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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Dec 18. 2023

포근함과 나른함의 실체

잠옷

어디서 본 듯한 광고멘트 같지만 잠옷은 나에게 있어서 거의 제2의 피부와 다름없다. 한번 외출을 금하기 시작하면, 내가 잠옷을 입고 있는지 아닌지 의식을 전혀 안 하고 살기 때문이다. 나는 잠옷을 세트로 잘 구입하지 않는다. 위아래 세트로 나오는 아름다운 잠옷보다 (가끔 혹하긴 하지만..) 당장 밖에 나갈 수도 있지만, 아주 편한 옷일 수 있는 그런 잠옷이 좋다. 넉넉한 티셔츠와 고무줄이 팽팽하지 않은 편한 트레이닝 바지. 혹은 면소재의 원피스. 그런 옷들은 집순이인 나에게 적당한 텐션과 여유를 주기 때문에 선호한다. 잠옷이 너무 잠옷 같으면 물론 수면 시 극락을 누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잠옷 = 홈웨어 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집을 돌아다니기에 활동성도 있으면서도, 그저 침대로 뛰어 들어갔을 때 불편함이 없으면 된다.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잠옷을 입고 있다. 가끔 TEKLA처럼 비싸고 예쁜 잠옷을 언젠가 사보는 그런 꿈도 꾸지만, 나에게 있어서 잠옷은 어딘가 늘어나고, 피부가 돼버린 듯한 익숙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옷을 입어야 비로소 '집에 있다'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외출복으로 집에 있다는 것은 마치 타인의 집에 집들이를 온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사실 그런 포근함과 나른함이 실체인 것을 벗고 자는 건 어쩐지 끌리지 않는다. 나체로 자면 건강에 좋다는 그런 말을 많이 보면서도 난 절대로 옷을 벗고 자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가끔 드로우만 입고 잔다는 남성들이 경이롭다.) 이불로만 대체할 수 없는 이 포근함을 어떻게 포기하고 자란 말인가. 


아무튼 잠옷은 가장 내밀한 것이며 나른함의 실체이다. 또한 사람이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오래 접촉하고 있는 것이라 누군가를 정말 사랑해서 그 사람이 부재하여 그 사람을 추억할 때 그의 잠옷이 제일 좋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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