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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Sep 18. 2023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국립 중앙박물관 토우전

나는 한눈에 알아봤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조형물의 실루엣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름다웠다.

단지 슬프지 않았을 뿐.

조형물이 너무 작아서, 자칫하면 지나칠 수 있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내셔널갤러리 전시회를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름도 아닌 가을도 아닌 어정쩡한 이 계절에 아침부터 긴 줄을 그린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미술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 역시 카라바조의 그림이 궁금하긴 하지만, 나와 후배는 무조건 직진이다.

형태를 만들 때 무엇을 먼저 만들었을까? 몸통에서 다리로 이어지다 보니, 간혹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토기전 입장권은 어디에서 구매하나요?"

"토우전이요?"


사실 전시 타이틀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마는

후배는 붉은색을 기대하고 갔단다.

물론 '토기전'이라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가기 전 몇 가지 자료를 검색해 보니,

온통 모노톤의 사진만 가득하더라.

어쩌면 나는 붉은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토기 위의 토우, 경계를 허문 건 오히려 옛사람들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토기는 초벌한 그릇을 말하며, 토우는 동물이나 사람 등과 같은 조형물을 말한다.

자기가 발명되지 않았던 5-6세기 경우, 1000도 전후의 토기가 주류를 이루었고, 이번 전시에는 가야, 신라 시대의 유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아는 토기는 일반적으로 붉은색인데,

어째서 회색빛깔을 띠는 것일까......


산화철은 철과 산소의 화합물로 산화철(Ⅱ)·산화철(Ⅲ)·사산화삼철 등이 있다.

제조법에 따라 적색인 것에서 황색 ·갈색 ·자색 ·흑색 등을 띠는데, 빛깔이 다른 원인으로서는 입자의 크기, 혼입물의 종류, 결정격자()의 완전성을 들 수 있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내 기준에서 보면, 전라권은 붉은 철이 많고, 경남권은 검은 철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회색톤인거지.

어쩌면 사람들은 붉은색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어.

자기 기술이 발명되면서, 붉은 흙을 청자로 둔갑시켰으니 말이야.

언젠가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면, 그 시기로 돌아가 물어보고 싶네.

붉은색을 좋아하시나요?

'죽음이란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누군가를 보내는 과정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 그 사람을 보내는 이들의 삶, 죽음 너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정말 드라이한 사람이다.

나는 하나도 슬프지 않았고, 재밌기만 했다.

저 배를 타고 건너간 이를 생각하기보다는

저 배를 하나하나 손으로 빚고 다듬은 어떤 이를 생각했다.

그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전시회장을 나서며, 후배가 나에게

'언니는 언제 작업을 다시 하실 거예요?'라고 물었다.

나 역시 궁금하다.

흙을 다루는 일은 참으로 매력적이지만, 가끔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는 심신이 안정된 환경에서 작업하고 싶지만, 작업하지 않는 심신이 어지러울 때도 있다.

만약 고흐와 친구였다면, 조금은 그를 이해하고 압생트를 함께 마셨을지도.


그래도 간만에 머리에 지식 좀 채웠으니,

내 손의 허기 좀 채워야겠다.

그런 계절이다.

작업이 막 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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