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 아랫집의 간접피해 보상기] 17화
[본 글은 개인 경험 기록이며, 개인적 판단을 포함합니다. 상세 고지는 글 하단을 참고하세요.]
이 시리즈 6화에서 화재 피해로 인해 생긴 신체 손상을 입증하기 위해 초진 기록과 진단서가 중요하다고 적었다. 그런데 신체 손상을 입증하기 위해 초진 기록과 진단서, 진료 영수증을 첨부하여 보험사에 제출했는데 아직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무엇이 더 필요한가 들여다보는 중이다.
과정을 잠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내가 가입한 개인보험에 가재도구 손실과 임시 거주비 등을 청구했고, 보상 절차가 마무리될 즈음 발화 세대 보험에 나머지를 청구했다.
그런데 발화 세대가 가입한 개인보험과, 관리비에 포함돼 나가는 아파트 단체보험 사이에서 핑퐁게임이 발생한 것이다. ‘핑퐁게임’이란 말은 보험관계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인데, 개인보험에서는 단체보험에 청구하라 하고, 단체보험은 개인보상에 청구하라고 하는 것이다.
이후 발화세대 개인보험에서는 이사비만, 단체보험에서는 폐기물처리비와 청소비 일부를 배보상하겠다고 했다. 의료비의 경우, 단체보험에서는 신체 손상은 등급표에 의해 지급한다며 가장 낮은 단계의 보상을 제시했다. 전체 의료비의 1/10에 불과했다. 개인보험에서는 일단 단체보험의 의료비를 받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하지만 탁구공처럼 '이리 탁, 저리 탁' 치이기를 석 달.
나는 그 ‘나중’이라는 말을 믿을 수 없게 돼버렸다. 내가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으나, 단체보험에서 약소하게라도 의료비를 받고 나면 개인보험에서는 ‘단체보험에서 배상을 받아버려서 안 된다.'라고 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탁 받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대처할 방법이 없어서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그리고 '어쩌면 내 느낌이 진짜 맞았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한 건, 금융감독원에서 피해자와 보험사가 알아서 조정해 보라는 자율조정 기간을 3주 주는데 그 기간 동안에도 여전히 이사비 얘기만 했기 때문이다.
의료비 배상을 두고 '이리 탁 저리 탁' 치일 때, 이것은 피해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건강하던 사람이 화재로 인해 몸을 다치고, 병원 다니고, 골골하면서 일상과 생업을 방해받았다. 그리고 장차 신경계 이상이나, 암이 생길까 봐 두려워 자주 검사를 받고 있는데, 왜 증빙이 있는 피해 당시의 의료비마저 외면하는 거지?
없던 정의감이 치솟았는지, 증상에 따른 병원 진료기록 외 무엇이 더 있어야 화재 간접피해 피해자들이 신체손상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알아보기 시작했다.
https://www.law.go.kr/LSW//admRulBylInfoPLinkR.do?admRulSeq=2100000222164&admRulNm
https://blog.naver.com/ick1028/222372110577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 규정」의 ‘특수건강진단 및 정밀 건강진단’ 조항을 보면 (1) 채용 후 배치 전 건강진단, (2) 정기건강진단, (3) 수시건강진단을 받는다. 이중 눈여겨볼 부분은 (3) 수시건강진단으로 '업무로 인하여 유해인자에 의한 작업성 건강 장해를 의심케 하는 증상을 보이거나 유해인자 노출이 의심되는 등 필요한 경우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수시건강진단에도 여러 검사 항목이 있지만 '유독물질 발생 현장 노출‘ 부분만 옮겨 적는다.
유독물질 발생 현장 노출 후에는 호흡기에 대한 문진과 진찰. 흉부 방사선 촬영, 벤젠(전혈구 검사), 혈중 중금속 검사. 소변 중 페놀, 혈중 벤젠 등을 검사하며, 이 검사는 노출 후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받아야 한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란 2개 이상의 벤젠고리로 형성된 방향족탄화수소를 말한다. PAHs는 고기를 굽거나 석탄, 가스 등의 유기물질의 불완전연소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성되거나, 산불, 화산 폭발 등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발생하여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매캐한 냄새를 내며 잘 흡착하는 성질이 있는데, PAH가 치명적인 가장 큰 이유는 입자상 물질(미세먼지)에 흡착돼 이동하며, 체내로 흡수된다는 점이다. US EPA(미국 환경청)은 우선 대상물질로 선정한 벤조(a)리펜 등 16종의 PAHs의 화합물들은 환경과 식품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발암성 물질이다.
