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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Jan 01. 2024

구덕산 (九德山)

엄광산 구봉산 승학산 시약산

#엄광산 (嚴光山 504)

#구봉산 (龜峰山 431)

#승학산 (乘鶴山 497)

#구덕산 (九德山 565)

#시약산 (蒔藥山 510)


부산입니다


산 이름이 여러 개 등장하여 엄청 긴 산행처럼 보이겠으나

아닙니다


도토리 키재기의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인데 죄다 산 이름을 붙여 놓았으니 여러 산을 탐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풍경을 쫓아 이 봉우리 저 봉우리를 오르다 보니 생긴 해프닝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네요


2023년의 마지막 산행인데요

모두 해서 18km,

쉬엄쉬엄 8.5시간쯤 걸렸습니다


지도를 잘 관찰해 보면


이곳의 산들이 바다로 질주하고 있는 듯합니다

동남 방향이죠


엄광산과 구봉산은

부산항을 사이에 두고 방파제까지 거의 일직선 상에 놓여 있고요


구덕산은 영도의 봉래산을 지나 태종산과 일직선이며


승학산은 감천항을 직선거리로 내려다보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풍경이 그러한지 매우 궁금하였고

내려다보는 부산시가지와 부산항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미션이었답니다




아직은 장거리를 다녀도 될 정도여서 여전히 먼 곳만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이번 연휴 기간에는 전북 부안군의 섬 위도에서

23년 해넘이와

24년 해맞이를 하려고 했었죠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별 수 없이 내년 3월로 미루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의 일기가 고르지 못하면 꿩 대신에 택하는 곳이 가까운 부산의 산행지인데요


폼나는 명승을 기대해서라기보다는 바다 풍경과 걷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경우가 많죠


그리하여

부산이 경남의 봉토를 하나하나 잠식해 가듯 저는 틈틈이 부산의 유명한 곳을 도장 깨기 수순으로 밟아 가고 있습니다


정묘사 (2023-08-16)

https://story.kakao.com/_eTZCf4/9RH0SrMJxB0


태종대 (2023-06-25)

https://story.kakao.com/_eTZCf4/KY84D2swnba


애진봉 (2023-04-16)

https://story.kakao.com/_eTZCf4/9UmktNDrs00


오륙도 (2023-03-20)

https://story.kakao.com/_eTZCf4/7MjeJOJa499


봉래산 (2023-02-20)

https://story.kakao.com/_eTZCf4/DXBm1gLVf0A


백양산 (2022-04-25)

https://story.kakao.com/_eTZCf4/4YwPzNtzkz8


달음산 (2022-01-10)

https://story.kakao.com/_eTZCf4/hRCQBhXhVzA


금정산 (2021-10-10)

https://story.kakao.com/_eTZCf4/DPU8zVA8iY0


애진봉 (2021-04-19)

https://story.kakao.com/_eTZCf4/JYncn3CUYWA


금정산 (2021-01-31)

https://story.kakao.com/_eTZCf4/gFJ2EFgfXu0


백양산 (2020-04-25)

https://story.kakao.com/_eTZCf4/i5T5TuLVorA


연대봉 (2020-03-14)

https://story.kakao.com/_eTZCf4/EUszAxPblq0


금정산 (2018-12-10)

https://story.kakao.com/_eTZCf4/EQaikyw3nk0


금정산 (2017-06-12)

https://story.kakao.com/_eTZCf4/IVOjsXvrJEA


가덕도 (2017-03-20)

https://story.kakao.com/_eTZCf4/I9K1RaBOdDA


이기대 (2016-10-04)

https://story.kakao.com/_eTZCf4/gOuPo1E4YA0


부산 지역의 포스팅을 인덱스 삼아 망라해 보았는데요


자주 다닌 곳을 보니

금정산의 암릉과

백양산의 철쭉에 필이 꽂혔군요



이번에 찾아간 곳은

창원에서 부산으로 서부산 고속도로를 타고 갈 때 낙동강 다리를 건너면 한눈에 보이는 산군이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백양산과 금정산이 있고

오른쪽에는

바로 오늘의 산행지가 있는 것이죠


구덕터널 위 꽃마을 입구 공영에 주차하고(2400원) 먼저 엄광산에 올랐습니다


들머리는 서대신동이지만

조그마한 산이 그래도 부산의

서구

동구

부산진구의 가르마를 타 버렸고


자락에는

동의대

동서대

인제대

경남정보대학의 캠퍼스가 밀집해 있는 그야말로

엄(嚴)하고

빛(光)나는

산(山)이네요


부산항에는 아주 큰 배들이 많이 정박하는데요

활주로에 비행기를 안내하는 유도등이 있듯이

부산항에도 배가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잘 들어오게 하려면 등대는 필수이거니와 기준점이 있으면 더욱 안전하겠죠


