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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Jul 24. 2020

영화 <헬프>로 알아보는 1960년대 미국 #2

#2. 현실을 마주하는 영화

| 1960년대 미시시피


영화 <헬프>의 배경인 미시시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미시시피는 미국 남부에 있는 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주도시는 잭슨. 헬프의 마을이죠. 헬프가 1963년을 배경으로 했고, 그로부터 1년 후 여기에선 큰 사건 하나가 일어납니다.



1964년에 미국 의회가 교육, 주택, 접객업소, 직장 등에서 흑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킵니다. 그러자 남부출신 상원의원들이 강한 반발을 했고, 결국 흑인들은 투표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민권운동가들이 6월에 '자유여름운동'을 전개합니다. 천여 명의 백인 대학생들이 흑인 유권자 등록을 돕기 위해서 미시시피로 모였죠. 이때 민권 운동가 3명이 미시시피 네쇼바 카운티에서 실종됩니다. 44일 후 댐에서 시체로 발견 됐는데, 구타와 총상이 남아있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자유여름운동은 더 거세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KKK단, 백인 시민협의회는 운동가들을 구타, 퇴거, 해고, 방화, 감시나 협박 등의 형태로 방해했어요.


자유여름운동은 두 달 동안 진행됐는데 6명이 실종되었고, 천 명이 체포 되었으며, 80여 명이 구타, 30채의 집이 폭탄 공격, 30여 채의 흑인 교회가 불길에 휩싸였죠. 그리고 1년 뒤인 1965년에 흑인들은 투표권을 얻습니다. 이 격렬했던 미시시피의 1964년을 토대로 보면 <헬프>의 전체적인 배경 분위기가 백인에 대한 공포, 말 한마디 잘못하면 / 누가 듣는다면 어찌 될지 모른다는 불안, 이런 것들이 충분히 이해되죠.


| 마틴 루터 킹



미국 앨라배마주 - 주도시 몽고메리, 버스 안에서 한 흑인 여성이 백인 남성을 위해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자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이 일어납니다. 무려 5만 명의 앨라배마의 흑인들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 다녔죠. 1년 동안 이어졌는데 결국 이 체포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납니다. 이 몽고메리 운동도 <헬프>에서 잠깐 언급됩니다. 마틴 루터 킹은 이런 운동을 펼치며 1964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만 4년 뒤 1968년에 과격파 백인 단체에 총에 맞아 암살당했습니다.


이렇게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위인이 암살당할 정도였으니 미국의 1960년대가 '흑인 인권'이라는 주제를 놓고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드린 네 영화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 시대를 배경으로 했을 테고요.


| 미시시피 옆 앨라배마



'몽고메리 운동'이 일어난 앨라배마 주는 미시시피 바로 옆에 위치한 미국 남부 주 중 하나입니다. <그린북>을 통해 남부로 내려갈 수록 차별이 심해진다고 말씀드렸는데, 가장 심한 곳이 바로 앨라배마주였습니다. 그런 앨라배마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이죠.


책 <앵무새죽이기>는 작가 하퍼 리의 소설입니다. 인종차별을 다뤘지만 유머러스하기도 해서 미국 인종문제와 관련한 책 중 가장 널리 읽혔다고 합니다(위키). 사실 원래 제목은 Mocking Bird 입니다. 한글로 번역되면서 앵무새로 번역 되었는데, 실은 흉내지빠귀(Mocking Bird)라는 새죠. 흉내지빠귀는 미국에만 사는 앵무새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노래만을 불러줍니다. 영화 <헝거게임>에서도 약자, 반란군 편의 상징 심볼이 흉내지빠귀였습니다.

이 책은 혼란스러웠던 1960년에 발표되어 곧바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62년에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8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3개 부분을 수상했죠. 우리나라에도 1966년 '앨라배마에서 생긴일'로 개봉했습니다.


작가 하퍼 리는 1926년생으로, 1편에서 언급했던 1920년 대(흑인들이 정치인, 의사, 과학자 등의 직업을 갖게 된 시기) 출생인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동시대 인물입니다. 하퍼 리는 몽고메리의 헌팅턴 대학을 진학했지만 1년만 다니고 앨라배마 주 대학에 편입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맥키'의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영화란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도망치는 이들을 태우고 현실을 찾아 나서는 추진체이다.'  이처럼 영화는 지금 시대의 현실이 좋든 나쁘든, 기쁘든 슬프든 이 현실을 도리어 다시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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