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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Feb 26. 2024

로봇처럼 살기 30개월 결과

2021년 10월 16일.


"나는 로봇이다."라는 말을 자주 되새긴다. 추진력이 좋아서 금방 일을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이 많아져 일을 주춤할 때 말이다. 몇 번을 되뇌면 진짜 로봇이 된 것 마냥 머릿속이 비워지면서 몸이 알아서 일을 한다.


이렇게 보낸 지 2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운 좋게 입사한 회사에서 잘 지내려고 시작한 것인데, 어쩌다 보니 정말 많은 일들을 수행했다. 본업무는 IT이지만 인사팀 요청으로 외부 강연도 수차례 나가고, 블로그를 일방문자 3천 명까지 키웠으며, 퇴근 후 사업도 매출액 5백만 원을 달성했다. 어깨가 충분히 으쓱했지만 그 시기가 도래했다.


그 시기란, 엉덩이가 들썩이는 시기다. 한 자리에 오래 못 있고 10년 동안 꾸준히 이직을 해온 나는 다시 그 시기에 도달했다. 하지만 서른을 넘긴 나이에 이직이란 '도전'보다는 '무모함'에 가깝다. 과연 해도 될까?


혼자서 진지하게 3개월을 고민했다. 뭐든 시작을 잘하는 편이라 큰 걱정은 없었지만, 도리어 이게 병이 되는 느낌이다. 자꾸 시도해보고자 하는 욕구. 실패보단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는 자만.


문제는 그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연 보람은 있지만 로봇처럼 생활했기 때문에 감정이 없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대체 왜 만족을 못하는 것인지, 일을 할 때 즐거운지, 그런 부분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결국 이직을 핑계 삼아 심리 상담을 받기로 했다.



2021년 10월 21일.


심리 상담을 받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뇌파 검사를 받았는데 만성스트레스라고 한다. 최소 2~3년 누적된 수치라니, 깜짝 놀랐다. "성공할 거야"라는 주문처럼 "행복하다"라는 말도 로봇처럼 되뇐 결과다.


상담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 불을 끄고 두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다. '는 왜 이직을 하려는가? 돈은 왜 열심히 버는가?' 평소라면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겠지만, 행복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 답도 내릴 수 없었다.



2024년 2월 26일.


행복은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행복도 사람마다 판단하기 나름이다. 성공과 실패, 사랑과 우정 그런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결국에 스트레스 원인은 행복하지 않아서도 아니었고, 매몰돼서도 아니었다. 정답이 있는 것처럼 나를 수많은 기준과 비교하면서 생긴 부조화였다.


나만의 path가 자리 잡으면서 과거의 스트레스나 걱정이 대부분 사라졌다. 홍정욱 씨가 말한 "수천 개의 갈림길"이라는 말을 이제야 좀 더 이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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