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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미세뷰 Jan 07. 2025

잘하려다 망한 날들에 대하여

가라앉지 않으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한다.


우리 인생에는 유독 잘 해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고 싶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를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열망은 때로는 부담감으로 변질된다. 수많은 시험, 수능, 직장 입사를 위한 면접 등이 그러했다. 그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긴장할까? 왜 준비한 대로 해내지 못할까?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의 결과는 종종 처참했다.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한 나머지 오히려 준비했던 말을 까먹거나,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감을 잃어버린 적도 많았다. 나 자신을 밀어붙이고 몰아세운 결과는 항상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깨달음은 비단 사회적 시험에서만이 아니다.

수영을 배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물 위에서 더 멀리 나아가고 싶고, 더 매끄럽게 헤엄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몸은 더욱 경직되었다. 팔과 다리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물속에서 허우적대다가 가라앉고 말았다.

흡사 구분동작으로 나눠, 수영을 수행하는 로봇 같았다.


자유형을 하는 법은 머리로는 잘 알았다.

먼저 물에 몸을 띄우고, 왼손을 곧게 휘저으며, 오른 팔이 물살을 가르며 턱을 치켜든 그 순간, 힘을 빼고 둥둥 실 뜨는 느낌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너무 잘하려 하면 더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식적으로 조급해지고 그 부담이 온몸을 짓누르기 때문에.
날 채찍질하듯 몰아붙이는 태도는, 잘하려는 마음과 모순되어 결국 가라앉게 만들었다.

이번엔 꼭 완주하고 말겠어.


꾸역꾸역 숨을 참아서라도 한 발 더 멀리 나가고자 했던 마음은 패착이 되어, 발목에 돌 한 덩이를 얹고야 만다.

나이가 들기 전엔 몰랐던 것 같다.


더 잘하고픈, 더 비상하고픈 욕심만 있으면 못할 건 없다며 오기를 부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오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었다.

아, 이 회사는 어차피 떨어질 거니까, 가볍게 보자.
면접관들도 떨려봤자 그냥 동네 아저씨일 뿐인데!

이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되 가볍게 임했을 때,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영과 인생이 닮았다고 느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잘하려 한다면, 몸에 힘을 빼고 욕심을 버려보라. 물론 물살을 헤치며 물을 먹을 때도 있다. 그러나 욕심을 버린 덕에 마음이 가벼워져, 기대했던 것보다 일이 더 잘 풀리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물을 무서워하는 내 본성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릴 적 나를 몰아붙였던 성공에 대한 악착같은 집착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에, 난 최선을 다하 돼 몸에 힘을 뺀다.


오늘도 나는 물에 떠서 세차게 나아간다. 물론 가끔은 물에 휩쓸리기도 하고 물을 먹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한 가지다.


욕심을 버리고, 힘을 뺀다는 것.


그렇게 떠 있게 되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나아간다.


수영처럼, 인생도 물 위에 떠 있는 순간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물결이 거세게 치고, 때로는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흐름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을 맡기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물이 나를 떠받치듯, 삶도 결국은 내가 그 흐름을 믿고 맡길 때 더 단단히 나를 지탱해 줄 거란, 믿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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