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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남식 May 09. 2024

충주시 홍보담당자가 되었습니다(3)

 곧이어 두 번째 포스팅도 올라갔다. 봄에 충주로 놀러오라는 관광 홍보글었다. ‘여기 남들은 잘 모르는 좋은 관광포인트가 있다.’같은 내용이었다. 물론 공공기관이라 해도 이런 뉘앙스 홍보물은 이미 적잖게 있었다. 그런 홍보물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포스팅은 당시로서는 흔치않게(어쩌면 지금도 흔치는 않게) 공공기관 홍보물임에도 인터넷 유행어와 짤방(지금 말로는 밈)으로 범벅된 게시물이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했음’으로 끝나는 흔히 말하는 ‘음슴체’를 사용했다. 꼭 유행을 따르려는 것 외에도 거추장스러운 미사여구를 최대한 덜어내려는 노력이었다. 인터넷에 너무 많은 정보가 있어 사용자들이 정보과잉현상을 겪는다는데 실제 사용자로서 내 경험과 비교해보니 다 맞는 말 같았다. 보험약관 같은 것도 보면 글자 너무 많으니 오히려 안 읽지 않던가? 공공기관 블로그 글을 떠올려보면 도입부가 반이고 맺음말이 또 반이다.  예를 들면 '안녕하세요 여러분 00 지자체 000 입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ㅁㅁ인데요. 요즘 ㅁㅁ가 유행하는데요 ㅁㅁ란 ..' 하면서 혹 방송 진행자가 한참 입을 풀듯 필요 이상으로 중언부언한다. 그러다보면 정작 내가 알고 싶던 실제 알고 싶은 내용은 중간에 한단락정도 있을까? 나는 그런게 싫었다. 그래서 결론은 언제 나오냐고?! 나는 최대한 처리할 정보량 자체를 줄여서 독자들 불편부담을 줄여주려했다. 독자를 위한 이타심에? 결국은 날 위해. 내 글을 더 많은 사람이 읽고 더 많이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물론 이타심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으니 윈윈이라고 해두자.

▲ 당시 충주시 블로그에 올라간 썸네일들


 이런 노력들은 최대한 공공기관 같은 뻣뻣함을 빼고 친근하면서도 실용적인 콘텐츠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 내 이런 경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화됐다. 예를 들면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지방에 사는 친구가 자기동네 소개하듯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비공식적인 내용을 많이 다뤘다. 어디 풍경은 몇시에 와야 예쁘고 주차는 어디에 하면 좋은 자리에 무료로 할 수 있는지, 식당은 어디에 무슨 메뉴가 맛있는지 등 내용을 솔직하게 다뤘다. ‘~는 생각보다 좋았다.’라든지 ‘너무 큰 기대하고 오면 실망한다.’든지 하는 내용들을 이용자 입장에서 가감없이 썼다. 그러면서도 근처에 이용할 수 있는 관광요소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이 궁금할 내용을 꼭 다뤘다. 찾아오거나 추가문의할 수도 있으니까 두 번 검색하지 않도록네비게이션 입력 용 주소와 문의전화번호도 따로 적어뒀다. 그밖에도 화장실이 남녀가 분리되어 있는지, 깨끗한지 등 같이 여성들이 더 신경쓰는 부분이라든지 유모차나 휠체어, 여자들 구두 신고 다니기 적절한지, 식당이나 시설에는 아기전용 의자, 기저귀 교환대 등이 있는지 등 다양한 계층의 궁금증을 최대한 해결해주려고 노력했다. 충주시에 있는 그 무언가가 최고다라는 식으로 애써 포장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쓴 포스팅을 보고 왔다가 기대만 못하다면 오히려 허위광고로 받아들여 홍보는커녕 반감이 생길 것이다. 이만하면 보는 사람도 납득하겠지, 만족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썼다.


 그렇게 충주시 보조사업, 정책 같은 업무적인 내용과 관광에 대한 내용 등을 썼다. 이 보조사업은 왜 하는거고 우리한테는 뭐가 좋을 거다. 이렇게 신청하면 된다 등등 모두 사용자, 이용자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 

 1주일에 보통 1편에서 많이 쓸 때는 서너편까지도 썼다. 처음에 쓸 때는 이게 맞나싶고 어색했지만 작성한 포스팅이 한두편씩 등록되니 점점 익숙해졌다. 그러다보니 충주시 블로그에도 어느덧 내 포스팅이 제법 쌓이게 됐고 슬슬 내 포스팅을 인지하는 이용자들이 한두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라? 공공기관 블로그에 범상치 않은게 좀 섞여있네요?" "응? 잘못봤나?" 라며 흥미를 보였다. 나중에는 10명 남짓한 공무원작가 전체가 쓴 포스팅보다 내가 쓴 포스팅 숫자가 많아졌다. 그렇게 4월, 5월, 6월 3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2016년 7월, 나는 충주시 SNS담당자가 됐다. 


#충주 #홍보 #주무관 #공무원 #조직 #직장 #마케팅 #혁신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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