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미세뷰 Dec 10. 2020

오피스 와이프, 어디까지가 바람인가.

오피스 와이프와 회사 동료 그 애매모호한 선 어딘가

아 진짜 별로다. 특정 부류의 인간에게 실망했을 때 나오는 감탄사다. 차장이란 놈은 요즘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으로 재미를 찾는 듯하다. 아마 자기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지 나는 이미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르는 척 넘어가 줘야 한다.


결혼은 했어도 솔로다.

아차, 옆 팀 차장에 대한 소개가 늦었다. 그는 작년에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신이 ‘빛이 나는 솔로’ 라며, 블랙핑크 제니의 솔로 구절을 읊는 그야말로 정나미 떨어지는 유부남이다.


 왜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며, 자기가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어떤 뇌의 기능이 잘 못되면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왜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 못 할 부류다. 뭐 다들 이런 형태의 가정이 흔하기에 굳이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장 나의 마음속 정의를 건드리는 건 그가 사내 여직원하고 꽤나 친한 사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일 것이라 나는 짐작한다. 나는 차장이란 작자를 보고 ‘친절한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효과를 가져오는지 보았다.


친절이란 명목 하에 여직원에게 뭐든 해 주려는 한마디로 수작 부리는 행동이 거슬린다.


그의 와이프가 결혼반지를 안 꼈을 때의 잔소리는 어마어마하다고 그에게 전해 들었지만, 왜 그러는지 대번에 알겠더라. 자기만 빼고 다 알 것이다. 와이프가 지각하는 와중에도 결혼반지를 굳이 끼우려는 이유를 말이다.


그는 왜 그녀와 시간을 보내는가?

각설하고, 차장이란 놈은 자리를 사내 여직원과 같이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울 때가 많다. 우연히 두 명이서 비운 자리겠지?라고 생각할 때, 시간 차를 두고 자리에 앉아 요령껏 같이 있었단 사실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같은 ‘프랜차이즈’의 플라스틱 커피 잔이 둘의 책상에 놓여 있고 예리한 눈빛에 걸린 진실은 피해 갈 수 없다. 둘이 자리를 비울 때면, 나는 외부에서 걸려온 두 놈들의 전화를 대신 받고, 회의에 갔다며 대충 얼버무린다. 둘이 이야기를 그렇게 하루에 몇 번씩 나누는지 애틋한 그들 사이를 애써 방해하고 싶진 않기에 모른 척해 줄 요량이지만, 손톱만큼 남은 마음속 정의가 이 더러운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더욱이 둘이 친해서 사적으로 술을 먹는 일은 꽤나 자주 있었다. 서로 개인적으로 술 약속을 잡기도 하고, 새벽 5시에 집에 들어가 안부를 물으며 개인적인 메시지를 주고받고, 헛개수를 건네주며 은밀한 자기들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어쩌면 삭막하고, 결혼이란 제도에 옭아 매인 암수의 짜릿한 일탈일지도. 서로의 남편과 아내한테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는 유일한 탈출구 일지 모른다.



정의의 사도, 코난 아니 천사소녀 네티여 일어나라!


결혼을 해도 같이 술 먹고 남, 여 사친으로 지낼 수 있는 거 아닌가? 라며, 삶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이들의 발악이 그저 안쓰러워 보일 때쯤 나에게 불똥이 튀었다. 애써 이해하려고 생각했는데 나도 내 탈출구에 글로 풀어서 이놈들의 비열함을 곱게 씹어 줄 작정이다.


그래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의 답답한 마음을 누구라도 알아주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실수는 잊어라, 남의 회사에서 할 만큼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