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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춈푸씨 Apr 25. 2021

ep2. 횡성 [닫힌 숲을 여는 법]

룰루랄라 떠났다가 새로운 고민을 만났다


대망의 첫 답사 



4월 10일. 지난주. "횡성에 있는 공간 쓸 방법 생각해보세요!" 하는 (아주아주) 좋으신 분의 말씀에 즉시 그주 주말에 떠났다. 그 공간이 아주 예뻤으니까, 룰루랄라....신이 났다. 이야호! 우리의 시작을 기록해야지, 하면서 저렇게 어색어색어색어색x100 하게 동영상도 찍어봤다. (프로 유튜바는 못 되는 것으로...)


그리고 아주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을 깨닫고 왔다. 그리고 또 해야 하는 다른 고민도 안고 왔다.

그 중 하나, 가장 놀란 건 이런 거였다. 


1. 숲이 푸르지 않다.


숲은 항상 푸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횡성에 다녀오고 그걸 제일 많이 느꼈다. 집에 오면서 계속 '죽은 나무 많은 산 살리는 법'을 검색했다. 가봤더니, 사람이 찾지 않은 산이 푸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횡성군 우천면 근처 2만평 땅. 그리고 몇 번이나 가본 적 있는 '횡성대피소'가 있는 공간이어서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다. 왜냐하면, 횡성대피소는 조경도 잘 돼있고 건물 골조도 예뻐서 그 공간에서만 머물던 나는 그 주변 더 넓은 공간을 살피진 못했었다. 그런데 조금 깊이 들어가보니, 숲이 늙어 있었단 거다. 오랫동안 사람이 드나들지 않고 (지금 일부 공간이 펜션처럼 활용되고 있고 그곳은 아주 예쁜데, 그 이외의 공간이 그대로인 상태다.) 큰 돈 들여 조경하거나 한 일이 없는 데다 출발지점이 도로 주변이어서 그런지, 등로의 흔적을 따라간 곳에선 늙은 나무나 잡초들이 무성했다. 


입지적으론 좋기는 하다.  태기산과 치악산이 있는 영춘지맥과도 연결할만한 거리에 있었기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유지 땅을 어떻게 넘어가야 다른 등로와 연결되는지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 개방되지 않던 사유지, 등산로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마을길로 이어지긴 했는데 방향이 맞지  않았다. 

*영춘지맥: 영월지맥과 춘천지맥을 합한 말. 영월의 태화산에서 춘천의 춘성대교에 이르는 약 272km 산맥


횡성대피소가 너무나 예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 




그걸 왜 그때서야 알았냐면....위 동영상이 그 일부 활용되고 있는 펜션 (aka 횡성대피소) 공간인데, 이 주변이 아주 예뻤기 때문이다. 쭈우욱 드론샷을 올려 위에서 내려다보면 또 산도 푸릇푸릇하고 멋졌다. 여기에 몇 번이나 왔던 터라, 속살을 까(?)보니 푸석푸석한 민낯이 올라오는 산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더 당황했던 건, 이게 이 산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였다. 3월에 나온 뉴스를 보니 마침 30년 이상 나무가 70%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50년 넘은 나무도 10%...무지했던 나는 나무는 늙어도 그대로 푸릇푸릇하고 산소도 많이 내어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나무도 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30살 미만 나무들이 산소를 많이 내준단다. (난 나무로 쳐도 이미 틀렸다.) 푸석푸석해보이는 게 느낌만이 아니었던 거다. 


백패커로 여기저기 다녔지만, 그거야 예쁘다고 소문난 곳만 따라 돌아다닌 탓에 상황을 제대로 몰랐던 거다. 역시 예쁜 곳만 찾아다니니 수박 겉핥기 식이었다. 고민을 시작해야, 뭔가 보인다. 그리고 등로도 문제였다. 아무리 봐도 갈 곳이 잘 보이지 않았다. 두세갈래 길을 따라가봤지만, 특별히 트래킹 루트로 이용할만한 길이 보이지 않았다.


풀숲을 헤매고 다니다가 가시에도 여러번 찔렀다. 작은 가시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괴롭게 하다니. 산에 갈때마다 느끼는 인간(나)의 연약함. 흑흑. 

숲놀이터로 활용되던 공간들이 이렇게 남아있고, 주변엔 잡초가 그득그득. 그런데 공간이 손보면 활용할 게 많아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배운 것.

산에는 산짐승이 나온다. 



그동안 겁도 없이 산에도 섬에도 혼자 가고 그랬지만 제대로 산짐승을 만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백패킹을 시작한 이래로 최고 무서웠던 날이었다. 고라니라니. 고라니라니…. 사실 고라니는 별로 안 무서운데, 한밤중 텐트 안에서 자고 있는데 푸스스 하며 다가오는 발걸음 자체가 공포스러웠다. 무언가 우리를 경계하며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 근데 정체를 몰라. 이 밤에, 이 산중에? 처음엔 멧돼진줄 알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등산로를 찾으러 난 길 근처를 쫄래쫄래 돌아다니다가 만난 중년 부부가 “멧돼지가 나오니 조심하라”고 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푸스스. 한밤의 산은 얼마나 조용한지, 그놈 발자국 소리와 내 숨소리, 그리고 잠시 고개를 돌릴 때 베개와 목이 스치는 소리까지 크게 울렸다. 와나. 멧돼지라면 없는 척, 모르는 척이 낫겠고, 겁이 많은 고라니라면 차라리 소리를 크게 내버리는 게 낫다. 정반대의 대처법이 필요한데 문제는 밖에서 발자국만 조금씩 다가오는 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갑자기 “우와야아아아아악!!!!” 소리가 났다. 내 텐트를 향해 울음을 던진 거다. 내가 뭘 했다고….

