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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May 20. 2024

황제도 (皇帝島)

덕우도 (德牛島)

5월 18일 3시에 가출하여

7시 20분 완도에서 황제도 가는 배를 탔습니다


섬사랑 5호인데요


유인도이면서 섬이 작거나 유명세가 덜하면 관광객이 적을 것이므로 선사가 수익을 내기는 어렵겠죠

당연히 출항을 꺼려할 겁니다


그렇다고

섬에 거주하시는 분을 외면할 수도 없으니 배는 다녀야 하고

물론 선사가 손해를 봐서도 안 될 겁니다

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낙도 보조선]이라 하네요


말하자면

완도군 일대에 일반 정기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작은 섬들을 해광운수라는 회사가 운영을 하고 적자가 나는 운영비의 일부를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것이죠

배이름이 [섬사랑]입니다


배의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차를 실을 수 있는 차도선이며

뱃삯도 저렴하고

배의 상태도 아주 좋던데요

깨끗하고

더운물도 콸콸


완도항에서 출항하는 섬사랑호는 3종류이군요


섬사랑 2호 : 소모도 대모도를 운항하고


섬사랑 5호 : 모황도 생일도 덕우도 황제도를 운항하며


섬사람 7호 : 여서도 청산도 장도 대모도를 운항한답니다


어디까지나 섬 주민의 편의를 도모하자는 것이지 낚시나 관광, 등산객을 실어 나르는 목적이 아닙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그저 주민들께 편승할 뿐 결코 주체가 아닌 거죠


여러 섬을 다니므로 당연히 정기 여객선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만약 경로상의 섬에서 타거나 내리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패스합니다


그러니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운항될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계획된 시간을 믿고 얼쩡거리면 배를 타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저희도

덕우도에서 원래는 16시 44분 출항 예정이었지만 16시 14분에 떠났습니다

느긋하게 노닥거리다가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했는데요

막판에 까무러칠 정도로 달리기를 해서 겨우 승선했습니다


혹여 섬사랑호를 타실 요량이시라면 적어도 30분 전에 선착장에 나오셔서 미리 대기하셔야 합니다


완도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정확하지만 경로상의 시간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승선객이 없는 선착장에는 당연히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만큼 시간은 단축되어 이후의 선착장에는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도착할 수밖에 없겠죠


항로와 시간이 늘 같은 것도 아니며 계절 따라 자주 바뀌므로 이곳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선사나 [가보고싶은섬] 앱에서 확인을 하셔야 합니다



1박 2일의 주요 경로를 보면


03 00 창원 출발

06 50 완도여객터미널 도착

07 20 완도항 출항

09 00 황제도 하선      

     민박집 숙소 배정

     선영민박 (061 554 6883)

     점심 도시락 인수

     1박 3식 인당 4만 원

09 20 황제도 트래킹

   

다음날 (24-05-19 일)

09 07 황제도 출항

09 36 덕우도 하선

           덕우도 트래킹

16 14 덕우도 출항

17 25 완도항 하선



#황제도


면적이 0.6k㎡에 해안선을 다 돌아도 5km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섬이며 완도에서 33km쯤 떨어져 있군요


최고봉이라 해 봤자 해발 79m라고 하는데요

등산로도 긴가민가이며

그나마 잡풀이 웃자라서 진입이 불가합니다


몇 년 된 통계지만 상주 인원이 12명(?)이라 하니 빈집이 많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러니

오가는 사람이 많을 리가 없겠죠!


근래에 감성돔이 많이 잡힌다고 알려져서 하루에 한 번씩 배가 다닐 정도로 낚시꾼들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민박집도 한 집 생겼고

저희는 그 덕에 편하게 체류했답니다


웬만한 규모의 섬이라면 있어야 할 식당, 편의점, 공중화장실, 마을회관, 보건소 등은 꿈도 꾸지 못할 산간(?) 오지와 다름없습니다


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섬인데도 섬 이름은 참 거창하죠!



