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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Nov 01. 2023

Craftmanship

장인정신

내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만 하더라도, 공예의 화두는 무엇보다도 '장인정신'이었다.

손에 흙 한 번 묻히지 않고 도예과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익혀야 할 덕목이 '기술'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그 당시는 당연한 과정, 필수영역이어서 손이 따라가지 않는 스스로를 원망할 뿐이었다.


얼마 전 후배들의 졸업전시회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학교에 간다고 하니 Yoon이 나에게 묻더라.

"아는 사람은 있어?"

"난 교수를 알지."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졸업전시회>

The TOOLs

"펜이 지나간 자리에는 잉크가 맺히고, 칼이 지나간 자리에는 깊은 흠이 생기듯, 도구는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깁니다. 도구는 단순히 쓰임의 용도를 넘어 과거의 기록이자 미래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신기하게 세대가 바뀌어도 '달항아리' 주제는 영원하다

도구가 나의 좋은 벗이라.

나는 그것을 깨닫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역시 MZ세대 후배들은 쌈박하다.

'작업이 노동이 되지 않고 즐거움이 되길.

머리만 내세우지 않고 손이 따라가는 사람이 되길.

요행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정진하길......'


문득,

나는 어디까지 왔을까?


무언가를 이루고, 이룬 것을 뽐내야만 되는 건 줄 알았다.

약간의 조급함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느긋함이 여유롭긴 하지만,

지나 보니, 그런 열정의 시간들이 조금 그리운 것 같다.


조형대 건물 앞에 세워져 있는 커피차를 보면서,

요즘 청춘들은 세련되었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후배들의 통 큰 후원이라.

수줍지만, 작게나마 나도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비록, 내 손은 무뎌졌을지라도,

마음속엔 여전히 장인정신을 새기고 있으니,

앞으로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겠지.

소박한 후원에 대한 답례품이 꽤 근사한 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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