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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Sep 23. 2022

2분 도자사(陶磁史)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알려드립니다

 하늘이 참 푸르렀다.

 산비탈에 박물관을 지었고, 전시실을 다 돌고 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산비탈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나 혼자 오랜만에 관람을 했다. 국립 청주박물관에 갈 줄 알았으면 머리라도 감고 나왔을 것을, 적어도 유물에 대한 예의를 차렸을 텐데......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동네 아줌마 차림새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끔 나도 헷갈린다.

 토기, 도기, 사기, 자기 그냥 편하게 도자기.

 정확하게 알아야 남에게 설명하지. 그런데, 정작 남들도 정확하게 알고 싶지 않고, 깊고 어려운 내용은 재미있어하지도 않는다. 세상에 재밌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도자기 좀 모르면 어떠랴. 사는데 하등 상관없다.

 전시실 입구에 둥둥 떠있는 토기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설레었다.

 예쁘다. 어디가? 그냥 다 예쁘다.


 전시실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니, '불의 사용'이란 구절이 눈에 띄었다.

 어느 날, 남편이 사냥해 온 고기를 실수로 모닥불 더미에 떨어뜨렸는데, 의외로 날 것으로 먹었을 때 보다 훨씬 맛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름 모를 곡식의 낱알도 구워 먹어 볼까? 솜씨 좋은 마누라가 어찌어찌해서 둥근 그릇을 만들었고, 그 안에 낱알을 넣어 익혀 먹으니, 훨씬 맛이 좋았던 거지.

 어라? 그런데, 그릇이 깨지지 않고 그대로 있네. 더군다나 더 튼튼해졌잖아?

 

 결국 도자기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 조건은 가마에서 구워진 '온도'이다.

 우리가 손가락으로 기물을 튕겼을 때, '틱'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면 낮은 온도에서 구운 도기요. '챙~'하고 맑은 소리가 나면 높은 온도에서 구운 자기요. 그 둘을 합쳐 도자기라 부른다.

 그럼 토기는 또 무엇? 토기는 정말 옛날이라 도기보다 더 낮은 온도로 구워진 건데, 일반적으로 도기에 속한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내 몸에는 둥근 피가 흐른다

 초등학교 수업을 할 때, 내가 가장 먼저 보여주는 유물이다. 요즘 아이들은 책을 많이 봐서, 얼마나 똑똑한지 모른다.

 "그런데, 이름이 왜 빗살무늬토기인가요?"

 "빗살이 그려져 있어서요."

  앞 줄에 앉은 파란 티셔츠를 입고 온 한 친구를 가리키면서,

 "자, 이 친구는 이름이 있어요. 하지만, 파란 티셔츠를 입고 왔네요. 이름을 다시 지으면 뭐라고 할까요?"

  잠시 침묵, 그러다 한 아이가 수줍게 대답한다.

 "파-란 티셔츠?"

 "오~맞아요. 유물은 발견한 사람이 편하게 구분하려고 특징으로 이름을 붙였어요. 그런데, 왜 바닥이 뾰족하죠?"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세우려고요."

 와, 요즘 아이들은 정말 똑똑하다. 나는 저 나이 때 이름알아도 똑똑하단 소리를 들었는데. 


 올림픽대로를 타고 암사동을 지나다 보면, '선사시대 유적지'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내 어릴 적 상상으로 저곳은 광활한 벌판에 움막이 몇 개 있고, 고인돌이 있어야 하는데, 웬걸 아파트로 빽빽하다.


 한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들판에서 낱알을 주워, 둥글고 기다란 그릇에 담아, 오손도손 식구들과 나누어 먹었겠지. 어느 지혜로운 아낙이 만든 그릇 덕분에 식구들은 몇 첩 밥상 분위기는 났겠으리라.

 하지만, 어느 날은 사냥도 신통치 않고, 맘에 드는 구석 하나 없는 서방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낙도 염장이 터졌겠지.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그리움이 아닌. 아이고~ 이 웬수하면서, 도 닦는 심정으로 한줄한줄 빗살을 넣었을 꺼야.


 며칠 전, MIKA 콘서트 영상을 보는데, 그가 떼창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았다. 분명 팬들은 가수와 함께 즐기기 위해 사전에 노래를 다 외워 갔겠지. 내가 그라도 눈물을 흘렸겠지 싶었다.


'유물에 대한 예의'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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