(요약)
<<산단 지역 주민들의 인체 내 PAHs 노출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 4,019명을 대상으로 소변 채취를 하고 분석하였다. PAHs 물질은 일반적으로 체내에 들어온 후 대상 과정을 거쳐 다양한 대사체가 만들어지기 문에 PAHs에 대한 노출 평가는 일반적으로 소변 중 특정 대사체 농도와 혈액에서의 혈색소가체(Hemoglobin Adducts) 등을 측정하여 노출 정도를 평가한다. 분석 결과, 요중 PAH 대사체 농도 모두 산단지역 주민들이 대조지역 주민들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화재 피해자는 소변검사를 통해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노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때는 노출 즉시, 늦어도 1주일 이내에 검사하는 것이 좋다. PAH 대사물은 보통 노출 후 수일~수주 내 배설되므로 검사 시점이 늦으면 음성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편의 논문과 자료를 봤는데, 화재 현장에서는 유독물질에 노출되나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불에 의한 피해, 혹은 대피하다 다치는 등의 물리적인 신체 손상은 상대적으로 입증이 수월하지만, 화재 현장에 따라서 발생하는 유독물질의 종류도 다르고, 어떻게 신체에 작용하는지 연구도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https://www.fpn119.co.kr/133667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피해가 드러난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소방관의 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14% 높고, 호흡성 분진과 같은 다양한 유해 물질이 소방관의 신장암, 악성림프종, 폐암 같은 다양한 암, 뇌종양, 심뇌혈관계 질환, 파킨슨병, 각종 폐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보고자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서 완전한 보건 절차를 수행하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물과 비누를 이용해 방화복에 묻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HA)농도를 감소시키기
▸NP5 마스크와 장갑 착용하기
▸오염된 PPE(개인 보호 장비)를 만지지 않기
▸Cold Zone에 진입하면 바로 얼굴과 손을 씻고 수분을 섭취하기
▸방화복을 입은 채로 앉거나 쉬거나 먹지 않기
▸분진을 묻힌 채 집에 돌아가지 않기
화재 피해자가 소방관만큼 지속적으로 유독물질에 노출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와 같은 물질에 노출됐던 것은 분명하다. 피해자들은 하다못해 마스크도 없이, 방진복도 없이, 위험에 대한 상식도 없이 그 상황에 놓인다. 나처럼 몇 달씩 있기도 하고, 계속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면 같은 보건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를 쓰면서 알게 된 것은, 화재와 화재 피해에 대한 자료는 소방서와 소방관 관련된 곳에서 찾는 게 좋다는 점이다. 소방서에 전화해서 묻거나, 소방방재신문을 검색하거나, 소방 관련 사이트를 방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러 대학에 소방방재학과가 있기 때문에 실험이나 분석에 대한 문의도 대학에 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한 번의 연락이나 문의로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겠지만, 필요한 것에 다가갈 수 있는 시작점은 될 듯하다.
물론 이 검사 결과가 있어야만 신체 손상을 인정받는다는 말은 아니다. 화재로 인해 신체 손상을 입었고, 치료를 위해 병원 진료를 받았고, 증빙 자료를 제출했다면 피해는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 다만 보험사가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때 이런 검사 결과지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검사가 있는지 몰랐고 이미 시기를 지났기 때문에 할 수 없다. 하지만 과잉 진료를 한 바가 없고, 신체 손상이 화재와 관련이 있음을 입증했으므로, 지속적으로 배보상을 요구할 생각이다. 어떤 이유로 의료비 지급을 거부하는지 들은 바가 없다.
본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관련 서류와 자료(증빙)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빠르게 대응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적, 과학적 내용은 개인의 경험과 참고 자료 및 제삼자의 의견을 종합한 개인적 판단이며, 전문적 검증이나 수치화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본 게시물은 고의적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실 관계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에 정식 접수되어 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접수번호: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