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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Dec 20. 2023

사회성?

친구와 길을 걷다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 요즘 칩거 생활을 하다 보니 떨어지는 사회성 때문에 문제야. 혼자서 드립치고 혼자 웃고 그래.. 완전 자급자족.. 그리고 남이 말 걸면 극도로 예민해진다? "

"와 나도.. 요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 단어들이 머리에서 붕붕 떠다녀서 문장이 완성이 안돼. 그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뱉고 싶은데 바로 안 나오니까, 계속 어.. 어.. 음.. 음.. 만 하는 거 있지... 그리고 대화를 놓쳐"


동생과도 사회성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우리 대화의 화두이다. (이 글에서는 사교성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회사에서 적절하게 말을 던지고, 적절하게 되받아치는 법, 혹시 모르는 조크로 위장한 기습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말을 하는 것, 불편함을 느꼈을 때 불편하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 등등. 동생은 아직 본인은 사회성을 충분히 습득한 모듈을 학습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중, 고, 대학교라고 칭하는 학창 시절이라는 이제 어떤 울타리에 그저 있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울타리 밖이거나 울타리 안에 있어도 존립을 위협받는 안이라면, 불안을 느끼며 서있는 울타리 안이라면 불안해하는 것이 2-30대의 초상인 듯하다. 


우리를 인도해 줄 담임 선생님도 없고, 마음을 기댈 죽마고우도 찾기 어려운 울타리 안에서(혹은 그런 것 전혀 없는 울타리 밖에서) 그 상황에 적합하게 대처하고,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군가 이렇게 반응해, 아니면 이렇게 무례하게 질문이 들어오면 그냥 이렇게 대처해.라는 프로토콜도 없고. 너의 재량을 믿는다. 는 이 강요된 유연함이 사회성의 핵심 덕목 같아서 머리를 아프게 한다.


아무튼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나를 수없이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 던져보기도 하고, 치이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나를 보호하는 상황에도 열심히 두어야 함을 스스로 되뇐다. 나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도록 상황에 던져놓는 것과 너무나 자아가 약할 때는 나를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에 데려다 두는 것 이 두 가지뿐이므로.


그리고 문맥과 너무 벗어나지만 입을 더 삐죽거려 본다면, 사실 사회성 없는 사람들이 사회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사회성에 대한 당위를 느끼는 이들만 사회성에 대해 뼈저리게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하다. 거의 총량이 보존되다 싶을 정도로 고민해야 하는 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고민을 덜어도 되는 자들이 모든 고민을 짊어지는 것 같다. 말을 잘해서 사람을 끄는 거랑 마음이 따뜻해서 혹은 마인드가 멋져서 사람을 끄는 건 정말 다른 일인데 말을 잘하는 자들만 사회성 좋아 보이는 것 같아서 그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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