즉 화재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를 말한다. 영업손실, 임시 거주 비용, 대차료, 물품의 가치 하락, 잔존물 처리비용, 도난 등 기타 파생 손해, 정신적 피해, 치료비 등이 포함된다. 인접 세대, 이웃에 발생한 피해도 대체로는 간접피해 범주에 들어간다.


아파트를 예를 든다면, 발화 세대의 위층이나 옆집은 불이 옮겨 붙을 수도 있고, 시커먼 그을음 피해가 심할 수 있다. 발화 세대 아래층은 불이 옮겨 붙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불을 끄기 위해 뿌린 소방수 피해를 본다. 또한 화재 연기 초미세먼지의 특성상 아랫집도 그을음 피해를 피할 수 없고, 윗집이나 아랫집이나 그 주변 세대는 심한 냄새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나는 발화 세대 아랫집에 거주해서, 그을음과 물에 의한 피해를 보았다. 문제는 매캐한 냄새는 나는데 눈으로는 그을음을 확인할 수 없고, 냄새는 주관적이라 피해 인정이 어렵다는 보험사의 주장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물에 의해 피해는 윗집의 불을 끄기 위해 뿌려진 물이 아랫집으로 쏟아져 내려 천장과 벽면을 적신 경우, 그로 인해 가재도구가 젖은 경우를 말한다. 내 옷과 침구류 등은 퀴퀴한 냄새를 냈고 축축하게 젖었었다.


그을음 피해는 흔히 까만 가루가 묻은 경우, 눈에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손해사정사는 그을음 피해는 손을 만졌을 때 까맣게 묻어야 피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까만 가루가 손에 묻기는커녕,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매캐한 냄새가 가구, 옷. 책 등에서 났고, 벽에서도 났다.


냄새는 이유 없이 원인 없이 나지 않는다. 매캐한 냄새는 매캐한 냄새를 내는 물질로 인해 난다. 화재 영향으로 나는 매캐한 냄새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일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 그리고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일부는 발암물질로 분류됐을 만큼 인체에도 해로운 물질이라고 한다. 그을림이 눈에 보이지도 않아도 매캐한 냄새에 시달렸는데, 그을음이 눈에 보일 정도고 손에 묻고 온 집안을 뒤덮었다면, 그 냄새는 오죽할까.


또한 화재 연기는 초미세먼지여서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다 들어간다는 것이 경험에서 온 내 의견이다. 구석구석이란 이런 것이다.


싱크대를 청소한 다음에 사용하는데, 싱크대 문을 여닫을 때마다 매캐한 냄새가 나고, 또 나고. 그래서 짐을 다 빼고 다시 다 살폈다. 경첩 사이사이에 먼지가 껴서 냄새가 났다. 나중에 보니 화재 청소할 때는 그런 나사못까지 다 풀어서 닦아야 한다고 한다. 경첩을 풀기가 힘들어서 탄내 제거 약품을 연속 분사 강력 스프레이 통에 담아 뿌려서 줄줄줄 흘러내리게 했다. 그렇게 닦아냈다.


책상도, 도대체 앉아서 일을 할 수 없어서 보니, 책상 상판에 네 다리를 연결하는 부분. 한번 들여다보시라. 얼마나 홈이 많고, 나사못이 많은지. 그리고 상단은 약하게라도 도장을 했는데, 하단은 도장이 안 돼 있었다. 탄내 제거 약품을 연속 분사해도 냄새를 없애지 못했다. 분진이 이미 흡착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상 3개를 버렸다.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사고 어느 정도 정리가 돼가자, 음악이 듣고 싶었다. CD를 넣고 음악이 나오는데, 또 냄새가 나는 것이다. 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그래서 스피커를 노려보다 뜯었다. 그 안쪽 하단에 까맣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 작동하면서 진동하니 이 먼지가 밖으로 나오면서 냄새가 난 것이다. 물론 먼지는 화재 전에도 앉을 수 있었겠지만 그때는 매캐한 내는 나지 않았었다. 열 수 있는 만큼 열어서 닦아내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이런 경우가 스피커뿐일까.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노트북 전원 잭을 꽂았는데 화면이 안 들어왔다. AS를 맡겼더니 ‘잭을 끼는 부분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전원잭을 끼는 순간 타버렸다’라고 한다. 노트북은 밖에 잘 가지고 다니지도 않고, 집에서 줌 수업을 할 때만 사용하고, 집이 그렇게 먼지 구덩이도 아니고, 특히 1년 전인가 윈도를 다시 깔면서 맡겨서 청소했던 터였다. 게다가 타버렸다니. 작가로 활동하며 노트북을 7~8개 사용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러니 입증할 수 없지만 나로서는 화재 피해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있나.


“이거 전자제품 다 수명 짧아져요”


냉장고든가, 세탁기든가, 에어컨이든가. 분명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방문했던 AS기사가 말했었다. 화재 피해를 보면 전자제품의 수명이 짧아진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자료를 보니 간접피해 보상에는 ‘물품의 가치 하락 및 장기적 수리비용(탈취 폐기, 복원)’이 포함돼 있다. 몰라서 이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네. 억울해라.


