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동회 Dec 24. 2023

신수도 (新樹島)

명품섬 베스트 10

U튜브에 굴러 다니다가 대한민국 10대 명품섬이라는 썸네일이 떴길래 어딜까 싶어 후다닥 클릭을 했더니 뜻밖에도 사천의 신수도였습니다


작년, 수우도에 가면서 신수도 가는 배를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섬이 명품 반열이라고는 전혀 상상치 못했죠


그럴 리가 있겠나?


풍광이 쟁쟁한 섬들을 꽤 많이 다녔지만 설마 신수도가 정말로 명품일까!

그 많은 섬을 제치고 신수도가 우리나라 섬들 중 열손가락 안에 든다니?

그런 사실을 왜 지금껏 모르고 있었을까?


하도 궁금하여

인터넷 검색을 다각도로 해 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석연찮아서 그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입도해 보기로 맘먹었습니다


삼천포항에서 2km 남짓이며 배를 타고 10분만 가면 신수도입니다

뱃삯도 2천 원 밖에 안 하고요

예매와 발권 이런 것도 필요 없습니다

무작정 배부터 타고 보면 배안에서 모두 해결됩니다


차를 4대까지 실을 수 있고

현금 위주로 거래하며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적으면 끝


편하게 왕복 요금을 지불해도 되고

편도 요금으로 계산해도 됩니다




둘러본 결과

저의 관점으로는 10대 명품이 아니라 30대 섬에도 끼워 넣기가 어렵겠더구먼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연유로 극찬을 했을까?


현장에서 관광안내도를 보았더니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신수도는

해안 둘레길이 좋아서 2010년 6월 행정안전부 발 [한국의 명품섬 Best 10]에 선정되었다고 적혀 있더군요


그래서 또 찾아봤습니다

2010년 당시 베스트 10으로 선정된 섬이 어디일까?


강화군 교동도

옹진군 이작도

당진군 난지도

군산시 어청도

거제시 내도

사천시 신수도

보령시 장고도

여수시 개도

통영시 연대도

서귀포시 가파도


그러니까

홍도나 독도처럼 원래부터 섬의 모양새가 명품이기 때문에 명품섬으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조금 빠지기는 해도 해당섬의 특징을 잘 살려서 명품으로 거듭나게 정부의 금전적 지원을 해 주겠으니 비전 제시를 해 보라 해서 각 지자체가 응모한 결과 위의 섬 열개가 뽑혔고 실제로 지원을 하여 많이 꾸며진 섬들이다

이 말씀


블로그나 U튜브 SNS에서 신수도를 [명품]이라고 언급하는 호칭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울릉도나 가거도 같은 섬 아닙니다

저의 개인적 관점으로 보면 주변에 있는 수우도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은데요


신수도가 선정된 사유는

바다가 숨 쉬는 해변공원을 조성하여 명품섬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사업목적이었더군요


실제로 둘레길을 조성하고 공원과 편의시설을 몇 군데 꾸며 놓았습니다




이 섬은 경남 사천시에 속한다고 했는데요

예전의 삼천포시가 사천군에 먹혔죠

"잘 가다 삼천포로 빠졌다"는 둥

"삼천포 아가씨"라는 가요도 있고

아무래도 외지인에게는 삼천포가 더 익숙하고 추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사천은 농촌과 시골,

삼천포는 항구와 도시라는 등식이 맘 깊이 깔려 있긴 합니다


하여간 신수도를 인터넷에서는 사천의 유인도 6개 중에서 제일 큰 섬이라고 거의 모두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봐야 30만 평쯤이고

둘레길도 10km 남짓

산 높이는 100m 넘는 게 없고

한 바퀴 도는데 4시간도 남습니다


사천에서 제일 크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른데요

어떤 이가 그렇게 적어 놓았으니 다른 블로거들도 고증 없이 죄다 베껴서 인용했다고 봐야겠죠


사천시에서 제일 큰 섬은 별주부전의 배경인 비토섬입니다

신수도의 두 배쯤 될 걸요


이런 오류가 왜 생겼을까요?


언급했지만 삼천포가 사천에 흡수되었습니다

옛 사천군에는 비토섬이 제일 크고

옛 삼천포의 유인도는 저도, 마도, 신도, 늑도, 조양도, 신수도 등이며 6개 중 신수도가 제일 큰 건 맞습니다


그러나

둘이 합쳐서 사천시가 되었으니

사천에서 제일 큰 섬은 신수도가 아니고 비토섬이 되는 것이죠


건너편에 빤히 보이는 [삼천포화력발전소]도 실상은 삼천포가 아닌 고성군 하이면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발전소가 삼천포 곧 사천시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요

사실과는 딴판입니다


종합해 보면


① 정부가 지원하여 명품섬으로 거듭나게 하려고 베스트 10으로 선정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명품섬 Best 10은 아니며


