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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Apr 25. 2021

행복은 일요일 저녁부터 사라진다

프로N잡러가 되고픈 아마추어 도전러

월요일이 돌아왔다. 서른 평생 늘 그랬듯 주말은 가만히 있어도 순식간이고, 월요일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이 가지 않는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또래 선배가 "월요일은 모닝커피로 시작해야지~"라며 커피타임을 제안한다. 사무실 한쪽에선 과장님 둘이 골프 얘기로 벌써 커피 타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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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카톡으로 대화해봐도 마찬가지다. "아 루팡 ㅈ나 부럽" 커피 한 잔 마셨다고 월급 루팡으로 불리지만, 한탄과 동경과 얄미움이 동시에 섞인 문장을 보니 새삼 뿌듯하기도 하다. 그것도 잠시 뿐. 커피 타임이 끝나자마자 연이은 회의에 기가 잔뜩 빨리고 나면 '하루빨리 탈출하자'는 욕망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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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술자리에서 퇴직의 꿈을 안고 하나가 되곤 한다. 친구가 푸념을 하면 생판 모르는 회사를 함께 욕해주기도 하고, 가끔은 이름도 모르는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들을 안주로 소환하기도 한다. 나는 특유의 공감능력으로 친구의 속을 풀고 나면, 선을 긋는다. "야 빡세게 일해보자"



마침 기회가 돼서 친구와 회사 동료들에게 '퇴직'을 꿈꾸는 이유를 물었다. 그럼 대부분이 1)업무에 지쳐서 2)더 좋은 회사 갈려고 3)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라고 답한다. 퇴사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은 1)이만한 회사가 없어서 2)나이가 많아서 3)스펙이 딸려서 라고 답한다. 


나도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똑같은 대답들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체 저 답변들에 '행복'은 어디 있는가? 퇴직을 하든 하지 않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디에도 없다. 이직을 하면 또 다른 지옥으로 옮기는 것뿐이고, 이직을 하지 않는다면 잘리기 전까지 어떻게든 자산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사업을 제안했다. 퇴근 후에 빡세게 준비해서 3년 뒤엔 멋지게 퇴사하자고. 그런데 다들 반응이 미지근했다. 오히려 내가 구상한 사업들의 문제는 무엇인지, 왜 불가능할지, 고객들에게 어떤 불만을 들을지를 구구절절 나열할 뿐이었다. 


지난 3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친구들을 설득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거 할 동안 게임 렙업이나 해" "아침에 못 일어나겠다" "확실하게 결정된 후에 할래" 이런 대답을 듣기도 했다. 나름 한 달 동안 PPT도 만들고, 업체 컨택까지 하면서 추진력을 보여줬는데, 저런 답변을 들으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이 잘못된 건 아니다. 각자의 행복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랭커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 쉬는 날 늦게 일어날 때의 상쾌함, 그것만의 만족감이 있다. 흘러가는 인생에 따라 행복의 기준은 자연스레 바뀌기 마련이고, 어쩌면 행복을 꼭 추구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단발성 행복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할 때'의 행복을 추구한다. 내 기준을 친구들이나 지인들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었지만, 브런치를 통해 나와 같은 아마추어 도전러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포기하고 싶을 때, 서로 인내심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끌어줄 수 있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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