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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Jul 24. 2020

영화 <헬프>로 알아보는 1960년대 미국 #1

#1. <헬프>가 그린 시대상

| 영화 <헬프>


2011년에 개봉한 영화 헬프(Help)는 1960년대 미국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제목 '헬프'의 뜻처럼 가정부의 삶을 그려냈고, 인물들이 서로를 돕고 돕는 내용입니다. 다만 1960년대 미국의 시대적 상황이 영화의 키포인트가 되었죠.



| 1960년대 미국


1960년대 미국은 흑인 차별이 심하던 시대였습니다. 특히 남부로 내려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했는데, 미시시피 역시 그중 하나였습니다.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실을 같이 쓸 수 없었고, 일부 식당에서는 흑인 출입을 통제했으며, 호텔도 흑인 전용이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영화 <그린북>과 <헤어스프레이>, <히든 피겨스>를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헬프는 1963년을 배경으로 했고, 그린북과 헤어스프레이는 1년 전인 1962년이 배경입니다. 히든 피겨스는 그보다 1년 전인 1961년이 배경으로 네 영화가 동시대의 같은 주제를 다뤘죠.



'그린북'이라는 단어는 '흑인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입니다. 흑인들은 여행을 할 때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지, 어느 호텔에서 잠을 잘 수 있는지 그린북을 참고하죠. 잠깐 영화 <그린북>을 소개하자면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가 스페인계 운전사 토니 발레롱가와 미국 중부인 뉴욕부터 시작해 남부로 전국 투어를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돈 셜리는 공연장의 모든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칠 정도로 뛰어난 뮤지션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공연장 밖에선 관객이었던 그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차별을 받습니다.



| <헬프> 속 이야기


헬프에서는 그 상황이 좀 더 평범한 사람들에게 적용됩니다. 그린북은 돈 셜리가 천재 뮤지션이기에, 차별 뒤 일종의 호의도 받았지만 헬프의 가정부들은 백인 주인에게 고용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차별이 한층 더 심하게 다뤄집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이 있는데, 가정부 에이블린의 아들 이야기였습니다.




에이블린은 17명의 백인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봤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사고로 잃었죠. 공사 중에 높은 곳에서 떨어져 복부가 찢어졌는데 백인들이 트럭으로 밟고 지나갔습니다. 복부가 터지자 백인들은 트럭 짐칸에 아들을 싣고 흑인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 앞에 도착하자 경적을 몇 번 울리고는 아들을 그대로 병원 문 앞에 던져놓고 떠났습니다. 의사들은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아들을 집으로 데려옵니다. 아들은 에이블린이 보는 앞에서 소파에 누운 채 천천히 죽어갔습니다.


이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흑인들이 사람 대우 자체를 받지 못하던 시대적 배경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시대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죠.



|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


잠깐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을 시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863년 링컨의 노예제 폐지부터 말할 수 있는데요. 이때 흑인들은 자유인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사회에 박힌 편견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약 60년이 지나고 1920년대가 되자 정치인, 의사, 과학자 등 오랜 노력과 교육이 필요한 직업들,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들을 흑인 또한 가지게 되었고, 이 시대에 태어난 분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입니다.


1940년대는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났습니다. 이때는 백인과 흑인, 인종 구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국가적 단합이 어느 정도 일어난 거죠. 이를 바탕으로 1950년대에 본격적인 흑인 인권 운동이 시작됐고요. 앞서 소개한 영화들의 배경인 1960년대는 흑인들의 머리 스타일, 음악 등 다양한 문화가 사회에 퍼져나갑니다. <헤어스프레이>의 주요 이야기인 '흑인 아이들의 TV 출연과 문화적 선도'가 일종의 그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리고 2009년엔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당선됩니다.



| 가장 큰 차별


링컨의 노예제 폐지부터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법과 제도 밖에 놓여있던 흑인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가난의 대물림'이었습니다. <헬프>에서도 이 대목이 나옵니다. "아이를 낳고, 열심히 키우지만 결국 이 아이도 저처럼 가정부가 되죠." / "백인 아이들을 키워요. 그러면 그 아이는 커서 내 주인이 되죠."


영화에서는 가정부가 베이비시터 느낌으로 많이 묘사되었는데, 조금은 그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당장 내 인권이 침해받는 것보다 내 아이들의 인권(엄마로서 내가 낳은 아이들과 가정부로서 내가 키운 아이들이 모두 인격적으로 존중받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는 거죠.



마틴 루터 킹의 'I have a dream'으로 시작하는 유명한 연설에서도 이런 말이 나오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자식들이 이 나라에 살면서 피부색으로 평가받지 않고, 인격적으로 평가받게 되는 날이 오는 꿈입니다.'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행진에서 이 연설을 했는데 <헬프>에서도 TV 속 장면으로 잠깐 등장합니다.


|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


영화와 흑인 인권운동을 얘기하면서 감히 이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헬프>에서 강인한 흑인 가정부로 출연해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 <히든 피겨스>에선 용기 있는 흑인 여성 관리자로 출연해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올랐죠.



또 하나, <그린북> 영화제작팀의 총괄프로듀서로 초창기부터 활동했고,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꼬리칸의 열혈 엄마 타냐로 등장해 앞칸 사람들에게 빼앗긴 자신의 아들을 찾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설국열차의 배역 타냐도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대변해주었는데요. 앞으로도 인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영화들에서 꾸준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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