② 사천시에서 가장 큰 유인도로 언급하고 있으나 두 번째로 큰 섬이고


③ 삼천포 화력 발전소라고 이름을 지었으나 삼천포가 아닌 사천시도 아닌 고성군이다




요즘은 토목기술이 발달하여 어딜 가나 항구는 파도와 해일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설치되어 있고

방파제 끝에는 반드시 등대를 세워 놓았습니다


방파제는 항구 안에 정박하고 있는 배를 보호할 목적일 것이고

등대는 바다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배에게 뱃길을 알려주는 목적일 겁니다


신수항에도 양쪽에서 방파제로 에워싸고 등대를 세워 놓았는데요


등대를 잘 보면 색깔이 다릅니다

바다에서 항구로 배가 들어올 때를 기준으로

붉은색은 등대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다는 표시이고

하얀색 등대는 왼쪽에 장애물이 있다는 뜻이랍니다


항구에서 바다를 보면 반대로 보일 것이니까

좌빨과 우흰이 되겠죠


밤에는 등대 색깔이 안 보일 겁니다

이때는 불빛으로 구분하는데

붉은 등대는 붉은빛을 쏘고

하얀 등대는 초록빛을 발사한답니다


그러니

등대 색깔이나 불빛 사이로 항해를 하면 안전하다는 뜻이겠죠


더하여

노란색 등대는 바로 아래에 암초가 있다는 뜻이고

초록색 등대는 주변에 위험물이 있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신수도에 입항 시 방파제를 지나면서 붉은 등대, 하얀 등대를 보고 왜 색깔을 다르게 표시했는지 언급해 보았습니다




신수도 바로 옆에는 추도(秋島)라는 섬이 있는데요


밀물 때는 떨어져 있지만

물이 빠지면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이랍니다


해서

물때를 맞추느라 탐방하는 시기를 하필 이 날짜로 했고

대부분 반시계 방향으로 트래킹 하지만 저희는 물때시간 12시 15분에 부합하기 위하여 시계방향으로 돌았습니다

보아하니 이곳의 모습이 신수도의 풍경 60퍼센트는 되지 않을까!


추도 근처에 도착했을 때 물때는 정확하게 맞았는데 물이 다 빠지질 않아서 추도에 건너갈 수는 없었습니다


물이 빠지더라도 왕창 빠지는 시기를 택해야 했는데 이것까지는 고려하지 못했군요


추도를 답사해 보지 못한 건 아쉬웠으나

바닷가 해식 암릉을 따라 걷는 재미는 엄청 쏠쏠했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삼천포화력발전소의 위용이 웅장했고

섬과 바다와 발전소가 가장 조화롭게 보이는 곳은 이곳이지 않을까!


발전소 풍경을 원 없이 보았답니다


남들은 섬을 한 바퀴 돌고도 시간이 남는다고 했는데

저희는 해식애를 탐하느라 섬의  반바퀴 밖에 돌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탐방일자는 12/23, 토

이날의 간조는 12:15

10:30 삼천포항을 출항했고

14:50 신수항에서 나왔습니다


탐방 내내

삼천포의 각산과 와룡산

하동의 금오산

멀리는 눈 덮인 지리산까지,


남해 창선으로 이어지는 삼천포 대교의 그림도 멋있고,


사량도는 한 뼘 안에 있는 것 같으며

바로 그 옆에 수우도,

약간 멀리 두미도와 욕지도도 도드라져 보입니다


삼천포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이고 심지어 수우도는 삼천포항에서 입출항하는데도 모두 통영이 관할하는 섬들이죠


하여간

신수도의 제 모습은 크게 내세울 만한 명품이 없어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섬 베스트 10으로 일컬어지는 배경은 바라보는 풍경에 방점이 있지 않을까 싶답니다




삼천포로 가는 길에 대교 못 미쳐 바다 위 데크길이 있길래 차를 세우고 잠시 걸어 보았는데요


뜬금없이 청룡의 조각상이 바다에 떠 있더군요


무슨 연유로 이곳에 청룡상을 세웠는지는 모르겠으나 학교 다닐 때 비슷한 모습을 익히 보았던지라 무척 반가웠답니다


제가 다닌 학교의 본관 앞 연못에 떡하니 청룡상이 버티고 있었걸랑요


K대학의 호랑이

Y대학의 독수리와 같은 의미입니다



일주일만 지나면 해가 바뀌어 2024년이 되는데요


이름하여

갑진년(甲辰年)이죠


갑은 푸른색을 상징하고

진은 용의 의미이니까

예 그래요

푸른 용, 청룡의 해입니다


올해의 칙칙한 검은 토끼가 물러가고

내년에는 푸른 용이 맘껏 창공을 나는 상스러운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총선이 있는 해이기도 하니

청룡이 나르샤

이 나라의 거악(巨惡)과

범죄 패거리를 일소하고

천년대계의 초석을 놓는 한 해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여수 개도(盖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