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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미세뷰 Sep 06. 2023

직장상사가 전체 대화방에 내 욕을 했다.

난 그걸 봤고 그는 delete를 안 눌렀다.



우리네 미덕은 참는 것이요, 회사에서 훈련병 녀석이 불편한 심기를 보인다는 것은 무례하지 않는가?라는 꼰대의 자기 합리적 논리는 대단한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쓰레기를 정성스럽게 포장한 자기만의 주장이지 않은가.


자신은 대단한 존재이니 덤비지 말라는 암묵적 계시라 여기고 싶다.


물론 요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겨서 다행이지만,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얘기하고 싶다. 패션에 일가견이 심히 없던, 공감 능력이 부족한 과장은 매일 주식 차트를 보는 것이 회사에서 큰 낙이었다. 


아마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주식이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니. 태아 때부터 그 인간의 눈은 주식을 보기 위해 생겨 난 것이리라.


집에서 와이프가 ‘빨리 좀 씻고 나와서 애 좀 봐줘’ 이 소리가 꽤나 듣기 싫었는지 회사 와서 아내 험담을 지겹도록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워라밸이 철저한 직장에서 뭉그적 대면서 10시까지 야근을 하곤 했다.

더불어 더 고역인 것은 직속 후임인 나도 매번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야근을 해야 했다.


52시간 제라 9시 이후면 불이 꺼졌었는데, 하필 전표를 치는 일이었는데, 눈이 침침해 죽는 줄 알았다.

농담 안 하고 차변과 대변을 다 합해서 2,000줄 정도 되는 것을 일일이 수기로 해야 했다.


다 할 때까지 가라는 말도 없고 자신은 주식 차트만 보며, 집에서 육아를 할 와이프와 자식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어 보였다.


죄책감 마저 없는 모습이 마치 ‘소시오패스’ 같다고나 할까


여기까진 양반이었다. 내가 웹 서비스 기획을 전담하게 되면서 자신의 입지가 줄어든 나머지 그는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했는데, 남자들 모임을 구성해서 나를 왕따 시키기 이르렀다. 거기 까지도 사실 거슬렸지만 나름 참을 만했다. 그와는 다르게 나는 적어도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싶었 단 말이었다.


적어도 이 자식이 내 욕을 채팅에 실수로 두 번이나 직접 보내기 전까지는, 참아줬다.


"지금 00 매니저 혼나는 거 웃기지 않아?" (delete 늦게 누름)


"아 진짜 00은 (직급 생략) 진짜 짜증 난다고."


이 컴맹은 slack이라는 채팅 앱에 잼병이었는데, 한 번은 나한테 한 번은 전체 방에 내 욕을 보내는 참사를 내고야 말았다.


눈으로 본 게 사실이 맞는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그날 업무에 집중도 안 되고, 모멸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울 곳이 없어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


그래,  한 번은 실수라 치자, 그런데 두 번째 전체 채팅방에 보낸 건 고의가 아닐 수없다.


그런데 그 이후가 더 가관이었다.


그는 상사란 이유로,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억지 논리로 이를 무마시키려 했다. 나한테 전에 보냈을 때에는 “내가 장난스럽게 훈계한 거야”라는 사과도 아닌 어중간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전체 방에 내 욕을 보냈을 때는 자기도 민망했던 나머지 반응은 가관이었다.


“너 이리 따라와”라고 한 다음, 진실의 방 마냥 거기서

“네가 일을 못해서 그런 실수를 저지른 것 아니냐, 오죽하면 내가 전체 방에 보냈겠냐!”며 어이없는 변명을 하는데 제정신은 아닌 듯 보였다.


여기서 참으면 진짜 호구라는 생각에 나는 ‘복식호흡’을 이용하여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냐며, 그럼 나를 따로 불러 훈계했어야지 따박따박 따졌더니, 입술을 파르르 떨며 과장은 그렇게 한발 물러났다.


물론 어디서 상사한테 소리를 지르냐며 마지막 발악을 하긴 했다만.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나를 유령취급했다. 점심시간, 난 화장실에 갔다 오는동안, 점심을 먹으러 가는 일행들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유일하게 나를 본 과장은 “점심 안 먹어?”라는 말도 없이 유유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혼자 쫄쫄 굶으며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나의 제대로 된 펀치는 끝나지 않았다. 내가 퇴사하고 난 후, 그놈은 제대로 털렸다. 2탄에서 그는 15년 다닌 회사에서 개망신을 당하고 만다.


짜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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