그 유도등을 도등(導燈)이라고 하는군요


앞에 있으면 전도등

뒤에 있는 등은 후도등


전도등은 구봉산에 있고

후도등은 엄광산에 있다는 것 아닙니까


불빛 두 개와 뱃머리가 동일선상으로 일치하면 항로를 이탈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높은 곳 불광산에서 불빛을 비춰주니 산이름에 빛광(光)자가 들어가는 것은 필연이네요


우리 선대 어르신들의 선경지명이 탁월하십니다


엄광산 정상에서의 조망이 좋았냐고요?


나무에 가려서 말짱 꽝!


해서

구봉산에 올랐습니다


구봉산의 구(龜)는 거북이를 의미하네요

아마도 산 모양이 거북의 등처럼 생긴 봉우리인 것 같습니다


구봉산 정상 또한 뵈는 게 없었고

봉화대에 갔더니

조망은 끝내 주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모든 사물이 흐릿합니다


원점으로 하산하여

꽃마을을 지나

허함을 채우고자 다시 풍경을 찾아 나섰는데요

승학산과 구덕산과 시약산을 탐방했죠


승학산은 산세가 마치 학이 날아오르는 듯하다 해서 무학대사가 작명을 했다고 나와 있네요


억새 군락지가 있고 여러 산을 아우르며 부산을 조망하는 풍경이 참 좋은 곳이군요


억새 군락 한켠에 철쭉을 많이 심었던데 이번에 산행한 산 5개 모두 봄 산행지인 것 같습니다


몽땅 꽃동네인데요

진달래, 벚꽃, 철쭉이 꽤 많더군요


승학산 정상에서 보는 낙동강과 을숙도도 풍경화 치고는 상급인데 미세먼지가 참 아쉬웠습니다



구덕산으로 옮겨 가는데요

엄광산과 구봉산이 붙어 있듯이

구덕산과 시약산도 지근거리입니다


인근에서는 제법 높은 봉우리여서

구덕산에는 [항공 무선 표시소]

시약산에는 [기상레이다 관측소]가 설치되어 있군요


멀리서 볼 때 축구공이 얹혀 있는 곳이 시약산이고


부산을 지나가는 비행기의 궤적은 구덕산에서 체크하는 것 같습니다



종일 시야가 흐릿하여 답답했지만 포근한 날씨여서

산행하기에는 적격이었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부산의 면면들은 고달픈 기운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더이다



♧♧


개인적으로는 서대신동에 대한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하숙집에서 동숙을 했던 고딩 친구 김ㄷㅊ이 첫 둥지를 튼 곳이 서대신동이었걸랑요


재수까지 해 가며 천신만고 끝에 인(IN) 서울의 학교에 등록을 마치고 합의하에 ㄷㅊ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서대신동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놓고 부산의 명소를 몽땅 돌아볼 심산이었죠


사실 초딩 때 수학여행을 한 이후 부산을 밟아본 일이 없었거든요


머시마 둘이서 허리끈 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나름 만포장으로 놀았습니다


친구 덕에 송도 태종대 해운대 등등 부산의 명소를 샅샅이 돌아 다녔죠


ㄷㅊ아 고마웠데이



3일째 밤 꿈자리가 하도 싱숭생숭하여 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터미널 근처에서 일하던 외사촌에게 인사차 들렀더니

"응가 오대 갔데이고?

빨리 집에 가바라 큰일 났다"

"머가? 우찌 된 긴대?"

"영이 엉가가 오토바이 사고 났단다"


전언을 듣긴 했으나 자초지종을 알 수가 없었고 큰 사고라고 해 본들 팔 하나쯤 부러졌겠지


마침 그날이 진주 장날이라

혹시 소식을 알까 싶어 버스 정류장 앞 친척집에 들렀더니 때 맞춰 문상차 와 계셨던 고모님이 저를 보시고는 통곡을 하십니다


"야야 엉가가 이리된 줄도 모리고 오대 갔다 인자 오내"

"와예 우찌 됐는데예"

"저 세상 가삤다"


도립병원 영안실에서 이미 3일째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형은 26세 군제대 후 경상대 임학과 3학년 재학 중었고

사고 당일날 경상대 졸업식이 있었으며

축하하러 가던 길에 사고를 당하신 겁니다


미혼이니 유일하게 동생인 제가 맏상주가 되는 것이죠


부산에서 신나게 노는 시간에 형이 돌아가셨던 아련한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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