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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갱 Nov 25. 2022

어느 날의 아침

어떤 꿈을 꿨더라?

정윤이 나를 흔들어 깨우기 전까지.

흥미로운 꿈을 꿨던 것 같은데.

잠에 취해 반쯤 감긴 눈으로 창문 밖 하늘을 확인했다.

하늘이 거무죽죽한 것이 오늘도 비가 내릴지 모르겠다.

어쩐지.

안 그래도 빛이 잘 안 들어오는 방이 유독 더 어둡더라니.

어기적어기적 배를 긁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아직도 무거운 몸으로 힘겨이 칫솔을 잡아 들어 느릿하게 입안 구석구석을 닦아내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워서

어떤 옷과 모자로 이 몰골을 사람답게 포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세수까지 끝냈다.

길을 걷다 세일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새로 사버린 앰풀과 크림을 피부에 두들겨 바르고,

화장실을 나오며 근처에 앉아있는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우리 강아지가 얼마나 예쁘고 착한 강아지인지 반복해서 알려주었다.

강아지는 의연하게 나의 칭찬을 받아들였다.

아니, 조금 귀찮아했으려나?

아직 덜 흡수된 크림을 두들기며 새로 산 바지를 꺼내 입었다.

살이 다시 오르기 시작해서 얼마 안 가 안 맞을지도 모르니 그전까지 주구장창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의를 찾으려 세 칸의 서랍장을 뒤적이는데, 오늘 입고 싶은 티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찾고 있는 티가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댔더니 정윤이 세탁 후 베란다에 한참 동안 걸려있던 티를

가져다주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너나 잘해’라고 쏘아붙이며 기름진 머리를 검은색 캡 모자를 눌러써

사람다운 모양새를 갖추었다.

핸드폰만 챙기면 되겠지 하며 집을 나서려 했지만, 발걸음을 돌려

조그만 가방에 이것저것 그다지 필요 없는 작은 물건들을 담아 들었다.

가방이 없으면 외출하는 기분이 안 나니까.

한쪽 발씩 아이보리 컬러의 쪼리에 끼워 넣고, 잘 착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리고 강아지에게 인사하려 몸을 돌렸다.

강아지는 얌전히, 조금은 포기한 표정으로 현관 앞 나와 정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아픈 무릎을 절뚝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챙길 걸 그랬다. 하지만 다시 올라가는 건 귀찮으니 그냥 출발하자.

모자를 썼으니 괜찮을 거야

‘가는 길에 커피 한잔 사도 돼?’

정윤에게 물어보며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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