아, 그런데도 미칠 노릇이었다. 울고 그대로 안 가는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울음소리는 분명 고라니지만 너무 놀래서 이성 마비 상태였다. 반바지를 입은 침낭 안이 식은땀으로 축축히 젖어갔다. 그렇게 영원 같던 대치가 몇 분간 진행되고, 놈이 푸스스스스 다다다다다다닥…. 반대편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소리를 안 낸다고 했지만 놈도 숨소리까지 들었던지, 갑자기 “우야야야야와악!!!” “끼야아아아악!!!” 하는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내며 달아나버렸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고라닌 걸 깨달았지만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약간 저게 정말 고라니인가, 고라니 흉내내는 멧돼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차에 가서 갑자기 차박을 하기로 했다. 침낭하고 매트를 옮기는데 얼마나 혼비백산했던지, 거기다가 차에 탑재된 시동 꺼진 겨우 뒷자석 움직임 감지 경보 시스템 때문에 놀란 가슴 안고 자러 누웠는데 또 차가 삐익빽빽빽 거려서 또 놀라 혼쭐이 났다. 진심 오줌쌀 뻔했다...(실제로는 아이들을 두고 내릴까봐, 차가 잠겼는데도 뒷자석에서 움직임이 감지되면 경적 울려주는  고마운 시스템...현대차...고호마워요.......) 겨우 그걸 껐다. 짧은 다리로 SUV 뒷자석에 놀란 상태로 낑낑 올라가려다가 꽝 받혀 양쪽 정강이에 시푸르딩딩한 멍까지 새겼다. 아호...


그래도 돌아보니 중요한 걸 배웠다. 백패킹을으로 사람을 초대해 프로젝트를 할 때, 코로나 이전처럼 떼로 뭘 하지 않는다면 꼭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이거라는 걸 다시한번 실감했다. 그리고 운 좋아 겁없이 다녔지만, 이런 위험이나 두려움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는 고라니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빨리 철수할 수 있던 이유는? 텐트만 치고 차박을 했기 때문. 쿄쿄...


-

다음날. 

어차피 트래킹 프로그램을  만들면 1) 마을 도시락 2) 마을 걷기 등도 포함시키면 좋을 테니 산 말고 우천면 마을을 돌아봤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저수지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자기도 한단다. 역시 저수지, 백패킹의 명소...


그리고, 그런 곳에 당연한 듯이 걸려 있는 문구. 

금지, 금지, 또 금지. 


겨울엔 저수지가 얼어서 그 위에도 텐트를 친다고 했다. 그런데 저렇게 절대금지라고 쓰여 있으니...근데도 할 사람은 다 가는 게 문제.


-

이뿐만 아니다. 이 마을 분위기도 썰렁했다. 근처에 카페나 식당을 찾아봐도 차로 10분 이상 나가야했고, 돌아다니는 외지인을 보는 동네 어르신들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산불 감시단'하는 식으로 써있는 어르신들이 돌아다녔는데 우리가 저수지 쪽으로 들어가니까 일부러 쫓아온듯 따라 들어오시기도 했다. 아마도 우리 같은 애들이 들어가서 낚시 하거나 텐트친다고 불피우고 하면서 민원이 발생한 거겠지. 


저수지 근처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보나마나 못 쓸 상태였다. 밖까지 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가 늘어서 있다.

이런 것도 문제다. 지난번 취재갔던 곳에서 '생태 화장실'을 (대소변을 한데 모아서 거름화) 만들었다고 했는데, 쓰레기를 치우면서 화장실이 계속 있을 수 있도록 그 모델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쓰레기가 즐비했던 화장실. 우리도 우리 쓰레기만 가져올 봉투를 가지고 가서 주워오진 못했다. 그리고 주변도 나무가 일부는 푸른데 일부는 여전히 헐벗었다. 



많은 생각을 했다. 화장실 근처에서 쓰레기만 보이는 게 아니라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도 보였는데, 여기에 대해선 아직은 판단이 어렵다. 나무가 필 시기가 아닌 건지 아님 정말 늙고 관리가 필요한 나무들이 맞는 건지. 그리고 늙은 나무들이  많을 땐 이걸 베는 것만 능사인 건지, 늙은 나무도 살려내면서 또 숲도 살려낼 방법은 없는 건지.....


횡성대피소와 인근 공간을 에코캠핑공간으로 만들고 싶기도 하고, 

사람이 모이는데 돈은 안되서 '빨리기만'하는 지역 마을의 어려움도 보였다.

그리고 숲의 어려움도.

생각 거리가 많아졌던 방문.




-


1. 

역시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소중하다.

5월 8일에 고마운 분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해주기로 했다.

횡성대피소도 다시 임팩트스퀘어에서 엄청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셨다. 

고마운만큼 잘 담아놨다가, 잘 해봐야지.


2.

늙은 숲을 살릴 방법?


3. 

쓰레기, 쓰레기, 화장실...

사람이 모이면 화장실은 필요한데, 참  이 화장실이 너무나 더러워져서 문제다.

세면실은 없애고 '생태 화장실' 방식을 곳곳에 도입할 수 있을지도 찾아봐야겠다.



마을을 돌며 만난 풍경. 저곳도 천제단이라고, 관광지처럼 지정돼 있었는데 덜렁 저 공간 하나뿐이었다.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기쁨을, 오래오래 누리고 싶은 분들. 기다립니다! 

각자 마음을 내어  도와주실 수 있을 거에요. 

누구든 함께하시고 싶은 분은

댓글이나 이메일 sonapark1.1@gmail.com

인스타그램 sonachompoo/ bpackersplanet 으로 연락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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