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dukgalbi May 04. 2021

무역쟁이에서 인사쟁이로

자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하나.

인사에 대해서,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글을 좀 써볼까? 줄곧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미루기를 한참. 그러다가 하고 있는 업무를 좀 정리해볼 필요도 있고(포트폴리오처럼), 업무 외적으로도 공부하고 있는 부분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좀 옮겨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미뤄오던 발걸음을 옮겨서 노트북 앞에 앉는다.


무엇부터 글을 쓸 지 고민을 하다가, 무역쟁이를 꿈꾸던 내가 인사쟁이가 된 첫 순간을 적어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사쟁이가 된 첫 순간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불합격"


ㅜㅜ 떨어졌었다.

아.. 또 다시 불합격이란다. 대학교 3학년의 하반기는 처참했다. 어디서부터 개선하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고민의 나날이었다.


무역학도였던 나는, 많은 무역학도들이 한 번쯤은 꿈꾸던 무역협회나, 코트라 등 유관기관을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넘기에는 너무나 높은 벽을 실감했고, 기업의 "포워더, SCM팀"과 같은 곳을 목표를 살짝 돌려 입사지원서를 넣었다.


"불합격". 그렇다. 또 다시 불합격이었다. 당시 나는 조금 자신이 있었다. 무역과 관련된 동아리도 하고 있었고, 학점도 그리 낮지 않았다. 그런데 서류조차 봐주지 않다니. 속상했고, 답답했고, 취업조차 못할 거 같아서 두려웠다.


그러다 문득. 나 자신을 최대한 객관화해봤다. 내가 인사담당자였다면, 그리고 내가 떨어졌다면, 나는 무엇이 부족했는가. 그리고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실무역량"


그렇다. 실무역량이 부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턴을 쓰기위해서는 실무역량이 필요했던 것이다. 방학 때, 학교를 통해서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일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체험활동이 아닌, 진짜 실무경험. 회사경험이 나에겐 없다는 것을 그 때 느꼈다. 그리고 채용공고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인턴을 위해선 인턴이 필요했는데, 이 말은 즉 내가 지원해도 될 수 있는 인턴을 지원해야지만 내가 원하는 인턴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인턴을 하기 위해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인턴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학교 채용공고에서 본 공고 하나.


"인도 법인 5개월 계약직"


이거다. 인도라면 누가 갈 것인가. 그 미지하고, 척박하고, 신비하고, 알 수 없는 나라 인도로 누가 갈 것인가. 나에게 수 없이 되물었다. 그리고 하룻밤만에 쓴 자소서는 그동안의 불합격을 비웃듯 일사천리로 합격이 되었고, 나는 인도 첸나이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원한 채용 Position은 "인사총무"였다.


인사나 총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무역쟁이가 되겠단 내가, 인사쟁이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인도에서의 5개월은 버라이어티했고, 스펙타클했고, 다이내믹했다.

사이클론이 몰아닥치는 첸나이. 그래도 출근은 한다.(feat. 자동 방수시스템)


경제학도로 Demonetization을 몸소 경험했고, 싸이클론으로 공장이 뒤집어지는 것을 목도했다. 유력정치인이 죽자 시내가 폭동직전까지 몰렸던 그 때의 긴박함은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렇게 나의 인도에서의 5개월은 생생했다. 그런 격변하는 세상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인턴을 하기 위해 인턴을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