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 아랫집의 간접피해 보상기] 5화
[본 글은 개인 경험 기록이며, 개인적 판단을 포함합니다. 상세 고지는 글 하단을 참고하세요.]
2024년 9월, 추석 연휴를 지나고 집을 떠날 준비를 했다.
화재 사고 후 26일이 지나고 있었지만,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의 구두 통보에 의하면 집에 사람이 없을 때, 베란다에 둔 김치냉장고에서 발화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는 가능성이었을 뿐 결과가 나오지는 않은 것이다.
통상적으로 화재 원인 조사를 마칠 때까지는 발화 세대 현장은 보존된다. 그래서 아랫집 공사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윗집을 다 치우지도,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랫집 공사를 해봐야 물이 또 내려올 수 있고,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물이 내려온다면 두 번째 피해는 보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서둘러 책을 컨테이너 보관소로 보내고, 옷과 침구류를 물세탁류와 화재 세탁용으로 나눠서 각각 맡겼다.
"책장 이쪽으로 그을음 냄새가 나네요. 여기 아래, 위 다 냄새가 나요"
책을 옮기는 중 이삿짐센터 기사가 말했다.
"옷이나 이불이 다 너무 축축해요"
옷과 침구류를 수거하러 온 세탁소 점장이 말했다. 이틀 후 검수를 마친 후 한번 들르라고 해서 갔더니 점주는 확인서 한 장을 써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세탁물을 검수하던 중 매캐한 냄새가 나고 눈이 아프고 콧물이 나서 마스크를 쓰고 작업했음>
집과 가재도구에서 매캐한 냄새가 나면서부터 눈, 코, 혀, 손등, 발등, 겨드랑이 등에 통증이 생겼다. 하지만 연휴가 길었고 병원 갈 시간이 없었다. 책을 내보내고, 임시 숙소를 예약한 후에야 병원 진료를 받았다. 안과에서는 결막염, 이비인후과에는 비염과 인후염, 기관지내과에서는 별 이상은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그리고 임시 숙소로 나간 첫날, 팔이 너무 가려워서 자다가 깼는데 두드러기인지 발진인지 팔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피부과 진료가 추가됐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 주 토요일, 방송작가 선후배들과의 모임이 나갔을 때, 약속 시간에 조금 늦은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선배가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쳤다.
“어머 서경 씨, 머리가 왜 이래요?”
“왜요?”
“여기 머리가 하나도 없잖아”
“예?”
“여기 이쪽에 머리가 하나도 없어요”
후배도 달려들어 머리를 살펴봤다.
“이쪽 머리로 좀 가려지긴 하는데, 앞쪽은 하나도 없고, 뒤쪽 머리도 다 빠졌어"
오 마이 갓.
내가 청춘은 아니니 머리카락이 빠질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갑자기 머리카락이 다 없어질 수도 있나?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휴지기탈모’로 진단했다. 탈모 피부과 진료 추가. 그리고 차차 정형외과, 신경정신과, 신경과 진료가 추가됐다. 겨울이 될 때까지 일주일에 3일은 하루 종일 병원 순례를 해야 했다. 일도 못 하고 공부도 못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종종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특히 힘든 것은 이비인후과 질환이었다. 목에 아주 얇은 무언가가 완전히 밀착된 듯 이물감이 있고, 아무리 뱉으려 해도 나오지도 않았다. 마치 잘못 바른 접착제를 억지로 떼어낼 때, 잘 안 떨어지면서 쫙~~ 눌어붙은 느낌이랄까. 목구멍이 끈적끈적하고 잘 벌어지지 않아 숨이 막히고, 목소리도 잘 안 나왔다. 다른 곳에선 사람들 몰래 가글을 하며 버텼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는 '초등학교 인생수업' 시간에는 말을 하기 위해 계속 헛기침을 해야 해서 몹시 곤혹스러웠다.
‘이래서 화재 현장에서 질식사가 일어나나 보다'
화재 발생 시 불길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연기'라고 한다. 화재가 일어나면 뜨거워진 공기를 흡입해 기도에 직접 화상을 입어서, 유독가스를 흡입해서, 화재 분진에 의해 기도가 막히거나 수축하는 현상에 의해서 질식사가 일어난다고 한다. 나는 세 번째 경우- 화재 분진에 의해 기도가 막히거나 수축하는 현상-을 경험한 것 같다. 화재 분진은 크기가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를 포함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입자들이 코나 입으로 들어와 점액과 결합했고, 끈적끈적한 접착제처럼 목구멍을 딱 붙여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화재가 일어나면 무조건 젖은 수건이나 물티슈로 입과 코를 틀어막으라는 경고가 그제야 이해됐다. 그러니, 기억하자 물수건, 다시 보자 물티슈!
"집이나 가구나 옷이나 다 매캐한 냄새가 나는데 이게 왜 그러는 걸까요?'
"화재로 인해 매캐한 냄새를 내는 물질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입니다."
"그게 뭔가요?"
"불완전 연소한 물질에서 나오는 건데, 그게 매캐한 냄새가 납니다"
"위험한가요?"
"일부는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인지, 관련 연구소 몇 곳에 문의했을 때 들은 답변이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또 무엇인가. 뭐 이렇게 모르는 게 많나. 자료를 찾아보자.
