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갱 Nov 25. 2022

나의 소울 푸드 하이디라오

매콤한 훠궈의 향이 코를 간지럽히면 콜록-하고 기침이 새어 나온다.

맛을 보기도 전에 이미 콧속을 넘어 혀로 향신료의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신선한 초록의 재료들이 하나둘 테이블을 메우고,

새빨간 육수가 천천히 끓어 올라 수증기의 열기에 양 볼에도 붉게 홍조를 띠면,

온갖 자극적인 맛을 내는 향신료들이 빙그르르 탕 안을 돌아다닌다.

육수가 완전히 끓어오르는 짧은 기다림 속에서 우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네모난 탕을 사이에 두고, 그동안 잘 지냈는지. 별일 없었는지.

시선은 훠궈에 고정된 채 탕을 한 번 휘젓는다.

채소들은 적당히 붉은 기를 머금고, 딱딱한 당면들이 투명하게 부드러워진다.

고기까지 알맞은 색으로 익으면 긴 젓가락으로 재료들을 건져내 식기도 전에 입으로 가져간다.

팍-! 하고 퍼지는 향에 한 번 더 기침이 나온다.

서로를 보며 눈웃음을 지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확인한다.

갈색의 나무젓가락 끝이 빨갛게 물들어가고, 한껏 부른 배를 바지 지퍼가 견뎌내기 힘들어한다.

아- 오늘도 옷에 훠궈의 향이 잔뜩 배겠구나.

집에 가면 남아있는 잔향에 다시 이곳이 그리워 질 테지. 그래서,

우리 언제 다시 먹으러 올까?

작가의 이전글 어느 날의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