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떴습니다

by MIRA

매년 11월,

남편의 생일이 지나고

갑자기 추워지면,

언제나 수능시험일이었다.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날씨가 포근해

김장 날짜를 언제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엄마의 말에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글쎄, 어제 참으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비가 오다말다 해가 나다말다를 반복하더니,

교실 창문 저 끝에 무지개가 뜬 게 아닌가.


나는 한달음에 복도 끝 창문으로 다가가,

커다란 포물선의 무지개를 잡았다.

아파트 건설현장이 아쉽지만, 이것도 서울이지

나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나눈 좋은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과 나누고 싶어

단체방에 <삼양동 무지개>를 올렸더니,

이런 답장이 오더라.

<강릉 무지개>

추수를 마친 들녘이 참으로 목가적이다.

나는 자연인을 지향하진 않지만,

확실히 고향의 것은 서울보다 훨씬 산뜻하다.

<양양 무지개>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다 같았을까?

파란 하늘에 진짜 그림 같은 무지개가 떴다.

그 강렬함을 사진으로 담기에 부족할 정도이다.


참으로 좋은 친구들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이유로

저마다의 위치에서 소식을 전해주니 말이다.

오르세 미술관 옆 무지개

가을의 끝자락,

나의 소박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며

다시금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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