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 아랫집의 간접피해 보상기] 3화
[본 글은 개인 경험 기록이며, 개인적 판단을 포함합니다. 상세 고지는 글 하단을 참고하세요.]
(진행)
세 번째 글을 쓰려는 날, 금융감독원에서 문자가 도착했다. 분쟁조정 신청서를 우편으로 보낸 날로부터 6일 만이다. 신청이 접수됐고, 담당자가 배정됐으며 이 건은 자율 조정이 가능한 건으로 판단되어 자율 조정 절차를 거친다는 것이다. 자율조정은 보험사와 민원인이 조율하여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3주 안에 자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이 개입하여 조정안을 낸다고 한다. 진행되는 것은 반갑지만, 보험사와 또 얘기할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8.26)
화재 사고가 나고 얼마 후 보험회사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사고 접수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다.
“사고 접수하셨나요? 앞으로는 손해사정사가 연락할 텐데요, 우선 보험사 손해사정사에게 일을 맡긴다는 동의를 해주셔야 하니 문자 확인하시고 동의 여부 알려주세요”
‘손해사정사’라는 직업을 이 사고가 나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자동차 사고 현장에 나오는 이가 보험사 직원이 아니고 ‘손해사정사’고, 실손보험을 산정해서 보내주는 문자에도 ‘OOO 손해사정사’라고 찍혀있었다.
보험사에서 전화가 오고 몇 분 그리고 도착한 문자.
보험업 법 제16조 및 보험업 감독규정, 손해사정 모범규준에 의거하여 (중략) 고객님께서는 당사가 손해사정 착수 전에 손해사정사 선임할 수 있으며, 그 선임의사를 금일로부터 3 영업일 내 당사에 통보하셔야 합니다. 손해사정사 선임 시 "손해사정사 선임에 관한 동의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규정에 따라 보험회사가 손해사정 비용을 부담합니다. 고객님께서 손해사정사를 선임하지 않거나, 3 영업일 내(회신기한 연장요청 시 10 영업일) 선임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 (중략)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당사와 위탁계약이 체결된 손해사정업자의 손해사정 업무진행에 동의하십니까? (동의/비동의 화신 필수)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사에게 일을 맡기겠느냐, 아니면 피해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 문자를 형식적인 절차로 받아들였지 내 이익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의한다’라고 회신했고, 얼마 후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사가 방문했다.
이 사고 과정에서 모두 세 명의 손해사정사를 만났다. 내 개인보험, 발화 세대 개인보험, 발화 세대 단체보험. 모두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사로 피해 조사를 하고, 보상이 되네, 안되네. 실랑이하고, 1차 피해 추정액을 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의 소통 혹은 업무 지시가 얼마나 있는지, 실제로 어느 정도의 권한과 책임이 있는지 전혀 모르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최종 결정 권한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폐기할 것은 사진 찍어놓고 버리면 되는데, 최종 보상 여부는 보험사 입장에 따를 수 있다"
"자료를 주시면 저는 보험사에 올려볼 건데, 보상이 된다 안된다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다"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사는 보험사의 보상 기준을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피해 입증을 하지 않으면 피해 보상은 받기 힘들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 번은 내 피해를 호소하다가 문득 '저 직업도 쉽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도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뭐 그렇죠. 어떤 분들은 내가 불을 내서 피해를 준 것처럼 화를 내기도 하시죠"
"그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피해 사실을 달리 말할 데도 없고. 그리고 자꾸 뭘 입증하라니까 화도 나고"
"네, 피해 입증이 쉽지는 않죠"
만약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출연자로 보험사 담당보다는 손해사정사를 선택할 것 같다. 사고 현장에 나가고, 피해자나 발화자를 직접 만나고, 끊임없이 공방이 이어지며, 보험사와의 관계도 있으니 인간적 갈등이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갈등'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그들은 눈에 보이는 피해 상황도 피해자가 인지 못 하면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 피해자가 인지하고, 물어보거나 호소하면 그때 답변을 하는 것 같다. 만약에 피해를 보고도 외면해야 한다면 내적 갈등이 있지 않을까.
물론 같은 직업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이나, 일처리가 다르다 싶을 때는 있었다. 개인의 성격, 경력,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가 다를 테니 이 역시 당연한 일이지만, 누군가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 싶게 원칙대로 말하는데도 나중에 보면 어느 정도 피해를 반영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말은 집이라도 팔아 줄 것처럼 하는데, 나중에 보면 맨 처음에 보상된다고 했던 것만 끝까지 고수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음.... 말을 좀 아껴야겠다.
내가 화재 사고 후 넉 달 만에 피해를 모두 인지했을 때, 그들 모두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은, 현장에서의 위험 가능성에 대해 보다 조속한 경고나 안내가 없었다는 부분이다. 손해사정사나 보험 담당자의 직업윤리까지는 내가 모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 환경이 인체에 위험한 환경임을 알았다면 알려줬어야 하지 않을까. 직업마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을 테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은 생명 아닌가. 몰랐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니 만약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사와 보상 절차를 논의한다면 피해자가 다 알아야 하고, 알아서 입증하고, 정당한 보상을 요구해야 협상이라는 도마 위에 올라간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기서 다시 보험사가 보내준 문자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2024년 8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보험법의 내용이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보험업 법 제16조 및 보험업 감독규정, 손해사정 모범규준에 의거하여 (중략) 고객님께서는 당사가 손해사정 착수 전에 손해사정사 선임할 수 있으며>
피해자가 자신 편에서 일해 줄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주목하시라. 보험사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편에 서서 피해를 파악하고 입증하고, 피해액을 산정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해사정사 선임에 관한 동의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규정에 따라 보험회사가 손해사정 비용을 부담합니다.>
금융위 등록 등 동의기준 요건을 갖춘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면 그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사의 비용은 당연히 보험사가 내는데, 피해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해도 그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면 아마도 피해 입증 과정부터 수월할 것이다. 화재도, 보험도 처음인 피해자가 일일이 공부하고 해석하면서 해나가기는 정말 힘들다. 그러니 피해자라면 독립 손해사정사의 선임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독립 손해사정사를 소개하는 자료에 의하면 인터넷에는 과장 광고도 있으니, 경력과 이력을 잘 살피고 금융위 등록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내가 피해를 입었을 때 이미 이 보험법이 시행되고 있었고, 보험사도 안내 문자를 보내줬지만, 나는 잘 알아보지도 않았다. 만약 지금이라도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면 어떨까?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사와 일을 진행하다 가 중간에 독립 손해사정사로 교체하면 그 비용은 선임한 사람이 내야 한다고 한다. 등록 요건 충족 여부, 선임 시점 등에 따라 비용 부담 주체가 달라지니 선임 전에 보험사와 비용 부담 조건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내 경우는 이미 일이 많이 진행돼서 독립 손해사정사를 고려하지 않지만, 지금 화재 피해를 보고 보상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면 손해사정사 선임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 끼우는 것이 좋겠다.
본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관련 서류와 자료(증빙)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빠르게 대응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적, 과학적 내용은 개인의 경험과 참고 자료 및 제삼자의 의견을 종합한 개인적 판단이며, 전문적 검증이나 수치화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본 게시물은 고의적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실 관계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에 정식 접수되어 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접수번호: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