황제라는 칭호는 진나라 뙤놈의 영정이 시초입니다


천자의 나라 주나라의 제후국 진이 공(公)을 떼어버리고

왕(王)으로 군림하다가 영정이란 녀석이 천하를 통일하고서 왕으로는 영 성에 차지를 않았겠죠


거룩한 이름을 찾다가

전설의 임금 3황 5제에서 황과 제를 합친 여러 명보다는 자신이 훨씬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여 자칭 황제라고 했습니다


진(秦)나라 최초의(始) 황제(皇帝)라서 진시황제,

줄여서 진시황이라 불렀죠


중국의 역사 이래 최고의 카리스마를 지녔습니다


3월 말에 중국 장가계를 다녀왔는데요

가이더가 그러데요


중국의 인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둘을 뽑으라면

진시황제와 모택동이라고 합디다



암튼

이곳 황제도를 무슨 연유로 삐까뻔쩍한 이름으로 지었을까?


어이없게도 황제가 잠시 쉬어 갔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대한제국 시절 고종이 초대 황제로 등극하여 10여 년 황제를 했었는데 설마 고종이 다녀 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뙤놈 중에 어느 한놈이?

ㅎㅎ



섬의 규모가 워낙 작고

트래킹 코스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고로 인터넷 어느 곳에도 그 흔한 트랙조차 없더이다


하긴 트랙을 참고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다 돌아다녀도 6km 남짓이며 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그냥 육안으로 다 보일 정도입니다


서너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가 있지만 배가 하루 한 번밖에 다니지 않으므로 입도하기만 하면 무조건 하룻밤을 자야 합니다


황제도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찾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분명 열악한 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조용하여 사람 간에 간섭이 없어서 마냥 자유스러우며

뱃삯이 싸듯 민박 또한 아주 저렴해서 1박 3식에 한 사람당 4만 원인 점은 아주 고무적입니다


시설을 육지의 민박집과 비교하는 건 결례 또는 사치라고 보고요


혹여

이 풍진 세상에 찌들었거나

혼자만의 낭만과

생각을 가다듬고 싶다면 황제도가 딱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죠


청산도를 슬로시티라고 하잖아요?

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말과는 달리 무척 바쁩니다


진정한 의미의 슬로시티는 황제도가 아닐까(?)


주변에는 꽤 알려진 섬들이 많은데요


가까운 거리에

덕우도

장도

초도

청산도가 위치해 있고

시야를 확장하면

거문도와

여서도도 선명합니다


오랜만에 같은 장소에서 일몰과 일출도 즐겼는데요

작지만 옹골찬 황제도였죠



#덕우도


딱 24시간 만에 황제도에서 승선하였습니다

선상에서 발권하며 계속 가면 완도항에 닿게 되죠


하지만 25분쯤 달린 끝에 덕우도에서 하선했습니다


한번 행차하기가 쉽지 않은 동네여서 일타쌍피를 노렸죠


덕우도는 황제도보다 훨씬 크고 주민도 굉장히 많습니다

예전부터 아주 부촌이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완도 특유의 전복 생산이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배도 하루에 두 번 다닙니다


오후에 2항차가 있으므로 6시간 이상 즐길 시간적 여유가 있는 거죠


덕우도를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살찐 소가 앉아 있는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네요


소(牛)가 살이 쪘으니

덕(德)스럽게 보였나 봅니다


그런데요

저의 취향과는 너무너무 동떨어진 섬입디다


건너편을 바라보는 조망 외에는 이렇다 할 볼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이럴 줄 알았다면 다분히 중간에 내리지 않았습니다


둘레길 끝에 정자가 있길래 다짜고짜 올라가서 16시까지 늘어지게 잠만 잤습니다


개인마다 호 불호가 있겠지만 황제도는 권유를 할 법한데 덕우도는 아니올시다

그냥 패스하는 게 정답입니다


뒤에 느꼈지만

마을을 지날 때 환담을 나누시던 주민들께서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며 마냥 웃으시는 모습이

볼품없는 이 섬에 왜 왔을까

어이없다는 의미의 웃음인 것만 같았습니다


예정시간 보다 30분이나 먼저 와 버린 섬사랑 5호!


하마터면 맥락 없는 섬에서 하룻밤 발이 묶일 뻔했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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