<국가암정보센터. 발암요인 보고서(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2023.3.28>
(요약)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는 2개 이상의 벤젠고리가 선형으로 각을 지어 있거나 밀집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유기화합물로서 석탄, 오일 및 가스, 쓰레기 또는 기타 유기 물질(담배, 숯불로 구운 고기)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형성되는 1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들로 구성되어 있다. US EPA(미국 환경청)이 우선 대상 물질로 선정한 벤조(a)피렌 등 16종의 PAHs의 화합물들은 환경과 식품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주로 공기 흡입 및 피부 접촉을 통해 노출되며, 호흡기로 장기간 PAHs에 노출되면 폐암, 유방암, 위장 관련 암, 소화기로 노출되면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에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https://www.ehtis.or.kr/cmn/sym/mnu/mpm/111021112/htmlCnView.do
(요약)
일부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미량으로도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물질이거나 돌연변이원성을 가진 물질로 석탄, 가스, 쓰레기, 음식물 등이 불완전연소 시 생성되는 인위적 산물이다.
대기 중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호흡을 통해 인체 속으로 유입되어 태아 또는 어린이의 성장발달을 방해하며 장시간 노출될 경우 피부 발진, 눈 자극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8232
(요약)
환경부는 지난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고등어구이 때문이다’라는 다소 황당한 결과를 발표하며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이러한 환경부의 주장이 정말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일까? 환경부의 발표는 미세먼지와 함께 흡입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이하 PAH)’를 고려한 것으로, PAH의 개념을 안다면 환경부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PAH가 치명적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입자상 물질(미세먼지)에 흡착이 돼 체내로 흡수가 쉽다는 점이다.
(AI검색/요약)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냄새와의 관계가 나와있지 않아 몇 가지 AI로 검색해 봤다.
<화재 현장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는 주로 불이 탈 때 발생하는 다양한 유기 및 무기 화합물의 혼합물 때문입니다. 이는 물질이 완전히 연소되지 못하고 분해되면서 나오는 불완전 연소 생성물의 특징입니다. 1. 다환방향족탄화수소 (PAHs) * 가장 특징적인 "탄 냄새"와 관련이 깊습니다. 공기 중의 그을음 입자에 달라붙어 있다가 코로 흡입됩니다.>
https://www.agilent.com/cs/library/flyers/public/GCMS_GCMSMS_Enhanced_PAH_Analyzers_5991-3831KO.pdf?srsltid=AfmBOopyIgTEzOXZH9cwjGGvmCURQwTQGRcob65T4oKuE12juW_w6Ryq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분석 성능 향상)
(요약)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는 유독한 잠재적 발암 물질로, 극미량 수준에서 엄격하게 모니터링되어야 합니다. 활성이 없고 분해되지 않는 PAH는 "끈적한" 속성 때문에 쉽게 표면에 달라붙습니다. PAH는 또한 넓은 분자량과 끓는점 범위를 가지기 때문에 분석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늦게 용리되는 PAH의 경우 피크 테일링 현상이 일반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수동 피크 적분 시 시간 소모가 큽니다.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화학연료나 유기물이 불완전연소할 때 부산물로 생기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끈적한" 속성이 있어 먼지에 흡착되는 성질이 있으며, 매캐한 냄새가 난다. 먼지처럼 날리며 여기저기 흡착한다.
그러니까 내가 화재 후에 매캐한 냄새에 시달린 것은 매캐한 냄새를 내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흡착된 초미세먼지가 들어와 가재도구 등 여기저기 흡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먼지는 호흡기와 피부로 흡수되어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는데, 내가 겪은 호흡기 질환이나 피부 질환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먼지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화재 사고 이전에 이런 증상을 겪어본 적이 없고 진료를 받은 기록도 없다.
화재 피해를 입으면 먼저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나는 병원에도 늦게 갔다. 처음에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고 차츰차츰 알게 됐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즉시 소변 검사와 모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러니 혹시 같은 피해를 입는다면 우선 신체 손상에 대해 검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노출 시점과 검사 시점의 시간차가 크면 음성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노출 즉시 소변 검사, 모발 검사 등의 생체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화재 발생 후 집을 떠나기까지 1년,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외출할 때를 빼곤 거의 24시간을 집에 있는데 이 기간을 장기적, 지속적, 고강도 노출이라고 봐야 하는 건 아닐지. 설마 장기적으로 암 발병의 위험까지 있을까 하며 가끔 불안한 마음을 달래지만, 내 몸에 나타난 여러 가지 증상을 생각할 때 이 물질에 노출되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염증 질환에 시달린 10개월. 올해 3월까지도 팔이며 다리에 나타났던 선홍색 반점들. 지금도 다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 겨드랑이를 중심으로 차츰 범위가 넓어지는 통증.
아주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PAH 대사물은 노출된 지 수일에서 수주 내에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PHA는 지방, 피부에 잔류하거나 장기간 미량 잔존할 수 있다고 한다. 내 몸에 흡수되어 문제를 일으킨 그 유해한 물질은 아직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참으로 알고 싶다.
본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관련 서류와 자료(증빙)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빠르게 대응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적, 과학적 내용은 개인의 경험과 참고 자료 및 제삼자의 의견을 종합한 개인적 판단이며, 전문적 검증이나 수치화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본 게시물은 고의적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실 관계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에 정식 접수되어 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접수번호: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