억울한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한 자료에는 발화세대 아랫집이어서 그을음이 뒤덮이고 물 끈 불이 천장으로 쏟아져 내렸는데도 보험사가 몇십만 원의 청소비만 제시했다고 한다. 글쓴이 표현에 따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을음, 탄내를 없애기 위해서는 신축 수준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도배, 대청소, 세탁이 필요함에도...’라고 되어 있다. 물론 이후 협상을 통해 보상 범위를 확대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 과정은 또 오죽했을까.


화재 연기가 말짱하게 연기만 유입되는 경우도 있을까. 발화세대에서 멀리 떨어진 가구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근 세대는 불을 끄느라 뿌린 물의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그리고 연기와 물이 함께 들어왔다면 그을음 피해는 훨씬 커지지 않을까 싶다. 집에 습도가 높아지면서 매캐한 냄새가 심해진다는 것과 흡착된 분진이 잘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화재 후 대처 방법이라는 여러 글에도 피해 본 물품을 섣불리 물청소하면 그을음이 더 깊이 스며든다는 경고들이 있다.


피해 발생 시에 보상받기 위해서 안전장치로 보험이 있는데 왜 이렇게 보상 협상이 힘든가. 나는 내 보험의 약관을 읽어도 내용을 모를 정도인 사람이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내용에 대한 오류가 발견되면 공지하고 수정하도록 하겠다.


현행 보험 보상 체계는 ‘직접손해’ 위주의 보상, 즉 화재로 인한 건물, 집기 등 직접적인 재물 손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재산 피해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발생하며 직접피해에 의한 영업 중단, 임시 거주, 이사 비용 등 간접손실이 있을 수 있고 이 손실이 더 큰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발화 세대가 아닌 주변 피해세대는 대체로 간접피해를 입는데, 간접피해의 산정 기준과 범위가 정확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받는 방식이 매우 여러 가지여서 피해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간접피해의 통계를 찾고 싶은데,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재산 피해액이나 인명 피해로 집계되지만, 간접피해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집계가 잘 안 된다고 한다. ‘장기적이고 복합적’이라는 말에 꽂힌다. 복합적인 피해가 두고두고 발생한다는 뜻이리라.


나는 간접피해에 대해서 보장 범위가 현실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아파트 등 밀집진 주거 환경에서 피해자가 많고, 연기와 그을음 피해는 간단한 피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화재가 보통 화재인가. 낙엽이 타도 유해하다는데, 온갖 플라스틱 물질이 탄 몹시 유해한 물질이 발생하며, 한번 흡착되면 잘 제거되지도 않고, 인체에도 해롭다. 그러니 이 피해에 대해 현실적인 보상을 하도록 보험 보장 범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역시 자료에 의하면 일반 화재보험의 보장 범위가 이미 화재로 인한 직접적 손실뿐 아니라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연기, 소방작업으로 인한 파손)까지 포함하도록 확대됐고, 손실을 보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특약도 생겼다고 한다. 그러니 화재보험에 가입하려거든 기본 보장은 물론 특약도 잘 살피는 게 좋겠다. 그럼에도 화재 간접피해에 대한 기준과 보장 범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화재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예전에 취재했던 와인 구독 회사에서 올해 8월에 나온 자료가 눈에 띈다.

https://blog.naver.com/jj5835/223974172274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그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주요 포도 재배지들이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데, 가장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위협은 불이 아니라 ‘연기’라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 와인 산업에서 ‘연기 피해’ 문제가 점점 더 자주 언급되는데 여러 곳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여러 가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기 피해는 포도의 단순한 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와인의 향과 맛, 심지어는 장기 숙성 잠재력까지는 손상시킬 수 있는 심각한 품질 결함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품질 결함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 내용은 스킵) 이런 연기 피해가 생기는 이유는 화재로 발생하는 화합물들이 흡착, 흡수되기 때문이다. 연기 화합물이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노 셀룰로오스 기반 식물 등급 코팅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고, 경제적 대응을 위해 연기 피해 전용 농작물 보험이 확산하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에서는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이 자료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내용은 연기 피해의 확대와 보험의 강화 부분이다. 피해의 양상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피해가 발생하면, 현실에 맞도록 보상 체계도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직접 피해보다 간접피해가 더 크고 치명적이고, 장기적이고 복합적이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겨준다면 간접피해에 대한 보장 범위가 넓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누가 알아서 해줄 것도 아니고, 저절로 될 것도 아니고, 한꺼번에 될 일도 아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소비자들이 하나씩 요구하면서 범위를 넓혀가도록 하는 수밖에.


화재 피해가 온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것이 온다는 뜻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문득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 생각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사람은 귀하고 반갑기나 하지, 화재 피해는 진심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끔찍하고 서러운 경험이다.


“다시 하라 하면 나는 못하네. 마디마디가 서러워서 나는 진짜로 못하네 ♬”



본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관련 서류와 자료(증빙)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빠르게 대응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적, 과학적 내용은 개인의 경험과 참고 자료 및 제삼자의 의견을 종합한 개인적 판단이며, 전문적 검증이나 수치화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본 게시물은 고의적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실 관계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에 정식 접수되어 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접수번호: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