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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Sep 27. 2022

이것도 도자기인가요?

 동선동 언덕을 오르다 보면, 좁고 가파른 언덕 끝에 아주 오래된 작업실이 하나 있다. 작은 마당을 가진 조그마한 한옥이 있는데, 바로 '권진규 아뜰리에'이다.

 이 작은 공간에서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고등학교 때 '지원의 얼굴'을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늘고 긴 형태이기도 하지만, 흙으로 빚어 구워 따뜻한 느낌이고, 얼굴을 바라보면 뭔가 그리움이 가득해서 좋았다.

 하지만 늘 이런 식이었다.

 <문제> 다음 작품이 해당되는 기법은 무엇인지 쓰시오.

    흙으로 형태를 만든 다음, 가마에 한 번 구웠습니다.

                                                                <정답> 테라코타


 일반적으로 도자기는 기(器), 그릇을 말한다.

 "이것도 도자기인가요?"

 사람들이 그릇을 묻는 게 아님을 나 안다. 도자기처럼 구웠냐는 질문인데, 마땅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생긴 일일 뿐이다.

아래쪽은 항아리지만, 위쪽은 인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 이건 도자기인가?  <박준상 作>

 흙을 다루는 기법 중에는 소조(塑造)가 있다. 흙으로 덩어리를 만드는 것으로, 도예에서는 이걸 도자조형(陶磁造形), 줄여서 도조(陶造)라고 한다.

 그릇 같은 실용적 기능은 없지만, 1250도로 구웠으니 자기니까, 도자기로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이 있을 것 같다.

 

 나는 94학번이라, 그릇보다 도조(陶造)가 유행하던 시절에 대학을 다녔다. 당시 80년대 유학을 다녀오신 교수님들의 영향으로, 우리는 소위 '조형물(造形物)' 또는 '오브제(objet d'art)'라 부르는 작업을 배웠다.


 도조작업은 어떻게 보면, 공예적 성격보다 순수미술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현재 유행하는 'OOO도자기'와 같은 작가 브랜드를 보면, 그릇이 가진 실용적인 기능 이상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그들도 나름 조형의 시대를 보냈고, 그 경험이 오롯이 브랜드의 고유성으로 배어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초 6 김OO 作

"선생님, 도자기 수업 시간에 사람을 왜 만들어요? "

"우린 먹을 때 쓸 수 없는 작품도 만들 거야~"

 나는 아이들에게 도예 작업은 그릇만 있는 게 아님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앞으로 좀 세련되게,

'이것도 자기처럼 고온에서 구운 건가요?'

'이런 스타일이 도조인가요?'

직설적으로 물어보지 않기. 

연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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