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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Dec 26. 2023

무등산 (無等山)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무등산 (無等山)

이번 연휴 기간에 원래는 여수의 사도와 추도에 가려고 했습니다

내년 3월 말까지 주말의 물때를 보니까 12월 23일(토)이 최적이었죠


마침 25일(월)이 휴일이어서 내친김에 낭도까지 탐방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추워지면서 고산지대에는 눈이 많이 내렸겠죠


메뚜기도 한 철이고

화무십일홍이듯이

눈 또한

설무십일백(雪無十日白)이 될 수도 있을 터

탐방지를 급 변경하였습니다


해서

23일은 배 시간과 물때를 고려하여 신수도를 다녀왔고


성탄절에는 눈산행을 하고자 했습니다


정상에 싶게 오르려면 덕유산만 한 곳도 없어서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 올라 향적봉과 중봉을 타깃으로 삼았는데 보아하니 절차가 참 까다롭더이다


네이버에서 예약한 후

무주리조트에서 또 예매해야 하고

현지에 도착하여 발권하는데 줄 서야지요

곤도라 타는데도 줄 서고

물론 내려올 때도 줄이 장사진이겠죠


에라이

여기가 아니면 눈 구경을 못한다는 말인가!


내 돈 내고 내가 가는데도 뭐가 이리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가?

원 참!

시쳇말로 곤도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정지해 버리면 이 또한 낭패!


하여

눈 딱 감고 무등산을 찍었습니다


자주 다녔으니 길이야 훤한 것이고

올 가을에 개방된 인왕봉을 탐방해 보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었지요



2년 만에 스패치를 챙기고

아이젠을 착용해 보았습니다


원효분소를 초입으로 하여 무등산 옛길을 따라 목교에 닿고

서석대에 올랐는데


아!

인왕봉 가는 길이 막혀 있군요


안전이 염려되어 막았을 겁니다

고요하던 바람이 서석대에 당도하자 얼마나 세차게 몰아 치던지

칼바람이 실감 나더이다


입석대를 통과하여

장불재에서 점심을 먹었죠


겨울 산행에는 [더온]만 한 도시락이 없습디다


컵라면이라도 먹으려면 더운물이 필요하고

물을 끓이려면 버너와 코펠이 필요하겠죠


그렇지만 국립공원에서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화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 용이치가 않고


주로 보온병을 사용하게 되는데 추울 때는 이 마저도 궁색합니다


이럴 때 사용하라고 개발된 도시락이 바로 발열 도시락이죠


여러 종류의 제품과 메뉴가 개발되었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저희는 두어 가지 제품을 사용해 보았는데요


① 물을 부어서 발열을 하는 제품은 별도로 350ml의 생수를 준비해야 하고


② 끈을 당기기만 하면 발열액이 터져서 스스로 발열하는 제품도 있는데


서로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②번의 경우가 좀 더 편해서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편리하고

가볍고

따끈한 식사에

뒷 처리도 깨끗하며

무엇보다 좋은 건

발열체를 발열팩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거양득인 셈이죠


열기가 식었다 싶으면 소주 반잔 정도의 물을 보충해 가며 산행을 종료할 때까지 따끈하게 즐길 수가 있습니다


세 번쯤 물을 부어주면 5시간 정도는 버티는 것 같습니다


점심 한 끼 정도는 딱인데요

발열도시락

전투식량

핫앤쿡

더온 등으로 검색하시면 나올 겁니다



장불재에서 규봉암 방향으로 하산했습니다

규봉암 직전에 석불암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요


300m쯤 떨어져 있고 지공너덜을 지나가죠


암자에 들어섰더니 백구가 맞이해 주었습니다

이 친구는 짖지도 않고 왼쪽 앞다리를 상실했더군요


얼마나 짠하던지

배낭을 털어 빵 두 개를 주었더니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입니다


혹여

석불암에 가시려거든

백구가 먹을만한 작은 정성이라도 좀 마련하시면 좋겠습니다


석불암 법당에는 1천 년 가까이 묵은 [마애여래좌상]이 있는데요

아주 정교하더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날씨가 포근하여 고도가 낮은 곳에는 눈꽃이 많이 사라졌지만 목교 근처의 옛길과 목교에서 서석대 구간의 눈꽃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서석대에 매달려 있는 철쭉나무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은 최고의 하이라이트로서 무등산의 정기를 이곳에다 쏟아 놓은 듯했습니다


하늘색이 눈과 같아서 옥에 티였지만 성탄절에 맞본 최고의 선물이었답니다



무등산의 암릉은 주상절리(柱狀節理)가 압권이며 대표적으로 세 개의 대(臺)를 형성했는데 바로

#서석대 (瑞石臺)

#입석대 (立石臺)

#광석대 (廣石臺)

가 그것입니다


서석대와 입석대는 누구나 잘 볼 수 있는 위치여서 인증사진을 많이 찍지만

광석대는 좀 떨어졌고 바로 앞에 규봉암이 자리하고 있으므로 노출이 싶지 않은데요


규봉암에 도착하기만 하면 법당 뒤로 보이는 광석대와

광석대에 걸려있는 소나무는 삼위일체가 되어 정말 맛깔스러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규봉암은 그사이 불사를 많이 했더군요


새로 세워진 관음보살상은 연륜을 더 할수록 풍경과 동화되어 가겠죠


하산을 이어가며 꼬막재를 지나 원점으로 돌아왔더니 16:45

약 14km에 8시간쯤 걸렸군요



무등산의 눈꽃이 하도 환상적이어서 사진을 1천 장 넘게 찍었는데

눈으로 보는 풍경과

사진기가 보여주는 풍경은 차원이 다르군요


기계가 아무리 정밀하다 한들 사람이 느끼는 색감과 원근감과 입체감을 대신해 줄 수는 없겠죠

하물며 감성까지야 어찌 표현을 해 낼 수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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